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특별취재] 경기도지사 후보 4인 TV 토론…정책·의혹 날선 공방

이윤정
2022년 05월 24일 오전 6:28 업데이트: 2022년 05월 24일 오전 9:14

김은혜, 재산세 감면·초등생 무상 급식·24시간 어린이 병원
김동연, 한국형 실리콘밸리·경기북부 특별자치도·통합정치
황순식, 그린 주거·그린 교통·그린 산업·공공의료
강용석, 지하철 지선 확대…4년 임기 내 가능

6·1 지방선거를 9일 앞둔 5월 23일, 경기도지사 선거 후보 4명이 TV 토론회에서 격돌했다. 인구 1360만 명의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는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경기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도지사 후보 토론회는 이날 오후 11시 10분부터 서울 상암 SBS 스튜디오에서 100분 동안 진행됐다. 지난 9일에 이어 두 번째 방송 토론이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 김은혜,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정의당 황순식, 무소속 강용석 후보가 초청됐다. 초청 대상 후보자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2(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담·토론회) 제4항에 따라 추천 정당의 국회 의석수(5석 이상), 직전 선거 득표율(3% 이상),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5% 이상) 등으로 결정됐다.

시작 발언에서 김은혜 후보는 “경기도민을 위해서 GTX 사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600만 원 지급,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김은혜 공약이 윤석열 정부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말뿐인 공약이 아니라 실질적인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는 “살림도 해본 사람이 잘한다. 말꾼이 아니라 일꾼을 뽑아야 한다”며 “서민에 대한 깊은 공감, 청량함, 정직함, 나라 살림을 책임졌던 유능함을 가진 저 김동연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으로 성과를 만들었던 실력으로 경기도민의 삶의 질을 한 층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황순식 후보는 “여당의 독주와 정쟁 속에서 민심, 민생은 또다시 사라질지 모른다”며 “바꿔달라. 변화를 만들겠다”라고 호소했다.

강용석 후보는 삭발한 머리에 ‘검수완박 결사반대’ 머리띠를 두르고 “왜 삭발했는지 의문을 갖는 것 같아서 검수완박 결사반대 머리띠를 하고 왔다. 법안이 통과됐지만, 국민의힘 어떤 의원도 제대로 된 투쟁을 하거나 반대하지 않았다”며 “한동훈 장관이 선임돼 제대로 대응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5월 23일 열린 경기도지사 선거 후보 TV 토론회 장면 | 연합뉴스

4인 4색 정책 공약

이어서 진행된 ‘공약 검증 토론’에서 각자 대표 공약 3가지를 발표한 뒤 상호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동연 후보는 △한국형 실리콘밸리 추진 △경기 북부 특별자치도 설치 △도민만 바라보는 통합의 정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수원과 성남 군 공항 이전지 등에 쾌적한 주거환경, 복합 문화도시를 만들어 경제 활력을 만드는 성장 허브를 개발하겠다”며 “정부 규제로 발달이 낙후된 북부에 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도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함께 경쟁하는 후보들 공약을 같이 검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순식 후보는 △그린 주거 △그린 교통 △그린 산업 △공공의료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시세의 1/4로 저렴한 비용으로 살 수 있는 주택 공급, 대중교통비 연 30만 원 지원, 공공의료 확충 등을 통해 경기도를 그린으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대해 김동연 후보는 “추구하는 가치가 황 후보와 같은 방향이 많다”며 “특히 공공의료 정책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은혜 후보는 “교통은 30만 원 바우처 대신 국토교통부의 알뜰교통카드 마일리지 확대 등이 더 낫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강용석 후보는 “경기도민의 가장 큰 고통은 역시 교통”이라며 도지사 권한과 경기도 예산 내에서 할 수 있는 현실적 교통 해결책으로 지하철 ‘지선’ 확대를 제안했다. 김은혜 후보와 김동연 후보도 강 후보의 ‘지선’ 대안에 공감을 표했다.

김은혜 후보는 “현실성 있는 고민”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시간 안에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강용석 후보는 “1개 노선당 3~4천억으로 추진할 수 있어 임기 4년 안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동연 후보 역시 “지선 얘기가 타당성 있다”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광역버스 확충과 심야버스 확대는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문하자 강 후보는 “대중교통 시간 연장을 추진하려 했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장을 발표해 해소될 것으로 보이고, 경기도에 관광버스가 많이 모여있는데 심야 시간에 투입해 심야시간 교통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은혜 후보는 △1가구 1주택 재산세 100% 감면 △초등학생 무상 급식 △24시간 어린이 전문병원 설립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당선 즉시 1가구 1주택 재산세 납부를 유예하고 조례 개정에 착수할 것이며 부모님들의 걱정과 부담을 덜기 위해 초등학생 무상급식도 반드시 실현하겠다”며 “늦은 시간 아이가 열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를 위해 24시간 어린이 전문병원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김동연 후보는 “과연 조례개정으로 재산세 100% 감면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며 “감면 총량이 1800억 정도로 정해져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은혜 후보는 “부총리를 지낸 분이 지방세특례제한법은 왜 모르나. 재산세 감면 가능성까지 적시해 조례로 가능하다”고 되받았다.

국민의힘 김은혜(우),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 연합뉴스

김은혜 vs 김동연 설전

김동연 후보와 김은혜 후보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을 놓고도 충돌했다.

김은혜 후보가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해 말씀한 것을 잘 들었다”며 “재건축은 공공형으로 가야 하나, 민간으로 가야 하나”라고 묻자 김동연 후보는 “주민 의사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김은혜 후보는 김동연 후보가 경제부총리 시절부터 계속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공세를 폈다. “경제부총리 때는 가능한 규제 수단을 총동원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경기지사 공약에서는 ‘공공주도 재건축’을 하겠다고 했는데 한나절이 지나서 다시 바뀌었다. 공공이 빠지고 ‘신속한 재건축’으로 민간을 암시했다. 김동연의 진짜 1기 신도시는 공공인가 민간인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김동연 후보는 “주민 의견에 따르는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김 후보는 “공공과 민간은 다 좋은 점이 있다. 공공은 빠른 속도로 추진할 수 있는 게 장점이고, 민간은 주민의 재산권에 좀 더 도움이 된다”면서 특별법 통과를 통해 과정과 절차에서 주민 의사를 수렴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은혜 후보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심각성을 제대로 아셨다면 한나절 만에 공공에서 민간으로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기도의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는데 그걸 도지사가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김동연 후보가 “윤석열 정부와 국토부에 촉구했다”고 답하자 김은혜 후보는 “그 많은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한 분이 김동연 부총리였다. 왜 그때는 안 하고 지금 이 정부에 책임을 돌리려하나”라며 “후임자 잘못이라고 탓하기 전에 국민에게 먼저 설명하고 사과드려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김동연 후보는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 요건이 있을 때 지정하는 것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이라고 설명한 뒤 “부총리 시절 지정한 지역들이 퇴임 후에도 유지됐고 경기도민들이 많은 불편과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해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는 도지사가 할 수 있지만 조정대상지역은 국토부 권한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토부에 해제를 촉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동연 후보는 김은혜 후보의 KT 전무 시절 신입사원 공채 부정 청탁 의혹을 재차 따졌다. 그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청탁에 대해 모르는 사람, 그런 일 없다고 했는데 하루도 안 된 보도 내용에서는 ‘검사가 추천 사실이 있냐’고 하자 ‘시댁 쪽에 부탁받았다’고 답했다”며 “교통사고 안 났다고 음주운전 처벌 안 하나. 거짓말에 해명하라”고 추궁했다.

이에 김은혜 후보는 “청탁한 사실이 없다. 능력 안 되면 불합격시키라는 청탁이 있냐”며 “당시 민주당 정권이었고 저는 전 정부 사람이라 (검찰) 수사가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재명 전 지사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를 둘러싼 법인카드 의혹도 언급됐다. 김은혜 후보가 “경찰의 압수수색 때 이재명과 김혜경은 피의자, 공범이었다. 사적 유용 문제가 있다면 두 명을 설득해 조사받게 할 의향이 있나”라고 묻자 김동연 후보는 “사법당국이 판단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회자 공통질문인 ‘탄소중립을 위한 대책’에 대해 강용석 후보는 “기후 위기든 기후 변화든 믿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이산화탄소를 줄이자고 하지만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가 비중이 가장 낮다”며 “인류가 아무리 많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고 해도 한 번의 화산 폭발로 그것보다 10배쯤 많은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과학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소신”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세 후보가 재생에너지, 탄소발자국, ‘RE100(친환경·신재생)’ 등을 언급한 것과 대조적인 발언이다.

강 후보는 또 황순식 후보가 “윤 대통령과 정말 통화했는지, 기록이 있는지 분명하게 이 자리에서 밝혀 달라”고 하자 “윤 대통령이나 새 정부에 누를 끼치거나 부담되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노코멘트 하겠다”고 했다. 김동연 후보도 윤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를 밝히라고 했지만, 강용석 후보의 대답은 ‘노코멘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