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학원’ 실체 폭로한 영화 스크리닝 시사회…”자유라는 가치와 어긋나”

헨리 욤(Henry Jom)
2019년 11월 1일 오전 4:54 업데이트: 2019년 11월 5일 오후 10:58

(멜버른=에포크타임스) “공자학원은 학문탐구의 자유라는 대학의 가치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공자학원’의 숨겨진 이면을 파헤친 다큐 영화의 시사회가 호주 멜버른에서 열렸다. 영화를 본 전문가들은 공자학원을 호주에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중국어 교육 및 중국문화 소개기관’으로 세계 각지에 확산시키고 있는 사실상 공산주의 선전기관이다. 북미지역에서는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이 최초로 공자학원을 퇴출시켰다.

지난달 31일 멜버른 중심가 CBD 지역에서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영화 ‘공자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Confucius)’가 하이라이트만 보여주는 스크리닝 시사회 형식으로 상영됐다. 지난 2017년 제작된 이 영화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세계 1600개 대학·학교에 설치한 공자학원을 러닝타임 52분에 걸쳐 차분한 시선으로 폭로한다.

영화는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전직 공자학원 강사였던 소니아 자오(Sonia Zhao) 시점에서 진행된다. 중국계 호주인 소니아는 ‘파룬궁 수련자는 공자학원 교사가 될 수 없다’는 계약조건 때문에 결국 공자학원을 떠나야 했다. 파룬궁(파룬따파)은 중국에서 금지된 수련단체다.

소니아는 맥마스터 대학에 공자학원이 중국어 강사 과정에 ‘파룬궁 수련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소니아가 겪은 부당한 대우는 각서 제출 요구만이 아니었다. 공자학원 측은 소속 강사들에게 수업 중 톈안먼 사태, 대만·티베트 독립문제에 관한 언급을 금지했다. 호주 학생들이 질문을 하더라도 공산당의 입장만 전하도록 강요받았다.

맥마스터 대학은 이를 받아들여 공자학원이 캐나다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3년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이듬해 토론토 교육청에서도 “중국 공산당이 공자학원을 직접 통제하고 있고 체제 선전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자학원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미국에서는 2014년 시카고대가 처음으로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이 대학 교수 100명이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선전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학문적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성명을 내자 대학 측이 폐쇄를 결정했다. 올해에도 공자학원 비판이 확산돼 샌디에이고 주립대, 미네소타대 등 5개 대학이 공자학원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유럽에서도 2015년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미디어 대학 등이 공자학원을 폐쇄하기 시작했다.

이날 상영회는 호주-홍콩연대와 호주 베트남 공동체(VCA)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주최측 관계자는 “중국에선 300만명의 아이들이 가난 때문에 학교에 못 가고 있다”며 “(중국은) 공자학원 설립 지원에만 10년간 20억 달러를 썼다”고 설명했다.

‘공자의 이름으로’는 공자학원의 감춰진 이면을 파헤친 수작으로 중국계 도리스 리우 감독이 위성채널 NTD와 공동제작해 세계 순회 상영회를 열고 있다. ‘용감한 탐사보도 영화’라는 평가와 함께 수상도 이어졌다. 미국에선 제작된 해에 국제 어콜레이드 대회(The Accolade Competition)에서 우수 다큐멘터리 대상 등 세 부문을 수상했다.

공자학원은 영국 브리티시카운슬, 독일 괴테 인스티투트와 비슷하지만 대학 내에도 설치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중국 국무원 교육부 산하 국가한판(國家漢辦)에서 2004년 베이징에 본부를 설치하고 전 세계 지점에 콘텐츠를 공급한다.

이날 상영회 전문 패널로 참가했던 공공문제연구소 다니엘 와일드 소장은 “공자학원은 언론의 자유와 학문탐구의 자유라는 가치에서 호주 대학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호주 내 대학과 각급학교에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 몽크(오른쪽) 연구원이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공자의 이름으로’ 상영에 참석한 관객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왼쪽부터) 에포크타임스 멜버른 지사 존 샤오 CEO, 공공문제 연구소 다니엘 와일드 소장, 호주의 베트남 공동체 빅토리아 지부 퐁 으우옌 부회장, 연방 정보기구의 폴 몽크 전 고위 정보 분석가. 2019. 10. 31. | Grace Yu/Epoch Times

와일드 소장은 “돈(지원금)에는 조건이 붙는다”며 차이나머니가 투입된 공자학원이 캠퍼스의 자율성을 위협한다고 부연했다.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18년 중국 정부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교육부에 공자연구소 설립과 학원운영을 위한 자금 등으로 16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공자학원은 커리큘럼, 인사, 예산 등 각 부분을 중국 교육부 통제에 따른다. 이런 이유로 공자학원은 채용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공산주의 이념 선전 통로로 사용된다. 보안전문가들은 공자학원 각 대학 내 스파이 활동에 연루됐다고 보고 있다.

결국 세계 최초로 자체 공자학원을 설립했던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교육부는 1년간의 검토를 거쳐 지난 8월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공자학원 폐지를 발표했다.

호주 연방정부 국방정보기구의 폴 몽크 전 고위 정보분석가는 호주 의회에서 외국 세력의 개입을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됐음에도 법안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헀다.

2018년 12월 10일 발효된 대외영향투명성계획(FITS)에 따르면 “정치 또는 행정 절차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외국 단체를 대표해 특정 활동을 수행하는 자는 그 법에 따라 등록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현재까지 호주 13개 대학과 제휴한 공자학원 중 법에 따라 등록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캔버라 의회 의사당 환영식장을 나설 준비를 하는 당시 말콤 턴불 호주 총리(오른쪽)와 리커창 중국 총리. 2017. 3. 23 | Mark Graham/AFP/Getty Images

몽크 연구원은 “지난 35년 동안 호주 및 전 세계 사람들은 중국이 개방되기를 원했고, 중국이 발전하고 번영하기를 원했으며, 호주 사람들은 중국이 호주 (민주주의) 체제에 통합되기를 원했다” “그렇게 된다면 공산당이 점차 자유민주적으로 더욱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바뀌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호주가 오히려 중국 공산당에 의해 취약해 졌다”고 말했다.

공공문제 연구소 다니엘 와일드 소장 또한 서구 사회는 중국이 자유 민주주의 체재를 수용함을 전제로 중국에 개방했고, 시장 경제라는 자유 체제가 중국 정치도 바꿀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서방이 점점 중국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실제로 우리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인공지능(AI)과 각종 기술을 제조하는 데 있어서 세계적인 리더가 되어 서방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서방은 더욱 제3 세계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 멜버른 에포크타임스 존 샤오 CEO는 “그들은 변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세계를 정복하고자 한다. ‘중국 vs 세계’라는 구도이지 세계와 함께 하는 중국은 아니다. 그들은 세계를 정복할 새로운 사회주의 모델을 원한다”며 공산주의 국가 중국이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산주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의 베트남 공동체 빅토리아 지부 퐁 응우옌 부총장은 “나는 베이징이 감히 (홍콩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왜냐면 베이징이 들어서자마자 전 세계가 중국을 보이콧하기 때문”이라며 홍콩 시위대를 지지했다.

샤오 CEO는 “민주주의는 서구로부터 왔지만, 오늘날 홍콩에서 수호하고 있다”며 “홍콩은 전 세계가 배울 수 있는 완벽한 본보기”라고 말했다.

몽크 연구원은 홍콩 시위의 핵심에 대해 “홍콩인들은 중국이 아닌 영국에서 배우고 익숙해진 시민의 자유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