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플로리다 주지사, 백신여권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

한동훈
2021년 04월 4일 오후 1:10 업데이트: 2021년 04월 4일 오후 1:10

드산티스 주지사 “시민을 두 부류로 나누는 행위될 것”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중국 공산당(중공) 바이러스 백신여권 도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시민단체들이 ‘사생활 보호가 무너질 것’이라며 우려하는 백신여권 추진과 관련해, 미국 주지사로는 최초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2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소위 ‘코로나19 백신여권’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드샌티스 주지사는 “주의회는 플로리다 주민들을 위해 이같은 보호조치를 영구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 역시 이 보호조치가 곧 법률로 제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연방정부가 백신여권과 같은 시스템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면서도 “정부는 민간기업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나온 것이다.

사키 대변인의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여권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 이뤄졌다.

지난달 말 미국 내 다수 언론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보건복지부 주도로 민간기업과 함께 백신여권 계획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백신여권 도입을 거듭 비판해 왔다.

그는 지난달 29일 플로리다의 모든 지방정부와 기업은 주민이나 직원, 업장 이용객에게 중공 바이스 감염증 백신을 접종했다는 인증서나 백신여권 제시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달 2일 서명한 행정명령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은 법에 의한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며 “백신 접종 여부 등은 공유를 의무화해서는 안 되는 개인의 건강정보”라고 설명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백신)여권은 개인의 자유를 해치고 환자의 사생활을 저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거나 음식점이나 영화관에 가는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여권 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시민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누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백신 접종 자체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앞서 그는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에 접종에 속도를 내줄 것을 독려하며 “접종을 잘 해내지 못하는 병원들은 배정받은 백신을 접종을 잘하는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 및 방역수칙 준수는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일이며 이를 법률과 제도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해제의 플로리다와 봉쇄의 캘리포니아

자유와 선택을 강조한 플로리다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곳은 캘리포니아다. 민주당 소속인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는 미국에서 가장 강도 높게 모임을 금지하고, 식당 영업을 제한했다.

그러나 뉴섬 주지사는 정작 본인은 지난 11월 고급 레스토랑에서 모임을 가진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전형적인 ‘내로남불’로 강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뉴섬 주지사는 이를 “야외 모임”이라고 해명했다가 거짓말 논란까지 일으켰다.

해제의 플로리다와 봉쇄의 캘리포니아 두 곳의 방역 성적은 비슷하다. 매주 감염자 통계를 발표하는 존홉스킨스대 보건안전센터에 따르면 3월 말 감염자수는 두 곳 모두 10만명 9천명 선으로 비슷하다.

한주간 사망자수도 플로리다가 10만명당 152명, 캘리포니아가 149명으로 미국 전체 50개 주 중에서 27위, 28위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다만 경제 성적은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 내 경제규모 3조달러(약 3600조원)로 1위였던 캘리포니아는 영업 중단이 반복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서비스 업종 침체로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가중됐다. 지난해 실업률은 8%, 작년 3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4.9%로 떨어졌다.

반면 플로리다는 지난해 실업률이 미국 전체 평균인 8%대보다 낮은 4.6%를 지켜냈다. 작년 3분기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3.7%로 다른 주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다. 경제가 정상운영되자 다른 지역에서 35개 대기업이 플로리다로 이주하기도 했다.

미국 최초 백신여권 도입한 뉴욕주와 대비

지난달 28일 뉴욕주는 미국 최초로 디지털 백신여권인 ‘엑셀시어 통행증(Excelsior Pass)’을 도입했다.

이 통행증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큐알(QR)코드를 제시하면, 2만명이 입장 가능한 맨해튼의 대형 실내 체육관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 등을 비롯해 경기장, 공연장, 결혼식장 등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는 장소를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이스라엘이 체육관과 호텔 출입을 허가하기 위해 백신여권 제도를 마련했고, 아이슬란드는 백신 여권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허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백신 접종 여부 정보를 담은 스마트폰 앱 기반 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헌법에서 보장한 자유와 권한 보호를 기치로 하는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시민단체는 백신여권 제도에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 소지할 여건이 안되는 저소득층은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며, 중앙집권화된 여권제도는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