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 기증자’ 나타나 해맑게 웃으며 수술실 들어갔던 5살 백혈병 환자의 비극

김연진
2020년 02월 8일 오전 2:2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18

“백혈병에 걸린 5살 꼬마에게 골수를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꼬마는 골수 이식 전, 처치에 들어갔다. 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식으로 고용량 항암제를 투약해 문제가 있는 골수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의 골수 세포를 모두 죽여놨는데, 기증을 약속했던 사람이 갑자기 기증 의사를 철회했다”

“아이의 부모는 거의 미쳐버렸다. 꼬마는 결국 죽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놀랍게도 실제 사례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강주성 저)’에서 소개됐다.

5살 환자는 목숨을 잃었지만, 기증을 거부한 사람에게는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 기증을 강제할 수도 없다.

환자가 전 처치까지 모두 받아서 골수 기증이 없으면 사망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해도, 반드시 기증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도 있었다. 56세 정모씨는 골수이형성증후군을 진단받은 환자였다. 그는 조혈모 세포 이식이 절실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런 정씨에게 기적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조혈모 기증센터에 기증을 약속한 등록자 중에서 정씨와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람이 13명이나 됐다. 기증 가능자가 13명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 기적은 곧 비극으로 변해버렸다. 13명 전원이 갑자기 기증을 거부했다는 것.

정씨 부인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이제 살겠구나, 희망을 많이 가졌는데…”라며 눈물을 쏟았다.

과거 SBS 뉴스는 위 사례를 소개하며 “기증 거부 1,700명…’그 마음을 돌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로 기증 거부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증 거부는 1090건이었는데, 2014년에는 1740건이나 됐다.

SBS뉴스

이는 기증이 가능한 사람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돌연 기증을 거부하거나, 기증 의사를 철회한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렇게 거부 사례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조혈모 세포 이식에 대한 오해다.

기증이 건강에 나쁘거나 위험하다는 오해 때문에 기증을 거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며, 대개 팔꿈치에서 조혈모 세포를 채취하는 ‘말초혈조 혈모세포 채취’ 방법이 이뤄진다. 입원 기간도 짧고, 퇴원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간단한 수술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매체는 우리나라에 골수 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가 3천명이 넘으며 이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까지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명의 기증자가 기증을 거부하면,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아픔은 너무나도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