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합참의장 ‘中과 통화’ 인정…“완벽하게 직무에 부합했다”

잭 필립스
2021년 09월 18일 오전 10:26 업데이트: 2021년 09월 18일 오전 11:29

밀리 합참의장 “일상적인 행동…동맹·적 안심시키려”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중공군) 참모장과 비밀 전화통화로 조사 요구를 받고 있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직무에 따른 것이었다고 자신의 행동을 옹호했다.

AP통신이 17일(현지시각) 유럽을 순방 중인 밀리 합참의장이 “전략적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동맹과 적들을 모두 안심시키려 이뤄진 행동”이라며 “완벽하게 책임과 직무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작년 미국 대선 직전, 올해 1월 6일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 습격사건 직후 등 총 두 차례에 걸쳐 중공군 리줘청 참모장과 비밀리에 전화 통화한 것으로 알려져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다.

밀리 합참의장은 “일상적인 일이었다”면서도 세부적인 통화내용을 질문받자 “미군을 감독할 법적 책임이 있는 의원들 앞에서 말하기 전까지, 공식적인 언급을 유보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다만, “몇 주 내에 의회가 원하는 모든 수준의 세부사항을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이달 28일 미 의회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관련 내용을 증언할 예정이다.

오는 21일 발간될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부편집장과 로버트 코스타 기자가 쓴 신간 ‘위기(Peril)’에 따르면 밀리 합참의장은 작년 10월 30일과 올해 1월 8일 두 차례 중공군 리줘청 참모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공격을 하거나 어떤 자전도 수행하지 않을 것”, “만약 우리가 공격한다면 내가 미리 전화할 것이다. 놀라지 말라”고 말했다.

미군 서열 1위인 최고 사령관이 적군과 비밀리에 교신했다는 사실은 미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고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야 할 군인이 적군에 충성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밀리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말, 군사행동을 감행할 것이 우려돼 이러한 전화를 걸었다고 신간 ‘위기’에서는 전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 Alex Wong/Getty Images

그러나 트럼프는 이같은 주장과 달리 실제로 어떠한 군사행동도 지시하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밀러 당시 국방장관 대행은 폭스뉴스에 “그 전화통화는 승인받지 못했다”며 “밀리는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공군 장성과 몰래 통화’ 미 합참의장 “이달 말 의회서 다 밝힐 것”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보도가 사실이라면 밀리 합참의장은 “반역죄”로 기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십억 달러의 군사 장비와 각종 시설을 탈레반에게 빼앗긴 혼란스럽고 성급한 철수에 대해 신랄하게 비난했다.

철수 명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내렸지만, 군 최고 사령관인 밀리 합참의장도 관련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밀리 합참의장의 전화 통화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거듭 답변을 거부하면서 “외국과 대화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항변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밀리 합참의장의 지도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당분간 그의 사퇴를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밀리 합참의장실은 관련 보도 직후 성명을 내고 “통상적인 전화”라며 밀리 합참의장이 평소에도 러시아와 중국 장군들과 연락한다고 해명했다.

합참의장실 대변인은 “이러한 대화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적국과)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긴장을 완화하며, 명확성을 제공하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나 갈등을 피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인들은 밀리 합참의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이번 사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