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건장관 집무실 뚫렸다… 中 하이크비젼 CCTV 설치

차이나뉴스팀
2021년 07월 1일 오후 7:21 업데이트: 2021년 07월 1일 오후 7:21

맷 행콕(Matt Hancock) 영국 보건장관이 최근 집무실에서 여성 보좌관과 껴안고 키스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CCTV에 잡혔다. 행콕 장관은 6월 26일 사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영상이 어떻게 유출됐는지가 외부의 관심을 끌었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행콕 장관 집무실의 CCTV는 세계 최대 감시장비 제조업체인 중국 하이크비젼(海康威視) 제품이며, 미국 정부는 이미 국가안보를 이유로 하이크비젼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하이크비젼이 베이징 당국의 스파이 도구로 이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보건부에서 일한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6월 17일 소셜미디어에 이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했고, 얼마 뒤 이 계정은 삭제됐다. 영국 언론은 영상 유출의 주범이 ‘외국 세력’, 특히 중국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하이크비전이 베이징 당국의 스파이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계 호주 학자 장샤오강(張小剛)은 “이 시스템은 사무실의 모든 상황을 녹화할 수 있으며 유출될 수도 있다. 이런 정보를 어떤 사람이 수집할 수 있는지 매우 우려스럽다. 만약 다른 정부 부처, (특히) 군사 정보를 다루는 기구에 이런 장비가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라며 우려를 표했다.

장관 집무실의 보안이 뚫린 것과 관련해 당국은 긴급 조사에 나섰다.

해외 망명 민주화 운동 단체인 민주중국전선(民主中國陣線)의 친진(秦晉) 주석은 “우선 이 영상이 어떻게 찍혔는지 조사해야 한다. 만약 영국 정부가 설치한 것이라면 안전을 위해 설치했을 것이다. 그럼 설치 과정에 어떤 기술이 개입됐는지, 이 기술에 중국 카메라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제러미 헌트(Jeremy Hunt) 전 영국 보건장관은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 “안보 차원에서 볼 때, 장관들이 집무실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이 촬영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이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파악해야 하며, 집무실 내에서의 장관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각 장관 집무실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장관 사무실 내 활동이 전부 촬영된 것이 매우 충격적이고,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밀이 유출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스티브 브린(Steve Brine) 전 보건차관은 “내가 우려하는 문제는 누가 이 영상을 보느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샤오강은 “전체주의 국가의 침투가 곳곳에 파고들어 서방 국가의 일부 인프라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으며, 충돌이 실제로 발생하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손상을 줄 것이다. 지금부터 이런 것들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불가피하다. 민간기업을 비롯해 중국의 이런 중간 협력 기업들과 협력할 때 반드시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하이크비젼은 중국공산당 당국이 신장 위구르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데 감시 장비를 제공해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화웨이(華為), 하이크비젼 등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중국 기업 5곳의 미국 통신망 장비 승인을 금지했다.

장샤오강은 “우리가 아는 화웨이는 현재 휴대전화를 주로 생산하지만, 예전에는 가정용 인터넷 모뎀 등 인터넷 설비를 생산했다. 이런 장비들은 서방 국가에서 널리 사용됐다. 이것이 바로 호주가 세계 최초로 화웨이를 자국 5G 통신망에서 퇴출시킨 이유다”라고 했다.

올해 42세인 행콕은 영국의 방역에 기여했고, 올해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대만이 옵서버 자격으로 세계보건총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보도에 의하면, 일부 정부 관계자는 이 CCTV 사건이 중국공산당 정부와 관련됐다고 의심하고 있으며, 행콕은 중국공산당의 공격에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샤오강은 “이 사건은 장단점이 있다. 최소한 서방 국가에 주의를 일깨우고 경각심을 일으키는 작용을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