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귀지’를 분석하던 과학자들이 놀라운 사실 3가지를 밝혀냈다

김연진
2020년 08월 3일 오전 11:56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42

인간과 같은 포유류이며, 지능이 높은 동물로 알려진 고래.

대부분 모르는 사실이지만 고래의 몸에서도 귀지가 나온다. 그런데 이 귀지를 분석하던 과학자들이 놀라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6개월에 한 번씩 극지방과 적도 부근을 오가는 고래들은 귀의 분비물이 귀지로 딱딱하게 굳으며 ‘나이테’와 비슷한 흔적이 남는다. 즉, 6개월에 한 번씩 나이테가 생기는 셈이다.

이 나이테를 통해 고래의 나이를 유추할 수 있다.

Baylor University

또 이 귀지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는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이 쌓이는데, 이를 통해 최근 150년간 고래들이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미국 베일러대학교 스티픈 트럼블 교수팀은 우선 선박과 충돌해 죽은 12살짜리 수컷 대왕고래에서 25cm에 이르는 귀지를 확보해 분석했다.

이 귀지에서는 코르티솔뿐만 아니라 성장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도 발견됐다. 더욱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대왕고래와 참고래, 혹등고래 등 고래 20마리의 귀지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공통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분비가 활발했던 시기가 있었다.

Baylor University

첫째, 제2차 세계대전.

둘째, 불법 포경이 만연하던 1960년대.

셋째, 환경 오염이 시작된 200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지난 1940년대. 수중 폭발과 잠수함의 폭격, 바다 전투 등이 벌어지자 고래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 전 세계적으로 불법 포경이 기승을 부리던 196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던 고래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코르티솔이 다량 분비됐다.

연합뉴스

불법 포경이 최고조에 이르러 고래 15만 마리가 잡혔을 때, 고래의 스트레스 호르몬도 최고조였다. 1970년대에 와서 불법 포경이 줄어들자 호르몬 수치도 줄었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환경 오염으로 바다에 쓰레기가 쌓이고, 수온이 올라가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벌어지면서 또다시 고래의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약 150년간 고래가 위협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