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출범 1년… 기소 ‘0’ 초라한 성적표

최창근
2022년 01월 21일 오후 5:14 업데이트: 2022년 01월 21일 오후 5:14

공수처 출범 1년 24건 수사, 기소 0
수사 경험 보유 검사 부족… 차장은 스스로 아마추어 자인
산파 역할 한 참여연대도 비판

2021년 1월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1주년을 맞이했다. 1주년 기념식은 오후 2시, 공수처가 입주한 정부과천청사 5동에서 김진욱 공수처장, 여운국 차장 등 내부 구성원들로만 비공개로 치러졌다. 지난해 출범식 때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관련자들을 초청하여 성대한 출발을 한 것과 비교된다. 기자간담회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는 공수처 1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부정적 평가를 의식한 듯 보인다. 출범 당시부터 제기된 수사력에 대한 의문은 독립적인 수사에 따른 기소율 제로(0)로 이어졌다. 이는 공수처의 수사력에 의구심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제1호 수사‘로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의 부당 특별 채용 의혹을 파헤쳤다. 공수처는 약 4개월간 수사하다가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검찰은 조 교육감을 다시 수사해 기소했다. 조 교육감 사건은 공수처의 유일한 기소 건이지만 공수처만의 성과로 보긴 어렵다.

수사 사건 처리도 미진하다. 고소, 고발 등으로만 2700건 이상의 사건을 접수했지만, 직접 수사에 착수한 것은 24건, 전체의 1%도 안 된다. 오히려 공수처가 손대는 사건마다 정권 봐주기, 야당 표적 수사, 언론과 민간인 사찰, 불법 압수 수색, 피의자 권리 침해 등 논란만 일으키고 있다.

공수처가 지금까지 입건한 사건은 모두 24건이지만, 같은 사건을 혐의나 당사자 별로 나눠 놓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수사 사건은 12건으로 줄어든다. 그중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관련 사건이 4건이다. 수사 대상 고위 공직자가 7100명인데 한 사람에게 표적을 맞췄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다.

제1호 사건으로 기소 권한도 없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불법 특채’ 의혹 사건을 수사해 면피성 수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소환 시에는 공수처장 관용차를 이용하여 이른바 ‘황제 조사’ 논란도 불렀다. 최근엔 정치인, 언론인을 넘어 민간인까지 무분별한 통신 자료 조회로 ‘통신 사찰’ 논란에 휩싸였다.

공수처의 수사 부진은 사건 접수·분류 단계부터 문제시된다. 검찰,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 달리 공수처는 사건이 접수되면 수사 여부를 판단하는 별도 절차를 두고 있다. 모든 사건에 대해 담당 검사가 분석·검토 보고서를 올리면 공수처장이 수사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돼 있다. 시간 소요는 필연적이다.

지금까지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 2707건 중에 입건, 불입건, 이첩 등 처리 방향이 결정된 것은 1951건(72%)에 그쳤다. 그중 분류조차 못 한 사건이 756건(28%)이나 된다. 지난해 검찰은 접수한 사건 239만 7832건 중 92%를 기소, 불기소, 이송 등으로 처리했다. 미결은 8%에 그쳤다. 경찰도 작년에 발생 범죄 158만 7866건 가운데 81%를 검거했다.

공수처의 수사력 부족은 예견됐다. 공수처 최대 약점은 검사들의 수사 실무 경험 부족이다. 공수처 소속 검사 23명 중 검찰 출신은 5명(21.7%)에 불과하다. 공수처가 주로 다뤄야 할 사건은 권력형 비리나 부패 범죄다. 수사와 법리에 밝은 검사·판사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상당한 수준의 수사 능력이 필요한 일들이지만, 수사를 주도하는 검사 가운데 실무 경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수장인 김진욱 처장도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으로 수사 경험이 전무하다.

이에 대하여 공수처는 인력·예산 부족 탓이라 항변한다. 조직 규모가 작아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공수처는 순천지청 사이즈”라며 “사건을 다 수사할 수는 없다”고 했다.

공수처에는 처장·차장을 포함해 검사 23명이 있다. 김진욱 처장의 말대로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검사 29명)과 비슷한 규모이다. 2020년 순천지청은 총 2만 1867건을 수사했다. 1만 1438건을 기소, 나머지 1만 429건을 불기소처리했다. 반면 공수처는 지난 한 해 24건을 수사하는 데 그쳤다. 반면 공수처 연간 예산은 지난해 180억 원, 올해 200억 원 규모이다.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 1년 예산은 22억 원 선으로 1/9에 불과하다.

공수처(公搜處)가 아니라 공수처(空手處)라 평가받는 공수처에 대해서 ‘산파’라 할 수 있는 참여연대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1월 21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참여연대는 “공수처는 검찰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가 저지른 범죄를 엄단하는 동시에 인권친화적 수사를 하는 기관으로 타기관의 모범이 되길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이 쌓여 만들어졌다”며 “공수처가 그 존재만으로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기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1년간 공수처가 보인 모습은 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소환 논란을 일으켰고, 제1호 사건으로 전형적 부패 범죄라고 하기 어려운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채용비리 사건을 정했다”며 “고발사주 수사는 부진했고, 현직 검사의 비위 사건까지 수사 후 다시 검찰로 돌려보내는 등 존재 이유를 스스로 훼손한 일도 있었다”고 조목조목 지적하며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마지막으로 “존재만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 이제 존재의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며 “설립 1주년을 맞아 공수처가 역사가 요구하는 역할과 기능을 다할 것을 시민의 이름으로 요구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