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사회에 극한 피로감” 중국 떠난 IT 관리직 사연

한동훈
2022년 09월 29일 오후 3:49 업데이트: 2022년 09월 29일 오후 3:49

공안의 감시와 괴롭힘에 시달리다 중국을 떠난 IT업계 관리자가 직접 겪은 고충을 털어놨다.

지난 8월 학생비자로 미국에 도착한 중국인 에일린(가명)은 에포크타임스 중문판에 “공안의 감시가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IT업체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한 감시 분야 관리직으로 근무했던 에일린은 “한번은 신분증 제시를 거부했지만 당국은 얼굴을 스캔해 내 신분을 확인했다”며 중국인들은 공안의 감시에 상시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러한 감시시스템이 중국 IT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최대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텐센트는 당국의 검열에 조력자가 되고 있다.

12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중국 국민 메신저 ‘위챗’을 서비스하는 텐센트의 정보 보안팀은 두 가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하나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한 자동화 검열 시스템이다. ‘민감한 단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자동으로 돌아간다. 다른 하나는 수동 시스템이다. 검열 인력이 24시간 교대 근무하며 직접 삭제하는 방식이다.

지난 4월 상하이 봉쇄 기간, 위챗에는 비인간적인 폐쇄와 격리 정책에 항의하며 생존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동영상과 게시물이 수시로 게재됐다.

시민들은 제로코로나 봉쇄를 집행하는 당국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에일린에 따르면 그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상대가 있었다. 바로 텐센트였다.

에일린은 “텐센트는 주민들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선과 악의 전쟁과 같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다양한 수단으로 영상을 계속 공유했고 텐센트는 계속 지웠다. 마치 경주를 하는 듯했다. 영상이 올라오면 곧 웹주소(URL)가 차단됐고 계정은 접속할 수 없게 됐다.”

상하이 시민들은 알고리즘에 의한 검열을 피하려 영상을 비디오 파일 대신 움직이는 이미지로 제작하거나 상하 반전하기도 했지만, 텐센트는 알고리즘과 검열 인력을 총동원해 모조리 삭제했다고 에일린은 전했다.

그녀가 텐센트 내부 상황에 대해 파악하게 된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에포크타임스는 텐센트에서 실제로 이러한 검열을 시행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상하이 봉쇄 기간 다수 시민들은 자신의 게시물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취재진 역시 당시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게재된 영상을 볼 수 없는 경우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에일린은 “텐센트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중국 정권의 하수인으로서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 더 힘을 쓰는 것으로 보였다”며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인공지능(AI) 얼굴 인식 감시카메라 시스템. | NTD 화면 캡처

중국의 연좌제식 종교자유 탄압 정책

에일린이 유독 심한 감시를 받은 것은 그녀에게 ‘이단 종교의 일원’이라는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파룬궁 수련자였던 어머니가 파룬궁에 대한 신념 때문에 중국 공산당 정권에 의해 체포돼 구금됐으며, 어머니를 변호하려다가 공안의 중점 감시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파룬궁은 중국의 오랜 문화적 전통에 기원을 둔 심신수련법이다. 수련자들은 진(真)·선(善)·인(忍)’의 원칙에 따른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 내 모든 종교와 영적 가르침을 탄압하고 있으며 파룬궁도 그중 하나로 1999년부터 탄압을 받고 있다.

에일린의 노력에도 어머니는 수감됐다. 그녀는 정당하지 못한 재판이었다고 주장했다. 어머니에 이어 에일린 역시 중국 정부에 의해 박해 대상이 됐다.

그녀는 어머니를 도왔다는 이유로 자신의 신원 기록에 파룬궁과 관련됐다는 사항이 추가됐으며, 이후 가는 곳마다 공안의 괴롭힘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를 확신하게 된 것은 2020년 고속철을 이용하다 겪은 일 때문이다. 그녀는 코로나19 방역 절차에 따라 신분증을 검사하고 철도에 올랐지만, 다른 승객과 달리 자신만 탑승 직전 공안에 의해 탑승이 저지됐다고 했다.

회사 일로 출장길에 올랐을 때도 기차역에서 신분증을 스캔하자 알람이 울렸다. 중국에서는 기차를 이용할 때도 신분증과 짐 검사를 받는다. 에일리는 즉시 공안 요원들로 가득 찬 어두운 방으로 옮겨졌다.

공안은 에일린에게 3개의 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문서에는 “파룬궁을 수련하거나 옹호하는 실수와 범죄를 인정하며,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를 바른길로 이끈 중국공산당에 감사를 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에일린은 서명을 거부했다. 파룬궁을 수련한 것은 범죄나 잘못이 아니며, 파룬궁이나 그 수련자를 옹호한 것 역시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공산당이 바른길로 이끌어줬다’는 구절 역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기차 출발시간이 가까워졌지만 공안은 “서명하지 않으면 풀어주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이러한 서명은 일단 서명을 하게 만들어 당사자를 정신적으로 굴복시키려는 시도다. 신념도 원칙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려는 공산당의 오랜 탄압 수법이다.

이후에도 에일린은 개인의 사생활이나 직장생활에도 큰 어려움에 처해야 했다. 국가보안 요원들이 직장에까지 찾아와 어머니에 대한 판결에 항소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도 곧 공안들이 쫓아왔다. 그녀는 한 공안에게서 “당신의 고향과 직장에서 온 공안들이 여기저기서 당신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에일린은 계속 직장을 바꿔야 했고 자기 분야에서 제대로 된 경력을 쌓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는 공산당이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이라며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IT분야에서 더 나은 커리어를 가진 인력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중국 정권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얼굴인식 감시카메라를 결합한 전국적인 감시망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해 공안당국에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위치를 제공한다.

에일린은 지난 수년간 “늘 감시받는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며 “내가 2등 시민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더는 평범한 삶과 행복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에일린은 중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어머니를 만나러 교도소에 간 그녀는 자신의 신념 때문에 교도소의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아울러 정권의 사악함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와 명성을 지키거나 혹은 이익을 얻으려다 그 하수인이 되는 중국 사회의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전했다.

* 이 기사는 메리 훙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