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플로리다 주지사, 디즈니 자치권 폐지 법안 서명

댄 M 버거(Dan M. Berger)
2023년 03월 1일 오전 11:33 업데이트: 2023년 10월 11일 오후 4:54

‘디즈니 특구’로 불리며 50년간 각종 특혜
지역 경제에 기여 VS  정치·교육정책 개입
드산티스 주지사 “콘텐츠엔 영향 없을 것”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디즈니월드의 자치권을 박탈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드산티스 주지사는 디즈니월드 자치구인 ‘리디 크릭 개선지구(RCID)’에 대한 통제권을 주 정부에 부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리디 크릭 개선지구는 준정부기관과 같은 권한을 부여받은 지역으로, 디즈니는 이곳 2만5천 에이커에 달하는 부지 내에서 정부의 허가 없이 부지를 개발하거나 스스로 세금을 부과해 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드산티스 주지사는 “기업 왕국이 드디어 종말을 맞게 됐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주의회 하원을 통과, 상원에서도 승인됐으며 오는 6월 발효된다.

법안에는 리디 크릭 개선지구를 감독하는 이사진 5명을 지명할 권한을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리디 크릭 개선지구라는 명칭을 ‘중부 플로리다 관광 감독 지구(CFTOD)’로 바꾸는 안도 포함됐다.

새로운 법안에 따라 디즈니는 더 이상 과세권은 물론, 이전까지 누렸던 각종 세제 혜택과 건축·소방·환경 등의 규제 면제를 박탈당하게 됐다. 다만 디즈니월드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콘텐츠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Courtesy of The Florida Channel

디즈니월드는 성명을 내고 새로운 법안에 반대하지 않고 앞으로 주 정부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앞서 지난해 플로리다주는 유치원부터 공립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동성애 등 성적 지향에 관한 교육 및 토론을 금지하는 이른바 ‘학부모의 교육권’ 법을 도입했다.

그러자 밥 체이펙 당시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와 디즈니 직원들은 “해당 법은 퇴출돼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디즈니는 나아가 플로리다주에서는 정치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1971년 디즈니월드가 개장한 이래 대를 이어 2대째 디즈니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 닉 카타라노 씨는 가족 친화적이었던 디즈니의 콘텐츠가 변모한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카타라노 씨는 “디즈니는 두 배로 성장했지만, 오늘날 더 나쁜 것들을 스토리텔링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면서 “‘신데렐라’, ‘포카혼타스’ 같은 도덕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악마의 후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리틀 데몬’ 같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디즈니 자사 OTT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프라우드 패밀리’는 미국의 모든 것이 노예 제도를 바탕으로 세워졌다는 내러티브를 만들려고 시도했다. 디즈니가 하는 일은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로 하여금 서로를 증오하도록 세뇌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플로리다 토박이 출신인 맨디 셰퍼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은 물론, 현재 자신 자녀들의 인생에도 디즈니월드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셰퍼 씨 가족은 지난 2020년 이후 디즈니 연간 이용권 결제 및 사용을 취소했다.

셰퍼 씨는 “디즈니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엔터테인먼트였고 아이들을 디즈니 콘텐츠에 노출시켜도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 디즈니는 자사 콘텐츠에 점점 더 부도덕한 내용을 포함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아이들에게 부도덕을 가르치도록 조장했다”며 디즈니가 ‘학부모의 교육권’ 법을 반대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존 셜리 리디 크릭 소방관 협회 회장은 리디 크릭 지구가 3천만 달러에 달하는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디즈니 측은 공공 안전 예산 배치에 비협조적이었다고 폭로했다.

이처럼 디즈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드산티스 주지사는 디즈니가 누려온 특혜 박탈을 추진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디즈니는 플로리다주 학부모들을 공격하는 데 기업의 경제적 파워를 동원하려고 한다”며 “우리는 이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Kent Phillips/Walt Disney World

비밀리에 토지 매입

디즈니는 오랜 기간 기업으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디즈니의 창업자 월트 디즈니는 1960년대 초부터 가상의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 은밀히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67년 디즈니는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리디 크릭 개선지구를 형성하는 데 성공, 1971년에는 디즈니월드를 개장했다.

1960년 인구 약 20만 명의 한적한 소도시 올랜도는 오늘날 2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탈바꿈했다.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테마파크 메카가 있는 덕분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됐다.

정치적 승리

수잔 맥마누스 사우스플로리다 대학교 정치학 명예교수는 드산티스 주지사가 디즈니를 통제하면서 정치적으로 여러 이점을 얻었다고 분석한다.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맥마누스 교수는 드산티스 주지사가 거대한 대기업인 디즈니에 힘을 보여줬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보수당인 공화당은 기업과 지나치게 유착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그 반대로, 민주당이 대기업인 디즈니를 옹호하는 입장에 섰다.

그뿐만 아니라 그간 디즈니가 누린 특혜에서 소외됐던 다른 기업들은 이번 드산티스의 조치를 환영할 가능성이 크다.

맥마누스 교수는 이번 조치가 관광 사업에 피해를 끼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키 마우스 캐릭터 인형탈과 옷을 입은 출연자가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 월드에서 열린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2001.11.11 | Joe Raedle/Getty Images

오브리 주엣 센트럴플로리다 대학교 정치학 교수 또한 에포크타임스에 드산티스 주지사가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주엣 교수는 “이번 사건은 대선에서 더 많은 공화당 유권자를 끌어들이고, 더 많은 정치 자금을 획득하고, 보수적 투사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려는 드산티스 주지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당내에서 직면한 비판은 또 다른 과제다. 주엣 교수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드산티스 주지사가 면세 특권 등 혜택을 폐지하기로 한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단순히 수정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디즈니에 제재를 가한 데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엣 교수는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제공해 온 디즈니를 단 한 번의 정책적 의견 차이 때문에 처벌한 드산티스 주지사에 대해 몇몇 기업들은 의문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도 주 정부와 권한을 공유하는 대신 주지사의 단독 통제하에 두는 이번 법안을 “드산티스 주지사가 권위주의적 성향이 있는 인물이라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엣 교수는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