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글 속 주름진 눈가…76세 보건소 의사의 생애 마지막 봉사

연합뉴스
2020년 03월 13일 오후 1:20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01

코로나19 최전선에 뛰어든 부산 북구보건소 문성환 의사

코로나19 최전선에 뛰어든 70대 의사 | 연합뉴스

“생애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부산 북구 드라이브 스루(승차 진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하는 한 의사 고글 속 주름이 눈에 띈다.

주인공은 부산 북구 보건소 의사 문성환(76) 씨.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인 보건소에서 의심 환자 검체채취 임무를 하는 등 가장 힘들고 어려운 임무를 자청하고 있다.

그는 1968년 의사 생활을 시작해 52년간 환자를 돌본 베테랑 의사다.

개인 병원 운영을 접고 평범한 시민으로 잠시 돌아간 뒤 2018년부터 북구 보건소에서 의사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올해 8월 퇴직을 앞둔 문 씨는 지난 1월 말부터 보건소가 코로나19로 인해 비상 근무 체제에 들어가면서 거의 쉬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최전방 지키는 70대 의사 | 연합뉴스

문 씨는 “의사 인생 거의 막바지에 코로나19를 만났다”며 “방호복을 입고 고글을 쓰고 있으면 숨도 가쁘고 눈도 침침하지만, 생애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며 힘이 닿는 한 끝까지 해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북구 보건소가 기존 선별진료소를 계속 운영하면서 부산에서 최초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한 데는 문 씨를 비롯한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 씨는 이미 한 달 넘게 기존 선별진료소에서 쉴 틈 없이 진료를 봐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구민 안전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문을 열자 검체 채취 업무를 자원했다.

문 씨는 “검체 채취를 하다 보면 의심 환자가 재채기하거나 구역질을 심하게 할 때가 있어 보호복을 착용했다고 하더라도 결코 쉬운 일을 아니다”며 “눈도 침침하고 허리도 아프지만, 더 힘들 환자들과 의심 환자들을 생각하면 내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안전하게 진료를 보더라도 항상 감염 위험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자녀들과 손자도 집에 오지 못하게 하고 집 안에서도 아내와 최대한 떨어져 지낸다.

문 씨는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에게 모두 더 좋은 방향으로 의료 환경이 바뀌길 희망한다”며 “퇴임하기 전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방호복을 벗고 활짝 웃는 문성환 씨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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