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이웃들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던 한 대학생의 ‘일침’

김연진
2020년 12월 25일 오전 11:5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2

“저를 이곳에서 해고하는 데에 동의해주세요”

경비원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이런 내용의 동의서를 내밀었다. 자기 자신을 해고하는 내용에 동의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니. 상식적으로 믿기지 않는 ‘경비원 갑질’이었다.

해당 사건은 지난 11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대학생은 각 동 엘리베이터 앞에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같은 아파트 주민들을 비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대학생은 “안녕하세요. 10단지에 사는 한 대학생입니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얼마 전 경비원 아저씨께서 집에 방문해 서류를 내밀며 동의 서명을 요청하셨습니다. 그 내용은 ‘경비 용역비 절감안’에 대한 주민 동의서였고, 저는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비 아저씨들이 당신들의 고용에 관한 투표를 직접 주민들에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나를 이곳에서 자르는 데 동의해 주세요’라고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부끄러웠고, 차마 서명을 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그는 “저희를 위해 근무하시는 경비 아저씨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어디에 있나요? 경비 아저씨들 손으로 직접 주민의 의견을 받는 것이 잔인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나요?”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진행 과정을 주민들에게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밝혀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전했다.

해당 아파트는 경비 용역비 절감 방안에 대해 주민의 의견을 받고 있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경비원의 휴게 시간을 늘리거나, 경비 인력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입주자대표회의 측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과반수가 동의할 때까지 의견 수렴은 지속됐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비원에게 직접 세대를 방문해 동의를 받아 오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 경비원을 자르거나 힘들게 할 의도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