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인구감소.. 수혜자 중심의 한국형 인구 정책 필요성 제기

이연재
2022년 09월 26일 오후 9:56 업데이트: 2022년 09월 26일 오후 10:39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대한민국의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올해 7월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 6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1800명(4.3%)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380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으나 해결하지 못했다.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한국을 “지구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지난 5월 SNS 계정에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 인구는 3세대 안에 현재의 6%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고, 이 인구는 대부분 60대 이상이 차지할 것”이라며 한국의 인구 문제를 경고하는 글을 게시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인구쇼크, 대한민국 소멸위기 사라지는 대한민국 해법은 있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양기대 의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국가운영의 중심을 인구문제 해결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에포크타임스

양 의원은 환영사에서 “지금부터 향후 5년간이 인구소멸 해법을 찾을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국가 운영의 중심을 인구문제 해결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저출산 극복 대책으로 추진된 현금보조증액 방식에서 벗어나 수혜자 중심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체계적인 인구위기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국형 인구 정책’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인구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촉구하며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정책 결정권자, 전문가, 직접적인 수혜자(청년, 여성)가 참여해 인구정책 방향을 수정하고 재구조화하는 작업 ▲인구위기의 심각성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기대 의원은 정부와 여야가 합의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여성, 청년 등 저출산 문제의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범국민 저출산 생명존중위원회(가칭)’ 구성을 제안했다.

이번 세미나는 서형수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김택환 경기대학교 교수, 강동수 현 정부 인구위기대응 TF 위원 등이 참석했다.

인구문제 단순하지 않다저출산·고령화 대책은 이원화해 추진해야..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대 정부는 다양한 출산 정책을 발표해왔다. 그간 출산 정책의 기조는 복지 정책을 중심으로 출산 장려를 위한 각종 지원금, 가족 단위의 배려 정책 등을 제공해 출산의 효용을 높이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전 세계 최하위 출산율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서형수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인구변화와 대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이미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서형수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출산율 0.81명이 갖는 의미, 이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 추세로 간다면 재앙에 가까운 파탄 사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인구구조다. 저출산·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허리 격인 중위연령층은 1980년 21살에서 40년이 지난 2020년에 44살로 늘어났고, 또 40년 뒤인 2060년엔 61살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빠른 속도의 고령화 속에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이른바 ‘늙어가는 사회’는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 할 미래세대에게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서 부위원장은 “인구 문제가 더 이상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국 인력, 이민, 수도권 집중, 보건과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정책과 제도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문제에 대한 절박한 인식이며 인구정책은 여야를 뛰어넘어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부위원장은 이어 하루라도 빨리 인구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구 대응 방안으로 서 부위원장은 저출산·고령화 대응 정책을 이원화할 것을 제안했다. 보건복지부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재정부에 인구정책 TF를 두고 아동, 여성, 노인 등 대상자 중심의 복지정책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인구정책 추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부위원장은 또 “향후 10년 이내 부모세대의 인구 규모는 크게 줄고 (60만 명대에서 40만 명대로) 고령화율은 급격히 높아진다(2020년 16%, 2030년 25%, 2040년 34%, 2060년 44%)”며 시기적절한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소멸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인구 문제는 심각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사라지고 향후 인구의 절반이 노인이 되는 시대, 그때 가서 ‘새판 짜기’는 이미 늦다는 것이다.

여성과 청년 중심으로 인구정책 마련해야

이날 세미나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인구정책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꿔 당사자인 2030 청년 중심으로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택환 경기대학교 교수( 좌)와 강동수 현 정부 인구위기대응 TF위원(우) | 에포크타임스

김택환 경기대학교 교수는  “요즘 2030 세대는 N포 세대(N가지를 포기한 사람들의 세대를 말하는 신조어)란 단어에서 짐작하듯 상실감을 많이 느끼는 세대”라며 “기성세대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라는 평가까지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과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의 원인을 알면서도 과거 행해왔던 방식대로 전혀 효과 없는 인구정책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재처럼 출산장려금 지원한다고 젊은층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 수혜자 중심 즉 여성과 청년들이 정책의 중심에 올려놓고 인구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 극복 방안으로 ▲대통령직속·국회 특별위원회 구성 ▲여성가족부를 가족어린이여성부로 전환 ▲국가권력기관·대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 ▲과감한 투자와 맞춤형 지원 등을 제안했다.

강동수 현 정부 인구위기대응 TF 위원은 “인구정책의 어려움은 이해당사자 및 세대 간 상충에 대한 갈등조정이 핵심”이라며 “기획과 실행이 담보되는 방식으로의 거버넌스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