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학원 가랑비에 옷 젖는 ‘한국’ 우산 쓰는 ‘미국’

2013년 11월 25일 오후 2:34 업데이트: 2020년 06월 12일 오후 5:26

중국어와 중국문화 콘텐츠를 보급한다는 명목으로 2004년부터 세워진 공자학원은 전 세계 112개국에 415곳, 초중등학교에 설립된 공자학당까지 포함하면 979곳에 달한다.

전 세계 51개국 117곳에서 운영되는 세종학당의 10배 가까운 수치다. 하지만, 이 숫자는 끝이 아니다. 최근 공자학원 정책 실무자인 중국국가한판(中國國家漢辦) 마젠페이 부주임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까지 공자학원은 500개, 공자학당 1000개까지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자학원의 공격적인 세 불리기가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및 정치성을 확대하는 도구가 된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마샬 사린스 美 시카고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는 공자학원 정치 토론 검열, 생각에 대한 자유로운 교류를 제한한다. 미국 대학들이 이것을 돕고 있는가?’ 라는 제목의 네이션(The Nation) 잡지 기고문에서 “(공자학원에서는) 티베트 독립, 대만의 정치적 사태, 지위 같은 논쟁이 되는 이슈에 대한 강의나 컨퍼런스를 할 수 없다”는 시카고 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센터 차장의 말을 인용해 “공자학원이 중공의 이데올로기 및 정치성 확대 도구가 되며, 미국 및 전 세계 대학들의 공통 표준인 학술 및 학문의 자유에 반대 된다”고 언급했다.

친중 인사 양성에 치밀한 준비

중공은 2004년 공자학원을 설립하기 20여 년 전부터 ‘국가대외한어교학영도소조’라는 상설 조직을 설치했다. 각국에 친중 인사를 양성하고 인재를 중국으로 흡수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공자학원을 관리하는 부서는 중국국가한판(中國國家漢辦·이하 한판). 이곳은 공식문서 상으로는 중국교육부 소속 중국어 보급기관으로 되어 있지만, 의장은 정치국 위원인 류양둥 부총리, 다양한 정치 고위직 및 당관리 협의회가 관리한다. 리창춘 정치국 위원이 “(공자학원은) 중국의 해외 선전 셋업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힌 것처럼, 공자학원은 국제 교육 조직이지만, 공산당 차원의 도구역할을 한다.

테드 포스(Ted Foss) 시카고 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센터 차장에 의하면 공자학원에는 ‘한판(漢辦)의 눈’이 있다. 공식적인 스파이인 셈이다. 시카고대학 공자학원의 부장 대리인은 인민 대학교 출신 EU 전문가이지만, 그 어떤 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그녀가 하는 일은 시카고대학교와 공자학원의 세부사항을 베이징 한판 본부에 낱낱이 보고하는 일 뿐이다.

마샬 사린스(Marshall Sahlins) 교수는 “국가한판은 교육 지도보다는 경제적 측면에서 시카고대학교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는 데 상당한 자금을 지원했다”며 “한판은 시카고대학교에서 알고자 했던 내용을 조사하고, 인민대학교와 자매 결연을 맺어 심포지엄을 개최함으로써 인민대학을 중국내 사회과학 인류학을 주도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사린스 교수는 “인민대학교가 공산당이 설립한 정부핵심 요원을 키우는 주요한 온실인 만큼, 시카고 대학교 공자학원은 공자라는 이름을 이용한 중국 공산주의자들의 눈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관리감독 : 본부 권한 크고,  교육보다  유치 대학의 핵심 교육과  연구에 더 많이 개입
– 교육과정: ‘구체적인 설명 없고, 민감한 문제  정치적 개입’
– 교사고용: ‘직원 고용에 통제 간섭해  고용차별 문제 발생시켜’
– 교사행위: ‘민감한 사안이 있을 경우  학생 선동해  정치적 운동에 이용’ 

강자에겐 ‘융통성’

공자학원은 유독 미국에 많이 분포돼 있다. 한국과 러시아가 각각 17개, 캐나다 11개에 비해 미국은 80개 이상이다. 사린스 교수는 미국에 공자학원이 많이 분포한 이유가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퍼뜨리기 위한 전략적 지역이라 접근방법이 다른 나라와 다르고, 미국 내 대학들의 중국자본에 대한 탐욕과 미국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접근이 맞아 떨어진 점”을 들었다.

공자학원은 미국 엘리트 대학과의 협상에서 매우 유연적으로 대응한다. 아이오와대학교(University of Iowa)의 경우 공자학원 측의 저자세를 읽을 수 있는 좋은 예다. 아이오와 대학 측은 한판의 간섭 없이 모든 직원들을 내부적으로 고용하는 조건을 요구했고, 한판은 수용했다. 미국의 대형 공립대학이라는 점이 유리한 위치로 작용한 것이다. 반대로 캐나다 맥마스터(Mcmaster University)대학교의 경우 대학 측이 고용 차별로 소송 사건 후 재협상을 시도했지만, 한판은 수용하지 않았다. 사린스 교수는 “한판이 몇몇 미국대학들에 기꺼이 순응하는 이유는 학교마다 자신들의 이익 규모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미국 대학에 대한 양보로 인한 손실은 글로벌 프로그램을 위한 장기적 이익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연세대학교가 ‘공자아카데미’를 개원했다. 중국교육부의 협력으로 개원한 ‘연세대 공자아카데미(延世大學孔子學院)’는 연세대가 중국 쓰촨성 ‘사천사범대학(四川師範大學)’과 함께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사진은 행사 당일 현판식에 참여한 사천사범대학교 저우제밍(周介銘·왼쪽) 총장과 연세대학교 정갑영 총장의 모습. | 에포크타임스

정치색 짙은 교육과정

공자학원의 교육과정은 구체적이지 않다.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거론되는 지식이나 학문적 자유의 공통적 표준에 반대되는 중공의 정책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판의 웹싸이트에는 정치색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웹싸이트에는 “하나의 중국 정책(one china policy)”에 따라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고 ‘중국의 가장 큰 섬’으로 묘사하고 있다.

6.25전쟁에 관한 비디오는 더 큰 문제다. 비디오에는 중국인들이 전쟁에 참전한 이유가 미국이 한국과 중국 경계선 근처인 중국인 마을을 폭파시켰기 때문이라고 나온다. 미국이 유엔안전이사회가 미군의 한반도 공격을 확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도록 조작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비디오는 런던 경제학교(London School of Economics)크리스토퍼 휴스 교수가 동료 교수들에게 그 비디오 링크를 보낸 다음 날인 지난해 6월 11일 한판 사이트에서 삭제됐다. 당시 런던 경제학교 교수들은 교내 공자학원 강의 자료에 대해 논쟁 중이었다.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 이하 NSW)주 정부는 공립학교내 공자학원 수업폐지를 청원한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4000명 이상의 서명서와 함께 의회에 제출했다. 주 정부는 “톈안먼 대학살과 중국의 인권 등과 같은 주제로 (공자학원) 프로그램이 토론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외국 정부가 NSW 학교의 교육내용을 좌우지해서는 안된다. 교육내용은 (정치적)선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마니토바 대학교(University of Manitoba)는 “중국에서 논쟁이 되는 주제를 캐나다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을 정치적으로 방해한다”는 이유로 공자학원을 허가하지 않았다. 마니토바대 아시아 연구의 테리 러셀(Terry Russell) 교수는 “그들은 우리가 중요한 질문이나 학문의 자유로 여기는 것에 어떤 특별한 관심도 없다… 공자학원은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의 에이전트다. 공자학원은 캠퍼스로 들어와도 공식 노선에 따르는 것 말고는 현재의 프로그램들에서 중국 인권에 대한 토론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사 고용 차별

지난해 캐나다 맥마스터(McMaster) 대학은 고용차별에 대한 법적소송에 휘말렸다. 대학 내 공자학원 강사였던 소니아 자오(Sonia Zhao)가 맥마스터(McMaster) 대학을 상대로 온타리오의 인권재판소(Human Rights Tribunal of Ontario)에 고용차별 소송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2011년 중국에서 온 공자학원 강사였던 소니아 자오(Sonia Zhao)는 “우리반 학생들이 티베트나 다른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나에게 묻었을 때 나는 내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베이징에서 강사 연수를 받는 동안 그들은 ‘이것에 관해 말하지 말라. 학생들이 고집을 부리면 당신은 주제를 바꾸거나 중공이 선호하는 것들을 말해주도록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맥마스터 대학내 공자학원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파룬궁을 수련한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고,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중공이 선호하는 것을 말해야 했다. 캐나다 글로벌 앤 메일 (Globe and Mail) 신문이 입수한 소니아 자오의 고용계약 사본에 따르면, 중국에서 서명한 계약서에는 ‘(공자학원) 강사들은 파룬궁과 같은 불법 조직 참여를 불허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파룬궁을 금지한다는 내용은 맥마스터(McMaster)가 공자학원과 계약체결 당시 한반 웹싸이트에도 있었다. 결국 맥마스터는 공자학원과 결별했다. 관계자는 “우리는 하나의 포괄적인 커뮤니티, 다양성에 대한 존중, 개인 시각에 대한 존중, 이런 것들을 말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매우 분명한 교훈이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 선동해 정치적 운동에 이용

공자학원을 유치한 워털루 대학(University of Waterloo)의 책임자는 중국인 강사들의 고용계약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며 고용조건을 통제 관리할 능력도 없다고 고백했다. 공자학원이 중국인 강사 채용에 관해 독점적 권한을 가졌다는 사실은 2008년 워털루 대학 공자학원 중국인 책임자가 중국 당국의 티베트 탄압사건에 대해 중국당국을 옹호하기 위해 했던 공격적 행동과 그녀와 같은 행동을 취하도록 학생들을 동원한 사실을 설명한다.

워털루 대학교 공자학원 책임자인 얀리(Yan Li)는 공산당 기관지 신화사 기자 출신이다. 2008년 중국당국이 티베트를 탄압했을 때 얀리는 “캐나다 매체에 맞서 싸우기 위해” 워털루 공자학원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얀리는 수업에서 티베트가 중국 내에 있는 지도를 보여주며 티베트 역사와 그 당시 중국당국의 티베트 탄압상황에 대한 그녀의 인식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캐나다 언론들에 반대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신문, TV, 온라인 등에서 반대시위를 벌였다. 시위 이후 결국 한 TV방송국은 공식 사과를 했다.

멋모르고 우후죽순 공자 모시기

공자학원은 해외에서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인권과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논란은 더 첨예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은 공자학원에 대해 조용하다. 오히려 대외 이미지 제고와 교류 활성화를 위해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2004년 11월 서울 공자아카데미가 설립된 이후 공자 학원은 호서대, 안동대, 인천대 등 전국 19개 곳에 들어섰다.

국내 공자아카데미 관계자들이 ‘중국에서 파견한 강사와 원서’로 배운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뒤집어 해석하면 중공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가미된 교재로 공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공자아카데미에서 채용한 교재인 ‘한어구어속성’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가짜 상품 무역량이 5%에 달했다. 소비자 각자는 국가 법률의 힘에 의지해 가짜 상품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글자는 ‘I’이며, 중국은 ‘We’다’ ‘한 미국인이 달을 경매에 부쳤는데, 더 놀라운 것은 이걸 사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다. 보통사람부터 정부관리까지 다 있었으니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 교통체증을 두고) 한 나라가 발전 중일 때는 문제가 늘 많기 마련이다. ‘부패는 중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세계반부패수뇌회의에서 부패가 발전과 함께하는 것을 확인했다. 제3세계 기업 40%가 뇌물수수를 인정했고 라틴아메리카 기업 뇌물수수율은 80%다’ 등 타국을 끌어들여 자국 문제를 희석하고 확인되지 않는 정보로 반미 감정을 조성하는 내용들이 다수 있다. 적지 않은 한국인이 ‘(정부 주도의) 공신력 있는 중국어 교육’을 받으려다 돈을 주고 중공의 선전을 배운 셈이다.

지난해 5월 美 국무부는 공자학원 중국인 교사에게 교환방문용 비자 입국을 불허하고 정식 취업비자를 받아올 것을 통보해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 공자학원이 중국공산당의 사상 전파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터라 비자 불허 문제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달 15일에는 연세대학교에서 공자학원이 개관했다. 기념 특강에서 연세대학교 김선자 교수는 “공자는 사람을 중시했던 그의 본의와 다르게 사람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어갔다”며 “공자의 이름으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세계인에게 알려 ‘조화로운 세상(和)’이 되기를 꿈꾼다면, 그리고 나아가 진정한 ‘중국의 꿈(中國夢)을 이루고자 한다면, 공자의 이름에 이데올로기의 너울을 씌우려는 그 어떤 움직임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자학원, 요란한 허울을 벗기고 속내를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