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의장, 中 공산당 위협 속에 대만 총통과 회동

한동훈
2023년 04월 6일 오전 11:27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7

매카시 의장, 공산당 위협 맞서 미-대만 유대 강조
차이 총통 “다시 한 번 민주주의 위협받는 시대”
미 의회 여야 대표단 참석…“대만 지지는 초당적”

미국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5일(현지시간) 대만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 대만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거듭 확인했다.

공화당 소속 매카시 의장은 이날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시미 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차이 총통과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만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회동 전 차이 총통을 “미국의 좋은 친구”라고 불렀던 매카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이 ▲신속한 무기 조달 ▲양국 간 무역·기술 분야 협력 ▲대만의 세계 무대 활동 지원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계속하고, 시기적절하게 대만에 판매되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전달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여야가 초당적으로 대만을 지지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매카시 의장은 또한 “둘째, 우리는 특히 무역과 기술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우리는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공유된 가치를 계속해서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공유된 가치란 민주주의를 뜻한다. 중국 공산당의 대만 억압에 맞서야 함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차이 총통은 “우리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세상에 처해 있으며, 자유의 횃불을 계속 밝게 빛나도록 해야 하는 절박함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지난 수년간 고조된 중국 공산당의 외교·군사적 팽창에 따른 위험성을 암시했다.

그녀는 “대만의 자위 능력을 강화하고, 강력한 무역과 경제적 관계를 증진하며, 국제 사회에 대만의 의미 있는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 의회가 대만을 초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대만은 우리 시대의 독특한 도전에 맞서는 과정에서 미국이 우리 곁에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미 여야 초당파 대표단은 “대만에 대한 지지는 의회의 초당적인 견해”라고 강조했다.

하원 민주당 코커스(간부회의) 의장인 피트 아길라르 의원은 “하원 민주당은 결코 대만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우리의 약속을 확인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다. 이 지역에서 대만이 수행하는 독특하고 중요한 역할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거 의원 겸 하원 미-중국 공산당 간 전략경쟁 특별 위원회(중공 특위)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암시하면서 “초당파 대표단의 회동 참석은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는 두렵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거 하원 중공 특위 위원장은 또한 “우리는 대만에 있는 친구들을 응원한다”며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말들을 행동으로 옮길 것이다. 왜냐하면 대만은 거대한 권위주의적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불타고 있는 작고 매우 밝은 촛불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회동 전후로 강한 위협과 반발 메시지를 전했다.

회동 전날 밤, 중국 대사관은 행사를 취소하라며 의회 초당파 대표단에 항의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중국은 노골적인 도발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원치 않는 상황에 대응하여 필요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적혀 있었다.

군사적 위협도 가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회동 전날 오전에는 중국 공산당 산하 인민해방군(중공군) 항공모함 1척이 대만 남동쪽 해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전전날에는 중공군 항공기 20대와 해군함정 3척이 출동해 이 중 9대의 항공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회동 후인 6일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담화에서 매카시 하원의장과 차이 총통 간 회동을 “강렬하게 규탄한다”면서 “중국 측은 앞으로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국가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가 대만을 상대로 주장하는 ‘국가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나라는 대만을 지배했지만,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지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청나라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국가는 중화민국(현 대만)이다.

한편, 대만 외교부는 중국의 발언에 대해 “점점 더 터무니없어지고 있다”고 일축하면서 “대만은 중국의 권위주의적인 정부와 위협적인 전술 앞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브래드 존스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