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캘리포니아 주지사, 주민 소환투표서 생존…공화당 패배 시인

한동훈
2021년 09월 16일 오전 9:01 업데이트: 2021년 09월 16일 오전 9:02

미국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민소환 투표를 통과하며 주지사직을 지켜냈다.

소환 투표와 함께 진행된 차기 주지사 투표에 출마했던 공화당 후보는 민주당 후보를 압도적 격차로 따돌렸지만, 뉴섬 주지사의 유임이 확실시되면서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15일(현지 시각) 개표가 70%가량 진행된 가운데 소환투표는 반대 63.9%, 찬성 36.1%로 뉴섬 주지사의 유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뉴섬 주지사는 유임이 확실시되자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소환에 대해 ‘아니오’라고 답했고, 주(州)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는 ‘예’라고 답했다”며 승리 연설을 했다.

뉴섬 주지사는 이번 선거 승리의 원동력을 캘리포니아적 가치에 주민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하며 캘리포니아적 가치를 “경제적 정의, 사회적 정의, 인종적 정의, 환경적 정의”라고 나열했다.

뉴섬이 소환(퇴출)될 경우, 대신 주지사를 맡게 될 인물을 고르는 차기 주지사 투표에서는 공화당 래리 엘더 후보가 득표율 46.9%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번 캘리포니아 소환투표는 뉴섬 주지사 퇴출 여부를 묻는 1차 투표, 차기 주지사를 뽑는 2차 투표로 구성됐다.

2차 차기 주지사 투표에서는 공화당 강경 보수파 엘더 후보가 총 232만8000여표를 얻었다. 2위 민주당 케빈 패프래스 후보는 49만6000여표(득표율 9.9%)를 얻는 데 그쳤다.

엘더 후보는 패배하기는 했지만, 인상적인 활약으로 캘리포니아에서 향후 정치 활동 전망을 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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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래리 엘더가 연설하고 있다. 2021.9.4 | Ringo Chiu/AFP via Getty Images

엘더 후보는 “우리는 전투에서 졌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며 패배를 시인하고 재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섬 주지사는 2018년 주지사 선거에서 1950년 이래 가장 큰 표차로 당선됐으나, 감옥 폐쇄, 수감자 조기 석방, 사형 유예, 백신 강제 접종 명령, 강력한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 등으로 지지율 하락을 거듭하다가 이번에 주민 소환투표에 부쳐졌다.

뉴섬 주지사는 주민들에게 생존 위기로까지 표현되는 강력한 코로나19 규제를 펼치면서도, 정작 자신은 전염병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열린 로비스트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게 들통나 강력한 비난을 받았다.

소환투표 청원 측은 프랑스 레스토랑 파티 사건으로 청원자가 약 60만명 급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 말까지도 소환 여론이 50%에 육박하던 뉴섬 주지사가 이번 투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민주당의 반(反)트럼프 정서 자극을 꼽고 있다.

뉴섬 주지사가 가혹한 봉쇄로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민생을 크게 저하시키며, 소환투표에까지 몰렸지만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고 공화당 후보로 나선 엘더 후보에게 ‘트럼프 클론’ 프레임을 씌워 투표에서는 승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주지사 소환투표가 내년 중간선거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상당히 힘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3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뉴섬 주지사를 지원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롱비치를 방문해 “엘더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의 클론”이라고 비난하며 소환 반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엄격한 봉쇄를 지속하고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주민들에게는 실업 기금을 계속 지급해왔다. 이 과정에서 310억 달러 이상의 고용지원 기금이 사기 전과범을 비롯한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지원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또한 뉴섬 주지사는 교도소 내 감염 확산 우려를 이유로 폭력 사범과 중범죄자를 포함해 7만6000여명의 수감자들의 조기 출소를 허용해 지역 주민들에게 치안을 악화시켰다는 강한 비난에 직면했다.

캘리포니아는 최근 의료시설 종사자와 교직원들을 상대로 한 백신 강제 접종 정책도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9월 말까지 백신을 접종해야 하며, 종교적 혹은 의료적 이유로 예외가 승인된 이들을 제외하고 백신 접종을 거부한 사람들은 10월 1일부터 업무에서 배제된다.

한편, 엘더 후보는 만약 주지사로 선출되면 마스크 강제와 백신 접종 의무화를 즉각 중단하고, 신축 주택 건설비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주 환경품질법을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2021년 3월 25일 캘리포니아 산타 아나에 있는 알타메드 긴급 진료소에서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존 프레드릭스/에포크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