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못 잡는다고 포기한 ‘중고거래 사기꾼’ 3일 만에 잡은 시민

김연진
2020년 08월 3일 오전 11:39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42

“전형적인 중고 거래 사기네요”

“계좌 추적해봤자, 어차피 대포 통장이라 잡기 쉽지 않을 겁니다”

경찰도 중고거래 사기꾼 잡기를 포기했다. 그러자 피해를 당한 한 시민이 직접 나서서 잡기로 했다.

미친 듯이 사기꾼의 뒤를 쫓았고, 단 3일 만에 그 꼬리를 밟았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잡아 경찰에 넘겼다.

지난 26일 KBS는 중고거래 사기꾼을 직접 잡은 박중원씨의 사연을 전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장난감 30만원어치가 올라왔다. 세 아이의 아빠인 박씨는 저렴한 가격에 혹했다.

“사기 아닐까?”라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 거래자의 신분증과 계좌번호, 편의점 택배 송장까지 직접 보내주며 안심을 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금 후 며칠이 지나도 장난감은 오지 않았다. 사기였다.

이에 지난 7월 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잡기 어렵다”는 말만 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박씨는 포기하지 않고 직접 나섰다.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 5명과 함께 자료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기꾼이 모두 같은 편의점에서 택배 송장 번호를 보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분증, 택배 송장의 코드 번호 등으로 지역을 유추해 해당 범위에 있는 편의점들을 5시간 넘도록 뒤졌다. 그러나 사기꾼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그때, 박씨에게 사기를 친 사기꾼이 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다른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68만원짜리 휴대전화를 판매 중이었다. 박씨는 곧바로 연락해 “휴대전화를 사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꾼에게 “택배 영수증 좀 보내 달라”고 말했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KBS

사기꾼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러 찢어진 영수증을 보내왔다. 사진 초점도 맞지 않았다.

여기서 포기할쏘냐. 박씨는 찢어지고 흔들린 영수증 사진에서 편의점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그러자 한 편의점과 연락이 닿았다. 평택의 한 편의점이었다.

곧장 해당 편의점으로 향한 박씨는 한 남성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진짜 범인이 아니었다. 중간책이었다. 진범은 따로 있었다.

이에 박씨는 중간책인 남성에게 진범을 잡자고 설득했다. 중간책도 진범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박씨가 생각해낸 것은 ‘퀵 배달’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퀵 배달’로 현금을 보내주겠다고 꾀어 현장을 덮치기로 한 것. 사기꾼에게 현금 68만원을 인출해 사진까지 보내준 박씨는 “휴대전화를 사겠다. 그곳까지 돈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퀵 배달기사와 함께 박씨가 향한 곳은 서울 서초구의 한 독서실 건물이었다. 모두를 속인 사기꾼은 17살 고등학생 이모씨였다. 사기 피해자 중 한 명인 박씨는 단 3일 만에 사기꾼을 잡았다.

박씨는 “경찰이 바쁜 것은 알지만, ‘잡기 어렵다’고 단정 내리지 않고 소액 사기 사건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중고거래 사기꾼 이씨는 경기 평택경찰서에서 사기 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