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서 날아간 위안화 국제화의 꿈

허칭롄(何淸漣)
2009년 05월 14일 오후 2:44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8

G20 정상회의 즈음 중국은 “새로운 국제통화가 필요하다”는 달러 흔들기로, 이번 회의를 중국과 미국의 “G2” 회의로 만들었다. 국제사회도 중국의 행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발언은 사실 회담 전부터 있었다. 지난 3월 중국 중앙은행 저우샤오촨(周小川) 총재는 “달러를 대신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새 기축통화로 사용하자”고 주장했고, 중국 정부의 영향권에 있는 도널드 청(曾蔭權) 홍콩 행정장관도 홍콩달러의 “미 달러 페그제” 폐지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총리도 “타임즈”에 기고를 통해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개발도상국의 발언권이 더욱 커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더했다. 이에 중국언론들은 위안화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매우 흥분했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을 고려한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강대국 쇼”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 결과 중국 정부의 “위안화 무역결제 시범지역 선정” 정책은 지난 4월 광교회(광저우무역박람회, 캔톤페어)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중국 언론의 “정부찬양”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중국은 왜 달러에 도전했나

저우 총재의 달러화 도전은 미국의 정치, 군사적 지위에 도전하려는 중국 정부의 예행연습이다. 지난 2005년 미국에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던 주청후(朱成虎) 소장의 발언에 비하면 많이 부드러워진 셈이다.

국제통화는 그 나라의 국력과 깊은 연관이 있다. 2차대전 동안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자,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에서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한 금환본위제도를 채택했다. 하지만 1971년 닉슨 정부가 금태환 정지선언을 함으로써 브레튼우즈 체제는 붕괴하였다. 이후 1976년 자메이카 협정을 통해 선진국들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했고 보유 외환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미국의 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달러는 여전히 국제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고, 국제통화로서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금융위기를 틈타 공세를 취한 것은 영리한 행동이다. 궁핍한 서민층과 산재한 경제문제 등 현재 중국이 직면한 문제는 미국보다 훨씬 크지만, 독재정부인 중국은 미국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다. 자원을 강제적으로 동원해 부를 과시하거나, 통계수치를 위조해 전 세계가 불경기인데도 오직 중국만은 회복기라는 가상을 만들어낸다. 이는 서구에 중국 자본은 끝이 없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자유가 보장된 미국 언론들은 자국 경제를 통렬히 비판하지만, 자유가 통제된 중국 언론들은 자국 경제에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영리한 선택에도 “위안화 무역결제 시범지역 선정”은 시기가 좋지 않았다. 왜 그런지 한번 살펴보자.

중국이 기대한 “일석삼조” 효과

사실 중국의 목표는 위안화를 곧바로 국제통화로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국제통화가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국제통화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며, 둘째 자유로운 교환이 가능해야 한다. 셋째 해당 통화가 국제시장에서 안정적인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각국 중앙은행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 위안화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해 새로운 국제통화가 되기는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중국은 새로운 국제통화 주장을 통해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첫째, 중국의 단기목표는 IMF에서 자국의 발언권과 투표권을 확대하는 데 있다. 최근 국제사회는 새로운 국제통화 시스템을 만들어도 여전히 달러화가 중심이 된 통화 다원화가 되어야 한다며, 달러화의 파워를 인정하고 있다. SDR도 달러, 엔, 유로, 파운드의 통화바스켓으로 운영되고 있어, 중국의 영향력은 매우 미미하다. 이는 중국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둘째, 중장기목표는 위안화가 국제통화 시스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번 G20 회의에서 SDR을 주장한 이유도 위안화의 국제화, 2020년 위안화의 자유교환, 상하이 국제금융센터 설립 등을 위한 사전작업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중국이 역점을 두는 현실 목표는 중국이 아시아통화를 추진할 때,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는 것이다. 지난 4월에 열린 보아오(博鰲) 포럼에서 중국 고위층은 세계 각국에 제공하는 중국의 자본을 무기로 미국의 대규모 양보와 아시아 중심의 새로운 국제기구 설립을 주장했다. 저우 총재는 아시아개발은행 같은 지역 금융기구가 국제기구의 역할을 넘겨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결국 중국의 목표는 아시아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를 가로막은 것은 놀랍게도 서양 선진국들이 아니라 보아오 포럼 전에 열린 광교회(광저우무역박람회)였다.

위안화 국제화의 꿈을 깨버린 “광교회”

저우 총재와 왕 부총리의 발언 직후, 중국 국무원은 상하이, 광저우, 선전, 주하이, 둥관 등 5개 도시를 위안화 무역결제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위안화 결제를 통한 환율위험 회피, 무역조건 개선 등은 수출기업 성장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광교회에서 위안화로 견적을 낸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한 일간지는 “광교회에서 위안화 결제기업 없어”라는 기사에서 위안화 결제는 매우 시기상조이며, 중소기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 기업들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첫째, 위안화 결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역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안화가 결제통화로 인정받으려면 우선 위안화로 보유자가 원하는 모든 재화나 서비스를 살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해외주문에 절박한 중국기업들도 구매자의 요구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양청완바오”는 참가자의 말을 인용, “외국 상인들이 위안화 결제는 환율위험을 자신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의심한다”라고 보도했다.

둘째, 중국의 수출기업들(특히 방직업, 의류, 제화업)은 이윤이 매우 낮아서, 대부분 정부의 수출환급세에 의존해 살아간다. 수출기업들은 위안화가 결제통화가 될 경우, 정부가 수출환급세를 더는 주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업의 불신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번 위안화 무역결제 시범지역 정책은 중국정부가 국제 상품시장의 흐름을 잘못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국제 상품시장은 구매자가 유리한 입장에 있는 구매자 시장이다. 중국 제품은 판매도 쉽지 않고, 가격협상 능력도 거의 없다. 또 최근 위안화 상승압력이 커, 환율위험도 매우 크다. 이런 상황에서 구매자가 여전히 강력한 달러화를 버리고, 환율위험이 큰 위안화를 선택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달러화를 뒤흔들고, 위안화 결제 지역을 선정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우둔한 짓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위의 기자는 “위안화 무역결제 시행의 의미는 크지만, 올 광교회에서 세계 기준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위안화 국제화의 꿈은 시작점이 곧바로 종착점이 됐다. 중국 정부의 빈약한 행정능력은 이번에도 충분히 나타났다. 이번 정책은 작년 1월 실패한 외자기업 “양세합일”정책이나, 10월 시행 후 바로 폐지된 “신토지개혁” 정책처럼 중국 정책결정자들의 현실 오판과 독단이 빚어낸 정치 산물일 뿐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