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혐의 기소된 티베트계 뉴욕 경찰, 중공 영사관과 13차례 통화

류지윤
2021년 01월 8일 오후 3:19 업데이트: 2021년 01월 8일 오후 6:32

뉴욕 퀸스 111지구 지구대의 티베트족 경찰관 바이마다지에 앙왕(昂旺∙Baimadajie Angwang)이 중공 대리인으로 기소됐다. 앙왕은 혐의 인정 합의 시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이 사건은 재판에 앞서 증거 제시 단계로 진행됐고, 뉴욕 동부지역 연방 법원은 지난 6일 양측을 불러 재판 준비 상황을 논의했다.

앙왕의 변호사 존 칼먼(John Carman)은 전화 회의에서 전염병 발생에 대한 통제가 심해져 대부분의 구치소에서 생활 조건이 너무 엄격해 변호사가 고객과 혐의 인정 합의를 포함해 충분히 사건을 논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스콧 클라피(Scott Claffee) 연방검사보는 회의에서 앙왕에게 혐의 인정 합의를 제안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안건의 형은 재판장이 내릴 예정으로, 이런 유형의 판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칼먼 변호사가 이후 뉴스데이(Newsday)에 약술한 내용에 따르면 혐의 인정 합의서에 앙왕이 합의를 받아들이면 그의 시민권이 사라지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칼먼 변호사는 전화 회의에서 구치소 직원과 수감자 중에 감염된 사람이 적지 않다며 자신과 의뢰인이 만날 방법이 거의 없는 것 외에도 의뢰인은 평일에는 23.5시간을 갇혀 있고 주말에는 24시간 밖에 있게 하고 샤워는 주 2~3회만 허용해 너무 엄격한 관리 감독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칼먼은 앙왕의 보석금을 백만 달러 더 추가해 신청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전에 원고 측이 법정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고 측은 이미 2018년 9월 4일부터 12월 22일까지 (영사관과) 앙왕의 중국어 음성 메시지 13건, 앙왕 검거 당일 집행관이 수색한 물품들, 앙왕 가족 및 이들의 중국 내 상황을 조사한 보고서, 앙왕이 사용하던 페이스북, 구글, 야후 등의 인터넷 기록, 은행 기록, 운전 기록 등의 증거를 수집했다.

양측의 혐의 인정 합의가 불발된다면, 예컨대 피고 측이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면 안건은 마지막 재판 절차에 들어간다. 원고 측은 번역한 문서와 음성 메시지 내용에 대해 언어 전문가 한 명을 불러 법정 증언에 나설 계획이며 재판에서도 전문가를 불러 티베트 교민의 역사, 티베트인들의 중국에서의 지위와 중공과의 관계에 대한 증언이 이뤄질 예정이다.

예일대 티베트계 학생 “미국은 친공 단체를 엄격히 조사해야 한다”

지난해 9월 미국 법무부의 앙왕 기소와 처벌은 약 26,700명 정도로 규모가 작은 티베트계 미국 커뮤니티를 놀라게 했다. 예일대 졸업생인 켈상 돌마(Kelsang Dolma)는 지난 5일 포린폴리시에 ‘난민은 중국 스파이 활동의 피해자이지 공범이 아니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글은 이 티베트인의 사례가 중공이 어떻게 전 세계 커뮤니티를 협박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돌마는 글에서 “앙왕의 이름 ‘바이마다지에 앙왕’은 티베트어인 Pema Dhargyal Ngawang의 중국어 버전”이라며 앙왕은 티베트어를 할 줄 모르지만, 이는 중국 젊은이들에게는 흔한 일(앙왕이 태어난 티베트와 쓰촨 인접 지역은 중국화 정도가 매우 심하다)이라고 이야기했다.

앙왕 사건은 전대미문의 것이다. 돌마는 중공의 많은 스파이 활동이 인도의 다람살라(티베트 망명정부 소재지)를 목표로 하지만 앙왕 사건은 티베트계 미국인 커뮤니티를 겨냥한 첫 번째 중대 사건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앙왕이 체포된 직후 열린 ‘뉴욕, 뉴저지 티베트협회’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앙왕은 젊은 티베트인들의 안전을 위한 경찰 업무를 자청해 현지 티베트인 커뮤니티 회원들의 신임을 얻었다. 앙왕이 어색하고 알아듣기 힘든 티베트어로 그들과 교류할 당시 티베트인 커뮤니티 회원들은 처음엔 당혹스러워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가 그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돌마의 글에 따르면 앙완은 티베트족 커뮤니티 센터에 대해 “비(非)티베트인들을 소외시킨다”며 건물 밖에 있는 티베트 기(旗)를 떼어낼 것을 제안했고, 또 뉴욕의 티베트 단체는 지역 상인들의 기부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치적 이슈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행보에 놀란 티베트족 커뮤니티 회원들은 앙완의 페이스북을 뒤지다 앙왕의 아내가 뉴욕 주재 영사관에서 열리는 새해 행사에 참여한 것을 발견했다.

앙왕 역시 여러 차례 중국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이는 티베트족 커뮤니티에 예전에 중공에 고문을 당했다는 그의 주장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돌마는 “앙왕이 미국의 정치적 보호 시스템은 속였지만, 티베트족 동포는 속이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앙왕이 중공 영사관과의 관계를 인정하자 티베트족 커뮤니티 지도자들은 커뮤니티 센터에 다시는 들어오지 말라며 그와의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하지만 앙왕은 커뮤니티 센터의 음성 사서함에 계속 전화를 남겼다고 한다.

이는 중국 영사관이 미국 티베트인 커뮤니티에 침투하려 한 사례 중 하나다.

몇 달 전 뉴욕 주재 중공 영사관은 한 전시회를 협찬했는데, 이 전시회는 뉴욕 퀸스 공립도서관에서 티베트의 ‘행복과 안정’이라는 허상을 만들어내려 했던 것으로, 티베트인에 대한 공산 당국의 탄압 수단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티베트 단체가 항의에 나서자 폐쇄되었다.

돌마는 글을 통해 중공의 위협을 받는 커뮤니티는 피해자이지 공모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중공의 위성 단체를 더 엄격하게 검열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