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1월 말부터 약 보름간 독일 베를린, 뮌헨 등 9대 도시에서는 도리스 리우 감독의 2017년 다큐멘터리 ‘공자라는 미명하에’(In the Name of Confucius) 순회 상영회가 열렸다.
영화는 캐나다를 배경으로 공자학원에 근무하는 중국 출신의 한 중국어 강사가 파룬궁을 수련한다는 이유로 차별대우와 압박을 받다가 학원 내 인권차별 실상을 폭로하고 결국 학원이 폐쇄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중공이 공자학원을 내세워 캐나다 교육계와 학계 등에 침투하는 모습이 자세하게 묘사된다.
지난해 11월 베를린 상영 후 열린 영화 토론회에서 독일 의회 인권위 소속 마가레테 바우제 의원(녹색당)과 프링크 하인리히(기독민주당) 의원 등은 “공자학원 운영이 독일의 언론, 종교, 학술 자유에 부합하는지를 독일 정부와 각 연방주의 시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한 다음날 바우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영회에 관한 사진과 글을 싣고 “공자학원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가? 그것은 중국 정부의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가? 우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한달 뒤인 12월 프랑크푸르트 응용과학기술대학 순회 상영회 이후 열린 토론회에서는 공자학원이 독일문화원(괴테 인스티튜트)과 같은 서방국가의 언어·문화 보급기관과는 어떻게 다른 기관인지가 논의됐다.
공자학원 운영기관은 중공 교육부 산하 ‘국가한판’(國家漢办·중국국가한어국제보급영도소조판공실)이다. 이 기관은 1987년 독일문화원을 본따 만들어졌지만, 이후 중공의 대외 영향력 확대 정책과 함께 준 스파이 조직으로 악용되고 있다.
한 중국계 인권단체 관계자는 “중공의 공자학원은 각국의 고등교육기관에 뻗은 검은 손으로서 ‘공산주의 유령’을 사람들의 사유체계로 주입시켜 세계인이 공산당 치하 중국인들과 똑같은 세뇌된 사유방식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중공은 공자학원을 “중공을 위한 선전도구”라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리창춘(李長春) 중공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2009년에 “공자학원은 중국 해외선전기구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신문명건설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한다.
공자학원 총본부인 국가한판을 이끄는 유옌둥(劉延東) 이사장은 중공 통일전선부장(2002~2007년) 출신이다.
공자학원 내에서 인권’과 신앙은 일종의 ‘금지구역’이다. 프랑크푸르트에 본부를 둔 한 인권 NGO는 2011년 티베트나 중국 내 종교활동과 관련해 독일 내 공자학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조사에서 학원 측이 회피하거나 발언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순회 상영회 주최측은 울리 니센 의원(사회민주당)이 프랑크푸르트 상영회에 보낸 축전에서 “인권문제는 공자학원의 금기어”라며 독일 공자학원에서 파룬궁, 티베트, 위구르족 관련 화제가 배제되고 있음을 언급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