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19 방역 설계자 파우치 소장 “12월에 사임”

한동훈
2022년 08월 23일 오전 8:21 업데이트: 2022년 08월 23일 오전 11:55

방역 물자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응 지휘
확산 초기 “일반 국민은 마스크 안 써도 돼” 발언도

미국 백악관 감염병 관리 최고 책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올해 말 사임’ 의사를 밝혔다.

파우치 박사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현재 맡고 있는 NIAID 소장, NIAID 면역조절 연구소 소장, 백악관 최고 의료고문직 등 세 가지 직책에서 올해 12월까지 모두 물러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에서 맡은 직책에서 물러나는 것이지, 의료계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파우치 박사는 “50년 넘는 공직 생활을 마치고, 전공 분야에 대한 에너지와 열정을 가지고 있는 한 나의 커리어를 다른 곳에서도 펼치고 싶다”며 “NIAID 소장으로서 배운 것을 활용하여 과학과 공중 보건 발전에 사용하고, 차세대 과학 지도자들이 미래의 전염병 위협에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로 81세인 파우치 박사는 이전에도 퇴임 의사를 여러 차례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우치 박사는 지난 1984년부터 NIAID를 지휘해왔다.

그는 2021년 현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 최고 의료고문을 맡아왔고,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수석 고문으로 활동했다.

파우치 박사는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했으나, 그의 행보에 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그는 바이러스 확산을 늦추기 위해 봉쇄를 권고했으며, 팬더믹 초기에는 미국 국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도록 의도적으로 오도하기도 했다.

코로나 확산 초기였던 지난 2020년 3월 파우치 박사는 “미국 내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인 판단에 따른 권고가 아니었음이 1년 뒤 파우치 박사 자신의 입을 통해 밝혀졌다.

그는 2021년 4월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대중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의료진이 사용할 마스크가 부족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국민들에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말라고 말했던 사실을 시인했다.

파우치 박사는 또한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 NIAID의 자금이 지원된 사실을 옹호했으며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 특히 우한 연구소 유출설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여론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파우치 박사의 지지자들은 팬데믹 기간 그가 이성적인 목소리를 냈으며, 중간에 입장을 바꾼 것은 “과학이 코로나19의 실체를 발견함에 따라 달라진 것”이라고 두둔한다.

NIAID 상위 기관인 미국 국립보건원의 사무국장 로렌스 타박 박사는 파우치의 사임 계획 발표에 성명을 내고 “그는 모범적인 공무원이었으며 항상 과학적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평가했다.

타박 박사는 “그의 곁에서 일하고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 경험은 특권이고 영광이었다”며 “그가 계속해서 세계에 영향을 미칠 인물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화당은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의회를 탈환하면 파우치 박사 등 미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 설계자들의 정책 수립 결정 과정과 제약회사와의 이권 관계 등을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앤디 빅스 하원의원은 성명에서 “파우치 박사는 지난 3년간 미국을 파괴한 데 대해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책임을 물을 기회를 갖기 전, 12월에 사임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 이 기사는 재커리 스티버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