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고 핵시설 연구원 162명, 중국에 넘어가” 보고서

한동훈
2022년 09월 30일 오후 3:10 업데이트: 2022년 09월 30일 오후 3:10

미국 최고 수준 국가안보 분야 연구소에서 일했던 15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중국 정권에 스카우트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중국으로 넘어가 중국의 군사기술 연구·발전에 직접 기여하면서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의 전략정보 컨설팅업체인 ‘스트라이더(Strider) 테크놀로지’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공산당이 로스앨라모스국립연구소(LANL) 출신 주요 과학자들을 30년 이상 중국의 군사개발에 참여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는 미 뉴멕시코주에 있는 국방·안보 분야 핵심 연구시설이다.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 제조계획인 ‘맨해튼 프로그램’이 진행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이 연구소는 군사연구를 제외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큰 과학기술 연구기관 중 하나로 소속 과학자들은 국가 안보, 우주 탐사, 핵융합 발전, 나노기술, 슈퍼컴퓨팅 등 다양한 첨단 분야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트라이더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지난 35년간 최소 162명의 로스앨러모스 출신 연구원들을 채용했다. 상당수는 중국으로 넘어가 군사 기술 관련 연구를 지속했으며 최소 1명은 미국 에너지부에서 최고 수준 기밀정보 접근 허가를 받았던 인물로 기밀 기술 유출이 의심된다.

이 보고서는 “로스앨러모스연구소 출신 과학자들이 미국과 자유세계 전체에 다양한 군사적, 안보적 위협을 가하는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 개발 프로그램에 기여했고 지금도 기여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전략적 과학기술이 안보에 매우 중요한 시대에 (국가 간) 과학기술 개발협력의 개방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혁신적인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기관, 연구 프로젝트, 과학자들에 대한 더 나은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국의 ‘인재 초강대국 전략’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과학자와 연구원들을 해외로 보내 전문성을 높인 후 귀국시켜 자국 과학기술에 전략적 이점을 취하는 ‘인재 초강대국 전략’을 채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으로 건너가 국가 안보과 밀접한 분야에서 근무한 중국 출신 연구원 상당수가 이러한 인재 전략과 관련됐다.

로스앨러모스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귀국한 중국인 연구진 중 최소 59명은 중국공산당 정권의 인재 프로그램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에 돌아간 후 극초음속 미사일, 제트 엔진, 탄두, 무인기, 스텔스 잠수함 개발에 참여했다.

보고서에서는 이를 “서구의 과학 기술력과 인프라에 대한 착취”로 묘사했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 소속 중국인 연구원들은 신분을 숨긴 채 다른 중국인 연구원들을 포섭하고 있으며, 이들은 중국 정부와의 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일종의 산업스파이 역할을 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은 이러한 방식으로 인재 확보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면서 “일단 네트워크로 들어오면 중국 측 관리자들이 최고 인재를 선별해 최고 대우를 보장하며 귀국을 설득한다”고 전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중국인 유체역학 전문가 천스이(陳十一) 박사다.

천 박사는 1987~1990년 로스앨러모스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 1990~1992년 연구소 오펜하이머 프로그램 소속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1992년부터 2년간 연구팀 팀장을 맡았다.

2005년 귀국한 천 박사는 베이징대 부총장을 지냈고 이후 중국의 기술허브 선전시에 위치한 남방과기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남방과기대 총장이 된 그는 자신과 같은 로스앨러모스연구소 출신 중국인 과학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이 연구소에서 18년 이상 근무한 연구원 자오위센 박사도 있었다.

자오 박사는 이 기간 미국 정부 연구지원금 총 1980만 달러(약 280억원)를 받았다. 연구 프로그램에는 심층관통탄두, 일명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지하 시설 타격용 탄두 개발도 있었다.

자오 박사는 오랜 재직 기간에 걸맞게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 25명의 지도교수 겸 후원자로 활동했는데, 이들 중 최소 8명이 중국에 귀국해 연구소에서 활동했던 분야의 연구를 계속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명은 중국 귀국 직후 자신의 벙커버스터 탄두 연구를 기반으로 한 유사 기술에 대해 국방기술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으며, 현재 중국공산당 정권의 핵무기 기술 개발시설인 ‘중국공정물리연구원’에 소속돼 있다.

이들은 미국에 있을 때는 미국의 기술개발에 기여한 공로가 있으나, 미국인들이 낸 세금으로 교육·훈련을 받고 급여까지 받으며 개발한 기술로 중국공산당의 군사력 강화에 기술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2017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군사기술 연구 분야에는 미국 로스앨러모스연구소 출신이 많아 이들은 스스로를 ‘로스앨러모스클럽’으로 부른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스트라이더테크놀로지는 “로스앨러모스연구소는 중국의 인재 프로그램 소속 연구원 수백 명이 노리는 미국의 연구기관 중 하나일 뿐”이라며 더 거대한 규모의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시진핑 총서기와 다른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은 유사한 인재 유치 전략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소, 학술 연구기관에 확산시킬 것을 지시했다”며 “미국 세금이 중국의 경제발전과 군사 현대화 촉진에 쓰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앤드류 쏜브룩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