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청소년 백신패스 논란 가열…헌법소원, 대통령·질병청장 고발까지

하석원
2021년 12월 23일 오전 10:50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2:26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와 백신 패스 도입에 대한 논란이 거의 없었던 한국에서 청소년 백신 패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신체적 기능이나 면역체계가 성숙한 성인과 달리 청소년에 대한 사실상 백신 접종 의무화인 백신 패스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2일 고3 학생을 비롯한 국민 950명은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을 주도한 고3 학생 양대림(18)군은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성과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국민들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백신패스로 접종을 강제해 신체 자유를 침해하고 접종자·미접종자 차별로 평등권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군은 보도자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사건 피고발인들은 공무원들에게 위헌적 방역패스(백신패스)를 수립· 집행하도록 해 의무 없는 일을 시켰고, 그로 인해 국민들의 기본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전날에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학생·학부모·교사 등 총 11만47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청소년 백신패스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본다는 응답이 69.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백신패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동체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적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60.6%를 차지했다.

개인 방송채널을 운영하는 고3 학생 양대림 군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방역패스 확대 적용 위헌 소송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

2차 접종률 80%…접종 부작용 사례 늘어나

한국에서는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국민도 늘고 있다.

이번 고발 사건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채명성 변호사는 “정부가 백신 접종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에도 나서야 하는데, 책임을 회피하면서 접종만 강제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신속하게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인 채 변호사는 지난 10일 양군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백신패스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대통령 수석 비서관과 각 부처 장들에게 직접 관심과 도움을 호소할 수 있는 창구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며 대책을 요구하는 게시물이 늘고 있다.

아들, 아내 등 가족이 백신 접종 후 부작용으로 숨지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게시물은 보건복지 분야 하루 청원 게시물 10건 중 평균 2~3건씩 차지하며 백신 관련 여론을 가늠케 하는 한 가지 척도가 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산하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관리팀이 매주 목요일 발표하는 ‘주간 이상반응 보고서’ 최근호(16일 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집계된 이상반응은 신고된 것만 1만4378건(사망 977건 포함)이다.

이 가운데 사망·중증 이상반응(부작용)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7건(사망 3건)에 그친다. 인과성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조사위원회가 심사하고 있지만, 인과성 결정 과정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부 부작용 피해 주장 환자와 가족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인과성 입증에 소극적이며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8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성명을 내고 “국가가 다른 원인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손실보상을 하도록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접종 부작용에 대한 인과관계 입증 책임은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1.11.1 | 연합

접종속도 세계 최고…‘위드 코로나’ 선언 후 확진 급증

세계 주요국에 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뒤늦게 시작한 한국은 지난 9월 접종률(1차) 70%를 돌파하며 다른 국가들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기 시작했다.

뒤이어 2차 접종률도 급속히 상승했다. 10월 말에는 2차 접종률은 70%를 돌파했고 질병관리청은 11월 1일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을 선언했다.

위드 코로나 선언 후에도 접종률 상승세는 이어졌고 이달 1일에는 2차 접종률 80%를 돌파했다. 이틀 뒤인 3일 AP통신은 자체 집계 결과 한국의 접종률 순위가 7위 쿠바에 이어 세계 8위라고 보도했다. 1위는 90%를 달성한 아랍에미레이트였다.

그러나 높은 접종률이 무색하게 확진자 역시 무섭게 늘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4천명을 돌파했고, 이달 1일 5천명을 돌파했다. 이후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는 상황이 벌어졌다. 8일에는 코로나19 사태 시작 이후 첫 7천명대를 기록했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민과 대화에서 “가장 큰 성과”로 평가한 K방역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 “정책 결정에 전문가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마 부회장은 “접종률 70%에 취해 정부가 이벤트식으로 급진적으로 위드 코로나 선언을 하다 보니까 대혼란이 야기된 것”이라며 정책 결정이 전문가 의견이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청소년 백신패스에 대해서도 “성장 후 10년, 20년 백신의 영향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내년 2월부터 적용되는 청소년 백신패스에 대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 질의에 대해 20일 “청소년은 무증상 감염이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방학 중 다양한 활동과 학원 생활이 많아지면서 감염이 더욱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의 지난 8월 보도에 따르면, 영국 보건·의료분야 연구진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1년간 코로나19에 감염된 아동·청소년 46만99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동·청소년의 코로나19 생존율은 99.995%로 사망 위험이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