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약인가 독인가…가상화폐 입출금, 1분기에만 64조 2000억

2021년 06월 10일 오후 5:38 업데이트: 2021년 06월 10일 오후 5:58

미국에서 불어오는 가상화폐 바람이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광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가상자산 급등락과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이미 코스피(KOSPI) 시장을 뛰어넘은 만큼 현재 금융시장은 과열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국내 법과 제도는 아직 미비한 상태로 보인다.

현재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방지에 관한 법률인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에만 실명계좌나 한국정보보호관리체계(ISMS) 등 일부 마련되어 있어 제도적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리스크 해소 및 연착륙을 위한 과제’ 심포지엄에서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21.06.10)ㅣ김병욱TV 캡처

이와 관련해 10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별위원장인 김병욱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의 리스크 해소 및 연착륙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가상자산 심포지엄을 열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8일 블록체인 기술은 진흥하고, 시세조종, 가장매매 등 가상자산 불공정거래행위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가상자산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업권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 발의한 ‘가상자산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블록체인 기술 및 가상자산의 발전을 위한 정책 기반을 조성하는 산업 발전적 측면과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통한 이용자 보호 측면을 목표로 했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국내 1분기 가상화폐 입출금은 전체 입출금에 약 2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한때 시가총액 1조 달러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가치저장 수단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변동성에 따른 가격 급등락으로 가상자산 투자 전반에 대한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가상자산은 본질적 가치가 없다” – 파월(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비트코인, 태생적 내재가치 없어, 높은 가격 변동성 보일 것” – 이주열(한국은행 총재)
비트코인, 이더리움 가격 높아 보인다” –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이러한 부정적인 견해에도 국내 투자자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케이뱅크를 통해 실명 계좌로 거래한 가상화폐 입출금은 1분기에만 64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금액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입출금(37조 원)의 약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논쟁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가치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의 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 측면이 지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는 가상화폐 시장의 급등락을 일으키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에게 “당신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하는 놀이 때문에 여러 삶이 파괴돼왔다”고 경고했다.

가상화폐가 얼마나 많은 불법 활동에 사용되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ㅣ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자료, 김병욱의원실 제공

김 연구위원의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 사용자의 1/4는 불법행위와 관련되었고 비트코인 거래량의 46%, 약 760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관련 사업 확대


투자 대상으로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가운데, 관련 투자자를 위한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사업방향도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주요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수탁(가상자산 보관 서비스를 제공해 수수료를 받음)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Fidelity)는 2019년 3월 비트코인 수탁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으며, 올해 5월 27일 고액자산가를 상대로 최초로 출시한 ‘비트코인 펀드’가 출시 9개월 만에 11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제이피모건(J.P.Morgan)과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경우도 가상자산 수탁 관련 전문 업체 대상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발송하며 사업 확장을 고려 중이다. 가상자산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블랙록(BlackRock)은 올해 2월 비트코인 선물 투자를 시작으로 비트코인을 투자 적격 대상 자산으로 분류했다.

국내 은행들도 가상자산 수탁서비스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파트너사와 합작법인(KODA)을 설립해 금융사 최초로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에 진출했으며, 신한은행도 비트고(BitGo, 디지털자산 금융서비스 기업) 및 합작법인(KDAC)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주요 금융회사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가상자산 전문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수탁 서비스를 도입하는 한편 단순 보관을 넘어 대출 등의 관련 금융 서비스를 확대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시장 보호를 위한 해외 입법 현황


미국(뉴욕)은 가상자산에 대해 2015년 최초로 가상화폐 취급업체에 대한 규제를 발표했다. 또한 뉴욕주 금융서비스국(NYDF)의 ‘가상화폐사업’에 대한 면허제를 도입했다. 또한 가상자산에 대한 모든 장부 및 기록이 최소한 7년 이상의 기간 동안 해당 업체가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는 것을 판단할 정도의 상태로 보관되도록 했다.

이와 관련된 사항은 ▲보증금 유지의무 ▲고객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수준의 가상화폐 보유의무 ▲감독기관의 조사를 수용할 의무 ▲회계장부 제출의무 ▲의심거래보고의무를 비롯한 돈세탁방지의무 ▲사이버 보안 프로그램 구축의무 ▲보안책임자 임명의무가 포함되어 있다.

홍콩의 경우,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에서 ‘가상자산거래플랫폼 규정’을 만들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의 무분별한 난입을 방지하고 있다.

일본은 가상자산업의 진입요건을 강화했다. 이는 운용사가 자본금 1000만엔의 재산적 기초가 있어야 하며, 투자자 자산을 거래소 자산과 엄격히 분리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  또 외부감사의무 및 23곳 거래소에서 벌어지는 상장은 금융청의 화이트리스트 코인 심사 등을 거치도록 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에 발의된 가상자산에 대한 법안


국회에 ‘가상자산업법’과 관련된 법안을 발의한 의원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과 김병욱 의원이 있다.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가상자산이란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자산’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발의한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가상자산거래업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 및 등록 ▲무인가 영업행위 금지, 미등록 영업행위 및 명의대여 금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 및 본인확인 의무 부여 ▲모든 가상자산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

김병욱 의원의 법안은 가상자산업의 업무질서를 유지, 가상자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가상자산협회를 설립하도록 하고 자율규제 기능을 부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취재본부 이진백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