교수 단체 “검수완박은 위헌, 기본권 침해 심각…헌법소원 청구”

이윤정
2022년 05월 3일 오후 10:07 업데이트: 2022년 05월 4일 오전 9:09

전·현직 교수 6천여 명, 긴급성명 발표
“입법 절차·개정안 규정, 위헌 판정 받아야”

“부끄러운 입법 절차와 그 결과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규정들은 위헌 판정을 받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개정안을 공포한 가운데 6천여 명으로 구성된 교수 단체가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이하 정교모)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거친 ‘검수완박’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되자 긴급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본안 사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정교모는 전국 377개 대학 전·현직 교수 6천여 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정교모는 검수완박 법안 중 검찰청법 개정안 4조 1항을 두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를 부패·경제 범죄만 남겨 두고 나머지 4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및 대형참사) 유형을 삭제했다”며 은수미 전 성남시장 고발 사건을 사례로 제시하며 검수완박의 폐해를 설명했다.

정교모는 “검수완박으로 은 전 시장 고발사건은 배임은 검찰에서 수사하지만, 직무 유기는 공직자 범죄에 해당해 경찰이 수사하게 된다”며 “범죄사실을 수사기관에서 수사하지 않고 분산하는 것은 사건 실체 규명에 결정적 장애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구인들은 고발인으로서 검찰과 경찰 양쪽에 출석해 사실상 동일한 진술을 반복해야 한다”며 “입법권이 인위적으로 수사기관의 직무를 법으로 분산시켜 청구인들에게 무익한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개정안이 헌법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청법 개정안 4조 1항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196조 2항 등으로 인해 검사는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가진다”면서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교모는 이 조항과 관련해 “국가가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고 재판에 회부해 사회적 신뢰가 유지될 수 있다는 기대 속에서 살아갈 인간적 권리를 침해한다”며 “범죄자들은 재판에 회부돼야 한다는 재판회부 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는 헌법 28조에 명시된 검사의 불기소처분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구인들은 국가 사법기관을 통해 기대하는 사법적 정의를 충족하지 못하게 돼 행복추구권과 주권을 가진 국민의 존엄성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는 설명이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 7 제1항에 대해선 “경찰의 불송치 결정 통보에 대한 이의신청권자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청구인과 같은 고발인들의 경우 경찰의 불송치결정을 종국적 판단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여하한 구제 방법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침해이고, 더구나 이미 기존 법률하에서 고발인으로서 이의신청권을 가진 상태에서 후속 법률로 그 권한을 박탈당하게 됐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고발인은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사건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한 이 조항은 시민단체 등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정교모는 이러한 규정들이 입법부가 아닌, 더불어 민주당의 한 정파적 의사결정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국회법과 국민 일반의 법 상식이 무너졌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차마 부끄러워 말하지 못할 억지가 국회 입법과정에서 자행됐다”며 경과규정조차 없는 이러한 법률은 마땅히 기본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의 정신에 비춰 용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모욕과 분노를 느낀다”며 “입법자가 변덕을 넘어 횡포를 부리기에 국민이 직접 잡아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교모는 “아직 대한민국 헌법에 최후의 보루가 있다”며 “부끄러운 입법 절차와 그 결과들은 위헌 판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