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트럼프 ‘전쟁 권한’ 제한 결의안 통과…구속력·법적 효력은 없어

잭 필립스, 자카리 스티버
2020년 01월 11일 오전 10:41 업데이트: 2020년 01월 11일 오후 12:39

이라크에서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카셈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이 사망한 지 일주일 만에, 미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9일(현지시간)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통과시킨 이번 결의안은 “이란 안팎에서 전쟁을 벌이기 위한 무력 사용을 중단하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또한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 행동을 취하기 전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번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고 법적 효력이 부족하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언론 부대변인은 하원의 결의안 통과에 대해 “이란과 그 대리인들의 테러행위를 막는 미군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이며 정치적 움직임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잘 확립된 대법원 전례에 따르면 그것은 구속력이 없고 법적 효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기들리 대변인은 “트럼프가 솔레이마니를 공격하기로 결정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으며 대통령은 2002년 군사력 사용 허가 조항과 헌법상 권한에 따라 최고 책임자 및 군 통수권자로서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대변인은 “대통령은 테러로부터 나라와 시민을 보호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것이 바로 그가 계속하는 일이며, 그로 인해 세계는 더 안전하다”고 부연했다.

하원의 결의안 통과를 위한 투표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솔레이마니가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을 폭파할 계획이었으며, 그는 대사관 이외에도 더 많은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발언한 직후 진행됐다.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이라크에서 숨진 카셈 솔레이마니와 그의 동지들 장례식에 솔레이마니 포스터를 들고 참석한 사관생도들. 이란 테헤란의 엔켈라브에슬라미(이슬람 혁명) 광장. 2020. 1. 6. | Ebrahim Noroozi/AP Photo=연합뉴스
이라크 총리 공보실이 공개한 사진. 새벽 이라크 공습 후에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차량이 불타고 있다. 2020. 1. 2. |Iraqi Prime Minister’s Press Office via A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9일 오전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솔레이마니는 미국 인사와 미군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이 지역을 다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솔레이마니에 대해 수집된 모든 정보를 의원들과 공유할 수는 없다며, 의원들 대부분은 중동 테러 단체를 지원하는 솔레이마니에 대한 공습 계획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은 “정보에 관한 한 출처 및 사용 방법을 보호해야 한다”며 “모든 의원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일부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보와 증거를 모두 본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강력한 위협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표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라는 트럼프의 공습 명령이 미국을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몰아 붙였다.

베로니카 에스코바(공화) 의원은 “솔레이마니 피살사건으로 그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했으며 트럼프는 ‘명확한 전략’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터 웰치(민주) 의원도 “우리는 의회 토론 없이 전쟁을 승인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하원 중동 외교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테드 도이치(민주) 의원은 이번 투표가 전쟁에 대한 의회의 정당한 권위를 주장하고 민주당이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은 솔레이마니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고 강력한 테러리스트였으며, 그가 미국인에 대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죽음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를 살해하기 위한 공습 이후 이란이 이라크 미군 군사기지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사상자는 없었다.

2012년 아프가니스탄 전투 중 부상당한 해군 출신 댄 크렌쇼(공화) 의원은 대통령에게는 미국 헌법에 따라 미국 시민을 보호할 권한이 있다고 상기시키며, 솔레이마니의 향후 행동이 목격된 이상 이번 공습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의 최고 정보기관은 솔레이마니가 미국 자산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애덤 킨징거(공화) 의원은 솔레이마니가 지휘하는 군대와 전투한 적이 많다고 전했다.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 2020. 1. 9. | Charlotte Cuthbertson/The Epoch Times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대한 행정부 관계자들의 이란과의 상황 브리핑에 참석한 팀 케인(민주) 의원. 2020. 1. 8. | Mark Wilson/Getty Images

펠로시와 케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오전 주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 길을 택했다”며 결의안에 구속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은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라고 한 트럼프의 공습 명령을 비난했다. “그 사람은 끔찍한 사람이었다. 나쁜 짓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나쁜가에 대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가의 문제다”라고 펠로시 의장은 말했다.

민주당 팀 케인 의원(민주)은 같은 결의안의 상원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화당 몇몇 의원들 사이에서도 결의안에 찬성하겠다는 발언이 나왔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총 의석 100석 중 53석을 차지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 몇 명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결의안 통과 가능성도 점쳐진다.

펠로시 의장은 미군 사용과 관련된 추가 법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추가 법안은 바바라 리(민주) 의원이 2002년 발의한 ‘이라크 군사력 사용 허가 무효화 법안’과 로 칸나(민주) 의원이 발의한 ‘의회 승인 없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지원하는 자금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