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모전단 이동, 中 극초음속미사일 맞불…대만해협 긴장 고조

앤드루 쏜브룩
2022년 08월 2일 오전 10:34 업데이트: 2022년 08월 2일 오전 11:04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군사적 경고를 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이 대만 주변에 군 병력을 배치하며 대응하고 있다.

미군은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 항모전단이 싱가포르 기항을 마치고 남중국해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정확한 목적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만해협에 접근 중이다.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은 2일부터 남중국해 4개 해역서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인민해방군은 앞서 지난달 30일 대만 북부에서 126㎞ 떨어진 수역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했었다.

인민해방군은 이 수역에서 여러 차례 훈련을 해왔지만, 같은 날 관영 중국중앙(CC)TV가 공개한 첨단무기 소개 영상에 극초음속미사일인 둥펑(東風·DF)-17의 발사 모습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포함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 공산당이 DF-17의 발사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초음속 활공체가 장착된 DF-17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달리 목표물을 타격하기 전 대기권 내 저고도에서 빠르게 비행할 수 있다.

DF-17은 고정된 목표물뿐만 아니라 느리게 움직이는 대상을 공격할 수 있어 ‘항공모함 킬러’로도 불린다.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미군이 항모전단을 대만해협 쪽으로 이동시키고 인민해방군이 ‘항모 킬러’ DF-17 발사 장면을 최초 공개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의 극초음속미사일 둥펑(東風·DF)-17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장면이 지난달 30일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CCTV 화면 캡처

워싱턴포스트(WP) 외교·안보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지난달 24일 미군이 펠로시 의장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지를 고민 중이며, 여기에 항공모함을 이동시키거나 전투기를 출격해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밝힌 바 있다.

로널드레이건호는 미 해군 7함대가 주둔한 일본 요코스카 기지를 모항으로 하고 있으며 이달 초 유도 미사일 순양함 ‘앤티텀’호, 유도 미사일 구축함 ‘히긴스’호와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펼친 후 최근 싱가포르에서 5일간 기항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 공산당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을 순방 중이다. 지난 1일 싱가포르를 방문했으며 이어 말레이시아와 한국, 일본을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순방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것은 지난 수년간 중국 공산당의 협박과 군사적 괴롭힘에 시달려온 대만을 방문하려는 그녀의 계획이었다.

대만 언론들은 익명의 대만 관리를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말레이시아 방문을 마치고 2일 밤이나 3일 오전에 대만에 방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은 1일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면 인민해방군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영 환구시보 전 편집장 후시진은 트위터에 펠로시가 탄 비행기를 격추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폭력 조장’이라는 이유로 삭제됐다.

후 전 편집장은 “미국 전투기들이 펠로시를 대만 방문을 호위한다면 그것은 침략이므로 중국군은 펠로시가 탄 비행기와 미군 전투기를 경고사격과 전술적 방해를 동원해 강제로 쫓아낼 권리가 있다”며 “우리 전투기가 방해 수단을 다 썼는데도 효과가 없으면 펠로시가 탄 비행기를 격추해도 된다”고 썼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좌측 두번째) 싱가로프 주재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해 환영만찬에 참석한 뒤 만찬장소였던 샹그릴라 호텔을 떠나고 있다. 2022.8.1 | ROSLAN RAHMAN/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8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불장난을 했다가는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난 6월 중국 국방부장(장관급) 웨이펑허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대회(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누가 감히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킨다면 우리는 반드시 일전(一戰)을 불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격앙된 목소리가 흔들리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불안한 속내를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의 무력시위에도 미국 지도부와 주요 인사들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하며 결집했다.

백악관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의 선출직 관리들의 자유로운 활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런 발언이나 잠재적 행동에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방문은 의장에게 중요한 방문이며 우리는 그녀를 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이 중국 본토의 일부이며 대만의 주권을 공산당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중국 공산당이 중국에서 정권을 수립한 1949년 이래 자치권을 행사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은 적이 없다. 사실상의 독립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하지는 않지만, <대만관계법> 등에 따라 대만의 방위를 위해 대만에 무기를 공급할 법적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