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지속세…소비 3개월 연속 감소, 반도체 생산 급감

이윤정
2022년 12월 29일 오후 12:47 업데이트: 2022년 12월 29일 오후 12:47

지난달 생산이 소폭 증가했지만, 소비는 3개월째 감소하면서 내수마저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 생산이 10% 넘게 급감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12월 29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1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5.3으로 전월보다 0.1% 증가했다. 지난 7월~10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하다 11월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5개월 만에 국내 생산이 소폭 반등한 건 제조업(0.5%)을 비롯한 광공업 생산이 자동차, 기계 장비, 의약품 등을 중심으로 0.4% 증가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광공업 생산이 0.4%, 자동차 9.0%, 공공행정은 2.1% 각각 생산이 늘었다.

하지만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 판매는 9~11월 3개월 연속 동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점업(-4.0%) 등을 중심으로 0.6% 감소했다. 지난해 12월(10.9%) 이후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통계청은 대면 서비스 부문이 타격을 받은 것을 두고 10월 말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도 지난달보다 1.8% 줄었다. 소매판매가 승용차 등에서는 증가했으나 가전제품·통신기기·컴퓨터 등에선 감소해 전체적으로 1.4% 줄어들었다. 의복·신발·가방, 오락·취미·경기용품, 화장품 등에서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반도체 생산은 두 자릿수로 급감하는 등 반도체 경기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1% 감소해 지난 8월 12.8% 감소 이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반도체 가동률도 12% 감소했다. 10월, 11월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7.4%, 29.8% 감소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 봉쇄 조치 여파로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 수요가 둔화하면서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생산이 감소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앞서 한국은행이 3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28일 발표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모든 산업의 업황 실적 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한 75를 기록했다. 지난 8월, 81을 기록한 뒤 9월(78)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나타낸 것으로, 100보다 낮으면 그만큼 부정적 응답이 많았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이달 제조업 BSI가 나빠진 주원인으로 반도체 업황 부진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경기 악화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재고 증가와 가격 하락, 수익 악화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경기둔화, 반도체 경기하강, 금리 상승 등으로 수출·투자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흐름이 제약되면서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생산 측면의 부담 요인으로 △수출 감소세 지속 △반도체 재고 누적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여파를, 소비·투자 측면의 위험 요인으로는 ▲높은 물가 수준 ▲주요국 통화 긴축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