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이버멕틴 복용 말라’는 구속력 없는 권고”

한동훈
2022년 11월 24일 오후 3:22 업데이트: 2022년 11월 24일 오후 3:22

이버멕틴 처방 후 불이익 당한 의사들, FDA 상대 소송
FDA “복용 말라고 했지만 공식적으로 금지한 적 없어”
의사 측 변호사 “FDA, 고의로 ‘동물용 구충제’로 호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치료에 이버멕틴을 “사용하지 말라(should not use)”고 한 지침이 비공식적인 권고에 불과했다고 항변했다.

FDA 측 변호인단은 이달 1일 미국 텍사스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해당 지침은) 지시 사항이 아니었다. 그것은 의무화가 아니라 권고였다”며 “FDA는 금지 혹은 불법이라고 말하지 않았고, 의사들에게 이버멕틴 처방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리는 미국 이스턴버지니아 의대 폐질환·중환자의료과 과장인 폴 마릭 박사 등 의사 3명이 FD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마릭 박사 측 변호사는 소송 원고로, FDA 변호인단은 피고로 심리에 참석했다.

FDA 변호인단은 FDA의 이버멕틴 관련 지침이 “비공식적인 언어를 사용했다 그것은 일종의 대화이며 규정이나 의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용하지 말라(should not use)’는 공식적인 표현인 ‘금지(Stop)’와 다르다는 주장이다.

반면, 원고 측 변호인인 제리드 켈슨 변호사는 “비공식적 언어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실제 메시지는 금지였다”며 “FDA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이버멕틴을 사용하는 일은 받아들여질 수 없음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고 반박했다.

켈슨 변호사는 FDA가 홈페이지에 밝힌 이버멕틴 관련 지침이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능력을 불법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버멕틴은 몇몇 임상실험에서 코로나19 치료와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이버멕틴은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이지만, 코로나19 치료제가 아니라 구충제와 안면홍조증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이버멕틴은 흔히 ‘동물용 구충제’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인체와 동물에 모두 사용되는 약물이다. 기생충을 사멸하는 효과가 있어 구충제로 쓰인다. 인체용과 동물용 제품이 따로 존재한다.

그러나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면서 관심을 끌자 일부 의학 전문가와 언론은 “동물용 구충제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한다”고 몰아세웠다.

FDA 역시 이러한 추세에 힘을 실었다. FDA는 2021년 9월 홈페이지에 ‘이버멕틴을 코로나19(Covid-19) 치료에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는 코너를 별도로 개설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코너는 영어는 물론 한국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으로도 제공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공식 홈페이지에 개설한 코로나19 치료와 관련한 이버멕틴 사용에 관한 지침. | FDA 홈페이지 캡처

또한 FDA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도 “당신은 말이나 소가 아니다. 진심이다. 멈춰라(Stop it)”라며 동물용 의약품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이버멕틴 사용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띄웠다.

이어 “당신들 모두 말(horses)을 멈춰라, 이버멕틴이 유행일 수 있겠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도록 승인되지 않은 약물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말을 타고 달리듯 유행에 휩쓸리는 모습을 꼬집은 표현이지만 또 한 번 이버멕틴을 동물과 연관시켰다.

FDA는 이버멕틴 관련 지침에서도 수의사가 말과 함께 서 있는 사진을 올려 이버멕틴이 동물용 약물이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져 보이게 했다.

이 지침에서는 “이버멕틴이라는 약을 인체용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는 일에 점점 관심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끼얹는 형태, 주사형, 반죽형, 물약형 이버멕틴이 동물용 구충제로 미국에서 승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체용 이버멕틴 알약은 특정 기생충 치료를 위해 특정한 용량으로 승인됐고 ‘머릿니’에 의한 피부질환과 안면홍조증 치료용 연고제로 승인됐다”고 덧붙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공식 홈페이지에 개설한 코로나19 치료와 관련한 이버멕틴 사용에 관한 지침의 일부. | FDA 홈페이지 캡처

FDA는 또 다른 코너에서 이버멕틴에 관한 질의응답도 게재했다. “질문: 코로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이버멕틴을 복용해야 하나? 대답: 아니오(No)”였다.

마릭 박사는 FDA의 이러한 행위가 환자를 치료할 의사의 능력을 불법적으로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버지니아주 센타라 노퍽 종합병원 중환자실 실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자 치료 절차(프로토콜)에 이버멕틴을 포함했다. 그러나 FDA가 코로나19 치료에 이버멕틴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발표하면서 그의 치료에 제동이 걸렸다.

병원은 마릭 박사에게 이버멕틴 사용을 중단하라며 각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가 속했던 이스턴 버지니아 의대에서도 대학 서버에 올린 이버멕틴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병원과 의대 모두 그 근거로 FDA의 이버멕틴 관련 지침을 제시했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마릭 박사는 지시에 따르기를 거부했고 결국 병원을 나오게 됐다.

마릭 박사 등 3명의 의사는 “FDA가 의사들의 의료 행위를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식품, 의약품, 화장품에 관한 연방법률을 위반했다”며 재판부에 “이러한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의사들은 아울러 FDA가 코로나19 치료에 이버멕틴 사용 여부를 지시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미국에서는 의사가 질병 치료를 위해 어떤 약물을 승인되지 않은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한편, FDA 변호인단은 “FDA 지침이 있더라도 의료제공자는 여전히 이버멕틴을 처방할 수 있었다”며 “누구에게도 법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며, 단지 소비자에게 구속력이 없는 권고를 전달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지침은) 일반 대중이나 FDA를 제약하지 않으며 어떠한 실질적인 규칙도 해석하지 않았고 기관의 정책을 결정하지도 않았다”며 “추후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FDA의 입장은 바뀔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릭 박사 등이 입었다고 주장하는 피해가 FDA 지침에 따라 예상되는 반응이 아니라 독립적인 제3자(병원 등)에 의해 발생했으며, 그 피해의 원인이 FDA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지를 상당한 정도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폴 마릭 박사. 2022.10.14 | 에포크타임스

이에 원고 측 켈슨 변호사는 전혀 수긍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맞받아쳤다.

켈슨 변호사는 “정부기관이 어떤 약물에 ‘말 구충제’, ‘동물용 의약품’이라는 딱지를 붙여 동물에만 사용하는 약물이라는 이미지를 씌운다면, 그것을 처방하는 의사는 수의사 아니면 돌팔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싹트게 된다”며 “이는 법정에서 충분히 다룰 만한 해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국은 장기간에 걸쳐 수십억 회분이 투여되며 안정성이 확인된 약물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려는 선전공세를 벌였고 아주 톡톡히 효과를 봤다”며 “하지만 그 약물(이버멕틴)은 의학 사상 가장 유명하고 안전한 약물 중 하나”라고 했다.

덧붙여 “사람들이 FDA가 시키는 대로 이버멕틴 사용을 중단하자, FDA는 이제 그로 인한 피해가 FDA에 의한 것인지 추적할 수 없다고 말한다”며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담당한 제프리 브라운 판사는 FDA가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멈춰”라고 한 부분이 의사들의 처방전 작성 능력을 침해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FDA 변호인단은 해당 게시물이 의사가 아니라 소비자를 향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판사는 되도록 빨리 판결을 내리겠다고 했으나 기사 발행 시점까지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 이 기사는 자카리 스티버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