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웃 위해 ‘진료비 1000원’ 받은 ‘상계동 슈바이처’가 하늘의 별이 되셨다

이현주
2020년 10월 27일 오전 9:26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18

가난한 이웃을 위해 진료비를 1000원만 받았던 ‘큰 의사’

평생을 무료진료 빈민 구제에 힘써 ‘상계동 슈바이처’로 불렸던 김경희 은명내과 원장이 타계했다.

향년 101세다.

연합뉴스

세브란스병원은 김 원장이 지난 22일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1943년 세브란스의전(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전신)을 졸업했다.

졸업 전부터 보육원 어린이들을 치료했고 1943년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 중구 중림동에 내과의원을 열었다.

이곳에서 광복 후 일본과 만주 등에서 귀국한 무의탁 동포를 무료로 진료했다.

보령제약 제공

1984년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은명내과를 열었다.

개원 후 1년은 무료 진료를 했다. 하지만 환자가 많이 오지 않았다.

자존심 때문에 무료 진료를 기피하거나 진료의 질이 낮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모든 환자의 진료비를 1000원씩 받기로 했다.

1996년 은명내과의원 대기실에서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김경희 원장/연합뉴스

1980년대 택시 기본요금이 800원 정도였다.

고인이 ‘상계동 슈바이처’라 불린 건 이때부터다.

‘1000원 진료’는 건강보험 제도가 실시되기 전인 1989년 7월까지 계속됐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선행 시민상, 연세의학대상 봉사상, 아산사회복지대상, 보령의료봉사상 등을 수상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함/연합뉴스

1996년 4월에는 경기도 하남과 서울 상계동 토지 등 평생 모은 전 재산 53억원을 연세의료원과 모교를 위해 기부했다.

이에 세브란스병원은 2005년 새 병원을 개원하며 대강당 이름에 김 원장의 호를 붙여 ‘은명대강당’으로 명명했다.

이외에도 고인은 학생들을 위한 무료 독서실 운영, 무의탁 노인과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심부름 서비스, 가정환경이 불우한 청소년을 위한 장학사업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의 삶을 살았다.

김경희 원장의 타계 소식에 누리꾼들은 그의 업적을 기리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