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공산주의 선전기관 공자학원 국내 침투 실태 연구서 발간

이윤정
2020년 12월 4일 오후 7:17 업데이트: 2024년 01월 27일 오후 9:04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한국 내 공자학원의 실태 및 대책에 관한 연구’ 보고서 발간기념회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민단체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CUCI·Citizens for Unveiling Confucius Institute)’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한국 내에서 공자학원의 실태를 알리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한민호 CUCI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행사에는 주최 측 포함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 2명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경희 국민의 힘 의원은 축사에서 “중국 공산당이 세계 각지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인류의 안정과 번영을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의 통제와 지원을 받는 공자학원의 위험한 실체를 밝히기 위한 이 자리가 대한민국에 퍼져있는 중공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경희 국민의 힘 의원 | 사진=이유정 기자/에포크타임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중국어·중국문화 교육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4월 기준, 162개 국가에 공자학원 545곳, 공자학당 1170개가 설립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설립 취지와 달리 중국 공산당의 해외선전 공작기관이었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캐나다 맥마스터대가 서방국가로는 최초로 공자학원을 폐쇄했고 지난 11월까지 유럽에서 60개 공자학원이 문을 닫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올해 연말까지 현재 미국에 남아 있는 75개 공자학원을 모두 폐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국은 지난 2004년 세계 최초로 공자학원이 문을 연 이래 23개 대학(1곳은 학원)에 공자학원이 설립됐고 고등학교 4곳과 사설학원 1곳에 공자학당이 운영 중이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숫자이며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자학원에 관한 실태보고서조차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번 행사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자학원 실태를 조사·연구한 보고서를 내고 발표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24일 공식 발족한 CUCI는 지난해부터 공자학원의 실체와 폐해를 조사해온 ‘공자학원조사시민모임’, ‘공자학원추방국민운동본부’, 해외 기관들이 연대해 결성됐다.

공자학원, 공산당 체제 선전 기구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제봉 울산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공자학원 설립 이후 계속 확장 추세인데 국내에서는 그 위험성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 보고서를 첫걸음으로 많은 분이 공자학원의 실상을 제대로 알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제봉 울산대 교육대학원 교수 | 사진=이유정 기자/에포크타임스

이 교수는 연구 결과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의 선전도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공자학원 교재를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공자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가 대부분 중국 공산당 찬양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자학원에서 사용하는 어린이용 교재 ‘나와 함께 중국어를 배워요’에는 ‘홍호의 물, 파도가 일고 일다(洪湖水 浪打浪)’라는 노래가 실려 있다. 가사는 “중국공산당의 은혜가 동해바다보다 깊다” 등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교재의 저자도 문제시됐다. 공자학원 범용 중국어 교재 ‘한어구어속성’의 저자 마젠 페이는 전 세계 공자학원을 총괄하는 중국 국가 한판 중국공산당위원회 서기다. 그는 2016년 공자학원을 언급하며 “전 세계 130여 개 국가에서 오성홍기를 꽂는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한 공자학원이 ‘공자’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지만 공자사상을 왜곡 폄하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대학 출판사 발행 대외중국어교재·문화중국어 시리즈 ‘중국 이해하기’는 공자의 논어 중 특정 구절을 왜곡 인용해 △공자는 농민을 경시했다 △공자는 부를 탐하는 속물이었다 △공자가 상민과 여성을 업신여기고 비하했다고 기술했다.

중국 공산당은 문화대혁명(1966~1976) 기간 중국 전통 신앙과 문화를 말살시켰으며 공자는 가장 먼저 타도의 대상이 됐다.

문화·교류 행사, 중국 공산당 지지하는 네트워크 형성

한국 내 설치된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 이데올로기 선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또 다른 방증은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과 행사들이다.

중국어 시낭송 대회, 작문대회, 중국어 암송대회 등을 열고 수상자에게 수 백만원 상당의 상금, 중국 금융기업 취업 보장 증서 등 각종 혜택을 준다.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학비·기숙사비를 포함한 생활비, 종합의료보험료 등을 대부분 보조받는다.

각종 중국어 대회가 지닌 두드러진 문제점은 주제에 대한 사전 검열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민감한 영토문제인 대만·티베트·신장 위구르 문제·파룬궁 문제 등 중국 당국에 비판적인 내용을 소재로 삼았을 경우 본선 진출은 불가능하다.

각종 경진대회가 내건 혜택에 참가 대학생들이 순치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중국 공산당은 공자학원을 매개로 한 각종 교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정책을 지지하고 공산당에 우호적인 태도를 지닌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관리한다.

공자학원이 주최하는 문화탐방 및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하나같이 “중국에 대한 편견을 깨고 친절하고 청결한 현대 중국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됐다”, “다른 사람에게도 중국 탐방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알리겠다” 등의 소감을 말했다.

교육자와 이른바 사회지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각 대학 내 공자학원 주최로 매년 개최되는 한국 초·중·고등학교 교장 중국 연수, 중국어 담당 교사를 대상으로 한 직무연수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공자학원, 보이지 않는 위험

이어서 발제에 나선 최창근 신동아 객원기자는 “공자학원은 샤프 파워의 첨병”이라며 “일대일로 건설 사업이나 산업 스파이는 ‘눈에 보이는 위험’이지만 공자학원 같은 문화적 침투는 가늠하기 힘들고 파급력을 예측하기도 힘든 ‘보이지 않는 위험’이라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창근 신동아 객원기자 | 사진=이유정 기자/에포크타임스

‘샤프파워(sharp power)’란 회유, 협박, 교묘한 여론 조작 등을 통해 비밀리에 상대국의 정치 정보 환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공자학원에서 공산주의를 찬양하고 친중적 관점을 주입하는 교재로 공부한 학생들이 10~20년 후에는 얼마나 많이 배출되겠나”라며 “그들이 오피니언 리더로 성장해 한국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공자학원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체적 노력이 중요하지만, 대학에서 자발적으로 폐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부가 공자학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국회는 관련법을 정비해 중국 공산주의 사상 전파, 자유 민주주의 체제 파괴, 산업기술 유출을 차단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