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푸젠진화’ 수출 제재…다른 中 IT 기업으로 확대 조짐

2018년 11월 12일 오후 3:57 업데이트: 2019년 12월 2일 오후 10:08

일본 경제신문 니케이는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푸젠진화에 대한 최근 미 상무부의 수출 제재 조치에 이어 곧 다른 중국 IT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제재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강하게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월 29일, 미 상무부는 푸젠진화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부품, 소프트웨어 및 관련 IT 제품의 수출이 원천봉쇄 될 것이라 발표했다. 이러한 제재는 일찍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에 취해진 제재 조치와 같은 맥락이다.

니케이는 11월 2일 자 기사를 통해 2018년 4월 미 의회 보고서에 ‘수출 제재 해당’ 기업들로 중국 기업 10곳 이상이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이들 기업에 대해 제재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 이슈와 관련한 미 의회 자문그룹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미국 IT 기업의 높은 중국 의존도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미국의 7대 IT 기업이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부품 절반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은 미 국가 안보와 경제적 경쟁력에 중대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해당 의회 보고서는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 디스플레이 업체 BOE 글로벌, 서버 생산자 인스퍼 그룹, 자산 관리 그룹 칭화 홀딩스,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버 등 중국의 국영 기업 혹은 정부와 긴밀한 관계 속에 있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국 민간기업 및 연구 기관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푸젠진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예로서 미국 컴퓨터 제조사 델의 배터리 공급자인 리션 파워 배터리 시스템이 중국 군부 및 스파이 프로그램과 어떠한 연관성을 갖는지를 밝히고 있다.

최근의 수출 제재 조치는 중국 기술 산업을 향한 경고다. 리서치 기업 가트너의 상하이 지사 분석가 로저 셩은 니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푸젠진화의 사례를 이용해 자신들이 어떤 반도체 업체라도 하루 아침에 문을 닫게 만들 수도, 혹은 거대 IT 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푸젠진화는 컴퓨터 및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새로운 DRAM 칩의 대량 생산을 불과 몇 달 앞둔 상황이었다. 현재 디램 부문은 삼성과 SK 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2018년 1/4분기 기준, 세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을 차지한다.

수출 제재 발표가 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11월 1일, 미 법무부는 마이크론의 디램 제조 기술 탈취 혐의로 푸젠진화를 기소했다. 또한 푸젠진화와 2016년 협력 협정을 체결해 디램 기술 개발에 참여한 대만 위탁 생산업체 UMC도 함께 기소했다.

수출 제재 발표 이후 UMC는 푸젠진화와의 모든 관련 업무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중국 동부 안후이성 허페이에 위치한 디램 제조업체 ‘이노트란 메모리’, 그리고 중부 후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가 “높은 정치적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는데, 이들 역시 미국 수출 제재로 인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디램과 낸드 플래시는 둘다 디지털 제품 속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 메모리칩이다.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는 이번 미 의회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국영 자산관리 기업 칭화 홀딩스와 관련이 있는 업체다. 이 업체는 중국 반도체 제조사 칭화 유니그룹의 자회사인데, 칭화 유니그룹 자체가 칭화 홀딩스의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니케이의 보도에 따르면, 이노트란 메모리와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 모두 아직까지 이렇다 할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데, 여전히 제한된 생산 단계에 머물러있는 것이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리서치기업 시노 소속 반도체 전문가인 션 양은 니케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 반도체 업체 중 누구라도 유사한 수출 제재 조치의 대상이 된다면, 이들 신생 업체로서는 종말이 온 것과 다름없다”며 “전 세계 어떤 반도체 제조사라도 당장 미국 공급처를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케이엘에이텐코, 뉴욕의 비코, 네덜란드의 ASML, 이 5개 제조사가 전 세계 IC칩 제조업체 물량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니케이에 따르면 모두 2016년 창립된 푸젠진화, 이노트란 메모리,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는 중국이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 정책의 핵심 참여사들이다. ‘중국제조 2025’는 첨단 정보 기술 및 반도체 기술 등을 포함한 10가지 첨단 산업부문에서 70%의 자급률 달성이라는 중국 정부의 목표를 골자로 하는 전략이다.

중국 국영 뉴스사이트 차이나닷컴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가 IC 및 차세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5G와 같은 기술 부문의 발전을 끌어 올릴 필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은 전략상 매우 중요한 신흥 산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3천억 위안(약 48조 원)의 국영기금 조성 착수를 발표했다. 해당 기금은 부분적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 진작을 염두에 둔 것으로, 2014년에도 총 1390억 위안(약 22조 원)에 달하는 유사한 기금이 조성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