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마을을 뚫고 고립 주민 23명을 구한 이장의 살신성인

이현주
2020년 08월 13일 오후 3:19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32

전남 곡성군이 폭우로 인한 섬진강 범람으로 유례없는 큰 수해를 입었다.

이 와중에 살신성인으로 주민 23명을 구한 마을 이장 이야기가 귀감이 되고 있다.

12일 곡성군에 따르면 지난 8일 500㎜ 이상의 집중호우와 섬진강 범람으로 인해 곡성읍에서만 주택 200여채와 농경지 수천㏊가 침수됐다.

집중호우로 침수되고 있는 곡성읍/곡성군 제공

곡성읍 금예마을 김재덕(54) 이장은 섬진강 범람이 시작되자 마을 방송으로 주민들에게 신속히 대피하라고 알렸다.

또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혼자 사는 노인들을 인근 대피소로 이동시켰다.

대피소와 마을을 3회 왕복한 끝에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켰다고 판단한 그는 주민들 수를 파악했다.

침수된 곡성의 한 마을/뉴스1

그런데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 모녀가 보이지 않았다.

김 이장은”물이 차오르는 집에 아직 갇혀있는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민들이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김 이장은 친구 김희준(54)씨와 함께 마을로 차량을 돌렸다.

마을 입구에 도착했을 때 물은 이미 가슴높이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물에 잠긴 곡성읍/뉴스1

이에 김 이장 등은 차에서 내려 걸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고립된 장애인 모녀와 함께 비교적 고지대에 있는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김 이장은 아이를 품에 안은 부부를 비롯해 다른마을 주민 13명도 피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회관 쪽으로 피신하라고 알렸다.

수해 복구에 나선 곡성군 공무원들/연합뉴스

하지만 마을회관까지 물이 차오르자 김 이장은 더욱 높은 곳으로 주민들을 피신시켰다.

이후 구조대에 연락해 고립 위치를 알렸다.

구조대가 도착하자 김 이장은 거동이 불편한 주민과 아이 등을 먼저 태워 보냈다.

수해 복구에 나선 곡성군 공무원들/연합뉴스

자신은 비교적 젊은 주민들과 마지막 보트를 이용해 마을을 빠져 나왔다.

빗물이 순식간에 마을을 덮치는 속에서도 김 이장이 침착하게 대처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