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국방위 여야 위원들 軍 질타

2021년 06월 9일 오후 5:07 업데이트: 2021년 06월 10일 오전 10:33

서욱 국방부 장관, 사건 발생 18일 만에 사과…“무거운 책임 통감한다
권인숙 위원 “여군, 동료가 아닌 술자리 꽃처럼 인식”
국방위원회 간사 “장관직, 국방부 명운 걸고 진상 규명해야”

서욱 국방부 장관은 9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으나 회유와 은폐 압박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공군 이 중사 유족과 국민들에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건 발생 18일 만이다.

서 장관은 “최근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등으로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매우 송구합니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합니다”고 입장을 밝히고, “이번 사건을 위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회유, 은폐 정황과 2차 가해를 포함한 전 분야에 걸쳐 철저하게 수사하여 엄정하게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국방위 소속 여야 위원들은 군 당국의 사건 은폐 의혹과 미흡한 사후 조치에 대해 한목소리로 강하게 군을 질타했다.

권인숙 위원(더불어민주당)은 ‘군 성폭력 피해자 자살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냐’는 질의에 서 장관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권 위원은 “우리나라 여군은 현재 약 1만 3600명 정도가 되고 전체 군 간부 중 여군 비율은 7.4%가 된다. 여성 간부 중 천여 명이 성희롱 피해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위원은 “현재 서 장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권 위원은 군은 이제까지 성폭력 사건 묵인 방조로 징계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군을 동료나 전우로 생각하지 않고 “술자리 꽃”처럼 부르는 일, 성추행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원식 위원(국민의힘)은 군의 비협조적인 자료 제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5월 30일부터 사건에 대한 자료를 총 12건을 요청했지만 4건의 자료만 받을 수 있었고 8건은 받지 못했다”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핑계가 2~3건이 있고, 나머지는 일반적인 현황자료(16년 이후 군 성범죄 현황, 군법무관 봉급 내역 등) 요청이었다. 자료를 일주일 동안 받지 못한 것에 대해 국방위에 있으면서 이렇게까지 비협조적인 것은 처음이라 이상한 생각이 든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안규백 위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건도 제도가 미비한 것이 아니라 지휘관들의 젠더 인지에 대한 인식의 부족, 학습의 반복 등의 이유로 발생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 1월 4일 공군의 ‘인권나래센터’를 출범했지만 직제상의 페이퍼 조직이지 작동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군인 출신인 한기호 위원(국민의힘)은 공군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인 작년 7월 코로나19 상황에 제20전투비행단 관계자들은 방역수칙을 어기고 5인이 음주회식을 했는데,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사건 은폐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20전투비행단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군인 5명이 자살을 했으며 이 중 4명은 부대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지만 군에서는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은 제20전투비행단의 또 다른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최근 전역을 불과 두 달 남겨둔 하사 한 명이 목숨을 끊었다”며 “유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작전사령부 지침상 분기에 한 번 하는 관제사례발표를 16번이나 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이게 맞느냐’는 질의에 정상화 공군참모차장은 “그 내용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국방위원회 간사인 기동민 위원(더불어민주당)은 서 장관을 향해 “장관이 직을 걸고 국방부의 명운을 걸고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 끼친 데 대해 거듭 송구하단 말씀을 드립니다”며 “군 통수권자이신 대통령께서 우리 군 자정 능력과 의지를 믿어주신 만큼, 국민 요구와 눈높이에 맞춰 정의와 인권을 위해 ‘신 병영문화’를 재구축하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방위 위원들은 이날 질의 시작 전에 공군 이 중사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취재본부 이진백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