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언론 ‘백기’ 받아낸 가짜뉴스 소송 전문가, 트럼프 법률팀 합류

하석원
2020년 11월 15일 오전 1:45 업데이트: 2020년 11월 15일 오전 1:45

‘인종차별’ 오해 니콜라스 샌드먼 변호
CNN, WP로부터 보상 합의 받아내
“미국, 표현의 자유 무너져…헌정 위기”

트럼프 대선 캠프 측이 이번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법적 분쟁을 전제로 한 장기전에 돌입한 가운데 트럼프 법률팀에 최근 합류한 법조인이 눈길을 끈다.

지난 6일 린 우드(L. Lin Wood) 변호사는 조지아 공화당의 ‘대선 부정선거 의혹’ 기자회견에 참석해 “트럼프는 국민을 위해 출마했다. 이제 우리가 대통령을 위해 싸울 때가 됐다”며 합류 의사를 밝혔다.

린 우드라는 이름은 한국인들에게는 낯설지만, 미국에서는 거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와 가짜뉴스 횡포에 맞서 시민들을 보호하고 승소와 합의를 얻어내며 인지도를 얻은 변호사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96년 애틀랜타 폭탄테러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으나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에 오히려 범인으로 몰려 10년 가까이 고통을 받은 경비요원 ‘리처드 주얼’ 사건이다.

린 우드 변호사는 이 사건을 맡아 주요 매체로부터 보상 합의를 받아내며 일약 명예훼손 소송에서 전국구급 법조인으로 발돋움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싸우고 민주당, 공화당 내 친중 세력과 싸우며 중국 공산당, 이란, 러시아와 싸우는 걸 지켜봤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나서서 싸울 때가 됐다”고 했다.

조지아주 하원의원 버논 존스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린 우드 변호사를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정예 변호사의 하나”라고 소개하며 “조지아 출신”이라며 흐뭇함을 나타냈다.

존스 의원은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으로 민주당 소속이지만, 지난 4월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7월부터 트럼프 캠프에서 재선 활동을 돕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굵직한 인권 사건에서 환상 호흡을 보여줬던 동료 토드 맥머트리 변호사도 트럼프 법률팀을 돕겠다고 트위터에 알렸다.

가짜뉴스에 철퇴 내린 환상의 콤비

린 우드, 토드 맥머트리 변호사는 최근 몇 년 간 ‘정치적 올바름’(PC) 강요와 인종차별 시위를 격화시켜 미국 사회를 멍들게 한 가짜뉴스 관련 사건에서 주된 활동을 펼쳐왔다.

그 하나가 지난해 1월 미국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고등학생 ‘니콜라스 샌드먼(당시 18세) 사건’이다.

당시 켄터키주 코빙턴 가톨릭고교 재학생인 샌드먼은 학우들과 함께 낙태반대 시위를 벌였다. 그때 원주민(아메리카 인디언) 인권활동가 네이선 필립스가 다가와 욕설을 퍼부었다. 당황한 샌드먼은 말없이 미소를 띤 채 가만히 지켜봤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상호작용도 없었다.

니콜라스 샌드먼(왼쪽)과 그에게 이유 없이 욕설을 퍼부은 네이선 필립스(오른쪽) | 로이터,연합

그런데 이 장면을 찍은 영상은 마치 백인 고교생(샌드먼)이 원주민을 비웃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학생들이 “(국경)장벽을 건설하라”는 구호를 외쳤다는 거짓 주장이 더해지면서 극심한 인종차별 행위로 조작돼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마침 샌드먼은 트럼프 지지 모자를 쓰고 있었다. 화면 속 샌드먼의 머리 위에는 빨간색 모자에 하얀 글씨로 새겨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라는 트럼프 대선 슬로건이 선명하게 보였다.

워싱턴 포스트(WP), CNN, NBC 등 다수 언론이 기초적인 사실확인 없이 이 영상을 앞다퉈 전국 방송으로 내보냈다. 여기에 원주민 인권활동가가 참전용사라는 허위정보까지 더해지면서 사건의 파문을 일파만파 확산됐다.

나중에 한 유튜버의 추적으로 진실이 밝혀졌지만, 샌드먼은 이미 실명과 학교가 공개돼 엄청난 욕설과 살해 협박을 들었고 가족과 친구, 가톨릭 학교까지 수만 건의 협박 전화가 걸려와 학교 측은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뒤늦게 WP와 CNN 등도 사실확인을 통해 정정 보도를 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ABC, CBS, NBC, 뉴욕타임스(NYT), 롤링 스톤, USA투데이 역시 같은 책임이 지적됐다.

샌드먼은 계속 되는 위협과 비난으로 학교에 등교할 수 없었다. 누군가 졸업을 앞둔 샌드먼이 지원한 대학까지 찾아가 입학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진실이 밝혀진 후 샌드먼은 가장 책임이 큰 언론사 5곳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린 우드와 토드 맥머트리는 이 소송을 맡아 WP와 CNN으로부터 백기를 받아냈다. 두 매체는 법정까지 가는 대신 보상 합의했다. 합의금 등 세부사항은 비밀에 부쳐졌다.

린 우드 변호사(왼쪽)과 니콜라스 샌드먼 | 트위터

“미국서 표현의 자유가 무너진다”

한바탕 광풍이 몰아친 후, 차분해진 사람들은 평소 ‘팩트 체크’에 목매던 미국 주류언론이 왜 복잡할 것 하나 없는 샌드먼 사건에서 가짜뉴스를 퍼뜨리게 됐는지 돌아보기 시작했다.

혹자는 “샌드먼이 트럼프 지지, 낙태반대, 가톨릭 신앙, 백인이 아니었다면 언론들이 그렇게까지 보도했을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트럼프 지지층, 종교인(교회), 백인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씌워 사회적 입지를 축소하고 억압하려는 의도가 그들을 가짜뉴스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린 우드 변호사는 트럼프 캠프 합류를 선언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말살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는데, 그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에 갈 권리조차 박탈됐다”며 국교(나라의 종교)를 정하거나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도록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예로 들어 미국의 현 상황을 “헌정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서 부정행위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했다. 트럼프 캠프 합류를 선택한 자신의 결정에 대해 “미국을 위한 항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