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버린 응시생 꿈… 국가자격시험 초유의 609명 ‘답안지 파쇄’ 사태

연유선
2023년 05월 24일 오후 3:21 업데이트: 2023년 05월 24일 오후 3:39

국가기술자격 시험 답안지가 채점 전 파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재시험과 보상 방안을 비롯한 후속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산업인력공단은 서울 은평구 연서중학교에서 지난달 23일 시행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필답형 답안지가 채점 전 파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당시 연서중에서는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종목에 응시한 수험자 609명이 시험을 봤다. 시험 종료 후 답안지는 포대에 담겨 공단 서울서부지사로 운반됐다. 서부지사로 옮겨진 답안지 포대는 이후 인수인계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로 공단 채점센터로 가지 않고 모두 파쇄됐다.

서울서부지사에는 연서중 답안지를 포함해 총 18개 답안지 포대가 옮겨졌는데, 모두 금고 내로 옮겨져 보관됐어야 했지만 포대 1개는 금고가 아닌 옆에 있던 창고로 옮겨졌다.

공단은 해당 시험 답안지를 본격 채점한 이달 20일에서야 609명 수험생 답안지가 사라졌고, 이미 파쇄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공단 측은 “국가자격시험이 매우 많기 때문에 시험을 치른 즉시 채점을 하지는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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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609명의 응시자가 재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시 전국에서 이 시험을 본 응시생은 총 15만1797명이다.

재시험을 보더라도 동일한 문항으로 볼 수 없고 이미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과의 공정성 및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공단의 관리 부실로 수험생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수험생들의 줄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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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단은 답안지가 파쇄된 609명의 응시자 전원에게 개별 연락해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설명할 방침이다.

공단은 수험자의 공무원시험 응시 등 자격 활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다음달 1~4일 추가시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시험 결과 도 당초 예정된 기사·산업기사 정기 1회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일(6월 9일)과 동일하게 발표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응시생 일정 상 내달 1~4일 시험이 불가능한 수험자는 내달 24~25일에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이들에 대한 합격자 발표는 내달 27일 진행할 방침이다.

공단은 또 609명에게 교통비 등을 지원하고, 추가 보상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들 중 재시험을 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수수료를 전액 환불한다.

공단은 책임자를 문책하는 등 엄중 조치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기술자격 시행 과정 전반에 대해 재점검하기로 했다.

어수봉 공단 이사장은 이날 오전 긴급 브리핑을 열고 “국가자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