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중국 대표단 조문은 불허, 왕치산 국가 부주석 조문은 허용

최창근
2022년 09월 19일 오후 3:59 업데이트: 2022년 09월 19일 오후 3:59

9월 19일. 국장을 앞둔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에 참배하려던 중국 정부 대표단이 ‘참배 거부’를 당했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보도했다. 다만 중국 정부 차원의 공식 조문단은 받기로 했다.

BBC에 따르면 린제이 호일 하원의장은 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홀(Westminster Hall)에 대한 중국 대표단의 접근 요청을 거부했다. 방송은 “호일 의장의 결정은 중국이 영국 하원 의원들을 제재한 데 따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 웨스터민스터홀에 안치된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 연합뉴스.

영국과 중국의 악연은 뿌리가 깊다. ‘잠자는 사자’로 평가받던 중국(당시 청제국)은 제1·2차 아편전쟁에서 연달아 패배하여 실체를 드러냈다. 그 결과 ‘홍콩’을 영국에 할양했다.

현대 들어서도 영국과 중국은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 홍콩 문제, 대만 문제 등에서다. 영국은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비판하고 있고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맞서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21년 3월 22일, 신장위구르 인권탄압과 관련하여 왕쥔정 신장 생산건설병단 당 위원회 서기, 천밍거우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안국장 등 중국 관료 4명, 단체 1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중국은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도 이언 던컨 스미스 전 보수당 대표 등 하원의원 5명, 상원의원 2명, 인권변호사와 위구르 연구자 각 1명 등 9명에 대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중국 본토, 홍콩·마카오 여행금지 및 중국 내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 영국 의회는 정쩌광 주영국 중국대사의 ‘의회 관리 구역’ 출입을 금지했다.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터민스터홀도 영국 의회 관리 구역에 속한다.

BBC는 “중국의 제재 조치가 영국 주재 중국대사의 의회 출입 조치를 불러왔고 중국의 장례 조문단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은 9월 19일 거행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는 초청받았다. 장례식은 웨스트민스터궁 바로 옆의 예배당 웨스트민스터 애비에서 거행된다.

영국 정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는 초청장을 발송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대신 왕치산 국가 부주석을 ‘특별대표’로 파견한다. 왕치산은 명목상 시진핑에 이은 국가 부주석이지만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왕치산 부주석은 지난 9월 12일 베이징 주재 영국대사관을 방문하여 조문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아예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중국을 초청하지 말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은 영국 의원들은 중국 정부가 초대받은 데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