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수·노동 의원들, 사내 공산당 조직 설치한 HSBC 맹비난

강우찬
2022년 07월 27일 오전 10:56 업데이트: 2022년 07월 27일 오전 11:23

영국 정치인들은 중국 내 자회사에 중국 공산당 지부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계 금융회사 HSBC를 비판했다.

노동부 장관을 지낸 영국 의회 외교위원회의 크리스 브라이언트 의원(노동당)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중국에서의 사업을 원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것을 원하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브라이언트 의원은 지난해 외교위 공청회에서 HSBC그룹 최고경영자(CEO) 노엘 퀸에게 그룹 내에 공산당 조직을 설치했는지 질문했다. 당시 퀸 CEO는 당 조직의 존재나 직원들의 정치사상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자유당 의원 알리스테어 카마이클 의원도 이에 호응했다. 그는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룹이 이런 식으로 중국 공산당을 수용하는 것은 처참한 경영관리”라며 “이를 승인한 이사회 역시 판단력 부족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의 인권 실상을 비판했다가 중국 공산당의 제재 명단에 오른 보수당 정치인 톰 투겐다트는 HSBC의 이번 결정에 대해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중국에서 사업하면서 맞닥뜨리는 도전에 대해 경고해온 이유”라고 말했다.

앞서 2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HSBC 중국 내 증권 부문 자회사에 중국 공산당위원회가 설립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은 2015년부터 기업 내 공산당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2017년 말 기준 국영기업 93%, 민간기업 70%가 당위원회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무화 이전에도 당위원회를 설치한 민간기업은 적지 않았다. 2013년의 한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40% 정도로 나타났다.

중국은 국영·민영을 막론하고 기업에 3명 이상의 당원이 있으면 당 조직 설치를 허용할 의무가 있다. 즉 당원 3명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있는 기업 중 당원이 요청한 곳은 대부분 당위원회를 설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국계 금융기업은 당위원회 설치가 시행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HSBC가 대형 외국계 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 내 자회사에 설치했다. 이는 다른 외국계 은행에도 당 조직 설치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위원회는 기업이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 이사회에 조언하며, 노동조합 기능과 함께 사내에서 당의 정책과 이념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내 공산당원들을 조직해 공산당 사상학습을 진행하며 직원들의 사상을 감시하기도 한다. 국영기업은 이사회 의장에 반드시 당위원회 서기를 임명해야 한다.

HSBC는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홍콩·싱가포르에서 벌어들인다. FT는 중국 내 외국계 은행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당위원회 설치를 HSBC가 중국 본토로 확장할 계획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HSBC는 성명을 통해 “경영진은 사내 당 조직 설립에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으며 당 조직은 사업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어떤 공식적 역할도 수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방 정보당국은 외국 기업은 사내 당 조직의 활동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2020년 7월 워싱턴DC 소재 허드슨 연구소 연설에서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 중에도 공산당 조직이 설치돼 있다”며 경계를 당부했다.

중국 공산당은 “당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당 조직을 건설한다’는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당 강령)에 따라 기업은 물론 정부기관, 민간단체, 주민 자치위원회 등에도 당 조직을 건설해왔다.

중국 공산당을 창당한 마오쩌둥은 “통일전선, 무장투쟁, 당 조직 건설”을 적에게서 승리하기 위한 공산당의 3대 마법무기라고 강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