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중국서 의료장비 검사 중단…의료품 공급 부족 경고

이멜 아칸(Emel Akan)
2020년 02월 21일 오후 2:50 업데이트: 2020년 02월 21일 오후 2:5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으로부터 의약품 및 의료장비 공급 상황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은 첨단산업으로 육성하는 ‘중국 제조 2025’ 정책에 제약업을 포함시켜 추진한 결과, 세계 제1 원료의약품 생산 및 수출국으로 성장해 전 세계 약 20%의 원료의약품(API)을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

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가 지난해 7월 31일(이하 현지시간) 청문회에서 미국내 항생제 중 97%가 중국에서 수입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중국으로부터 페니실린 등 대부분의 필수 항생제를 수입하고, 중국과 인도에서 원료의약품(API) 약 80%를 수입하는 미국에서는 몇 년 동안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의약품 생산 구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으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문가들의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월 국무부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여행 금지’라는 최고 수준의 경고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중국산 의약품 품질에 대해 의심하면서도 중국에 있던 검사원을 본국으로 소환 조치했다.

FDA는 지난 14일 ‘코로나19에 대한 국내·외 대응 방안’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현재 중국에서 검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FDA는 중국에서 마약, 음식, 의료장비에 대해 매년 500회 가까이 검사해 왔다. 2, 3월 예정이었던 차기 검사는 연기됐다.

FDA는 “코로나19 발병이 미국 의약품 공급망에 지장을 주고, 의약품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마스크, 인공호흡기, 수술복, 장갑 등 필수 의료물품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FDA는 이러한 제품 공급의 차질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대체 공급’을 신속히 검토할 계획이다.

미국내에서 코로나19 대응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로버트 카들렉 차관보는 안면 마스크와 N95 호흡기 같은 개인 보호 용품의 수요가 미국에서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가 급증하는데 중국산 원자재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물품 조달이 제한될 것”이라며 “공급중단이 다른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원료의약품 및 완제 약품 80~90%가 중국에서 조달되기 때문이다.

스콧 고틀립 전 FDA 국장은 지난 12일 청문회에서 원료의약품 생산이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 제약회사는 약품 재료를 1~3개월 정도 분을 비축한다”며 이미 자재 비축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증언했다.

의약품 대중 의존 문제

미국이 중국산 항생제 등 의약품에 대중 의존도가 높아지자 중국이 사람 생명과 직결되는 항생제 공급을 끊는다면 미국을 위협하는 무기로 둔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었다.

생명윤리 연구기관인 헤이스팅스 센터의 로즈마리 깁슨 선임연구원은 “미국인들이 중국에서 만든 항생제, 항우울제, 진통제를 믿고 먹는다”고 말했다.

‘중국 RX: 중국산 약품에 의존하는 미국의 위기 폭로’를 공동 저술한 깁슨 연구원은 1990년대만 해도 미국, 유럽, 일본이 전 세계 의약품과 비타민 등 주요 약품 생산의 90%를 차지했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미국의 많은 제약회사와 의료장비 제조업체는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 중국 등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면서 생산구도는 극적으로 바꿨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 2025’ 정책의 일환으로 제약산업에 보조금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재능 있는 화학자들을 대규모 양성해 서방 제조업자들을 중국 시장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깁슨 연구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을 한 나라에 의존한 결과 미국도 공급망 붕괴에 직면했다”며 “이것은 엄청난 경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이러한 취약성을 더욱 부각시켰다고 덧붙였다.

중국 의약품 점검 부족

중국에서 해오던 FDA의 의약품 사찰 중단은 미국 소비자에게도 위험이 따르게 하고 있다.

깁슨의 저서에 의하면, FDA는 애초 1906년 미국에서 생산된 의약품을 감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국산 제품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FDA는 2008년 베이징에 첫 사무실을 열었는데, 최초의 미국 밖의 FDA 시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내 기관은 외국 시설을 대규모로 검사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중국 약품 공장들은 길을 우회해 검사를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존 가라멘디(민주) 의원은 “우리는 과거 중국에서 제조된 약품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어떤 경우 약이 치명적인 화학물질로 오염되기도 했다”고 본지 인터뷰에서 말했다.

중국산 의약품의 품질 저하 사례가 과거에 있었다. 2008년 3월 FDA는 일리노이 소재한 의료회사 백스터 헬스케어를 통해 판매한 중국산 항응고제 헤파린이 오염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염된 헤파린으로 인해 미국에서 4명이 사망하고 350명이 피해를 입었었다.

가라멘디 의원은 “중국에서 이런 약품에 대한 품질관리 문제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현재 미국 조사단을 소환해 품질에 대한 근심을 높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