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불길 속 아기 안고 22층 계단에서 단 ‘2분’ 만에 건물 밖으로 나온 막내 소방관

이현주
2020년 10월 14일 오전 10:10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28

“어떻게든 아기를 무사히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8일 밤 33층짜리 울산 남구 삼환아르누보 건물이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다.

울산 남부소방서 119구조대 3팀 대원들이 급히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

연합뉴스

불길은 외벽을 타고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며 거대한 불기둥을 만들었다.

건물 안은 불길과 연기, 탈출을 시도하는 주민들의 비명이 뒤섞여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소방관들은 1층부터 주민대피를 유도하며 한 층, 한 층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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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1층과 22층 사이 계단에서 갓난아이를 안고 내려오는 한 엄마를 발견했다.

맨발로 정신없이 뛰어 내려오던 엄마는 화재 상황에 충격 받은 듯 패닉 상태였다.

구조대 이형우(42) 3팀장은 막내인 김근환(32) 소방사에게 “아기부터 데리고 먼저 건물을 빠져나가라”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울산 남부소방서 119구조대 이형우(오른쪽) 팀장과 김근환 대원. 울산 남부소방서 제공

아기는 성인과 달리 연기를 조금만 마셔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

엄마로부터 아기를 건네받은 김 소방사는 아기를 달래듯 가슴에 품고 연기가 자욱한 계단을 한달음에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기가 연기를 마실까 걱정돼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아이 얼굴을 살포시 감쌌다.

울산 아파트 화재 진화하는 헬기/연합뉴스

약 1분 30초에 2분 사이.

김 소방사가 산소통 등 20kg 넘는 장비를 매단 채 아기를 안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김 소방사는 무사히 아기를 구급대에 맡겼다.

그는 뒤따라 나온 아기 엄마가 울면서 아기를 찾는 것을 보고 구급대로 안내한 뒤 여분의 산소통을 짊어지고 다시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밤샘 진화 작업에 쪽잠 자는 소방관들/연합뉴스

김 소방사는 특전사(13공수여단) 출신 임관 1년 차 소방관이다.

평소 울산 동구의 집에서 남부소방서까지 16km를 1시간 30분 동안 뛰어 출퇴근한다고 한다.

그는 “평소 조카들을 안아 본 경험이 있어 아기를 안고 내려오는 데 조금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저 대피하던 주민들이 한쪽으로 길을 터 준 덕분에 빨리 나올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소방관들에게 감사 편지 쓰는 아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