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채용담당 6명 중 1명 “백인男 순위 낮추란 압력 받아”

황효정
2022년 11월 11일 오후 4:40 업데이트: 2022년 11월 11일 오후 4:40

다수 미국 기업이 자사의 직원 채용 담당자에게 백인 남성 지원자를 덜 뽑으라는 압력을 행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구인 사이트 ‘레쥬메(이력서) 빌더’는 DEI 이니셔티브를 평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DEI는 기업 내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괄성(Inclusion)을 뜻한다.

보고서는 오늘날 미국 기업들이 DEI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특정 인종이나 성별의 지원자를 피하도록 고용 과정 전략을 수립, 이로 인해 역차별이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원들은 “설문에 응한 채용담당자의 16%가 지원자를 평가할 때 백인 남성 지원자의 채용 가능성 순위를 낮추라는 지시를 받았다. 14%는 백인 여성 지원자의 순위를 낮추도록 권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유색인종 등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격을 갖춘 후보자를 얼마나 탈락시켰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매우” 또는 “다소 자주”에 체크했다.

응답자 중 53%는 유색인종 등 ‘다양한’ 직원을 ‘충분히’ 채용하지 않으면 자신이 해고될까 봐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7%는 “회사 상사”가 압력을 넣었다고 답했으며, 35%는 “고객”이, 31%는 “동료”가 압력을 줬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 절반 이상인 52%가 DEI를 이유로 회사가 채용 과정에서 역차별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기업들이 DEI를 추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외 이미지 때문”이라는 응답이 70%였으며, 이들 대부분은 회사가 좋은 의도로 지니고 있으며 DEI 추구로 개선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커리어 전문가 스테이시 할러는 해당 보고서에서 “고용 관행을 수정하는 것을 비롯,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오늘날의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할러는 “그러나 변화를 따르려는 조직의 정책을 실제로 구현하는 역할은 대부분 중간 관리자가 맡으며, 많은 조직에서, 특히 DEI와 관련해 제공되는 지원이나 도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민족 사회에서 채용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 진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이 같은 채용 정책이 전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하고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필요한 조치” VS “백인에 대한 역차별”

지난 2021년 1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SSGA)는 백인 남성을 고용할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내 절차를 마련했다.

SSGA는 오는 2023년까지 흑인과 아시아인 등 소수인종 직원 수를 3배로 늘릴 계획이다. 소수인종 고용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경영진의 보너스를 삭감하기로 했다.

전무급 이상 임원을 채용할 때는 4~5명으로 구성된 ‘다양성 위원회’를 개최한다. 백인 남성을 고용하려면 해당 직급에 여성이나 소수인종 지원자도 면접을 봤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한다.

SSGA 포용·다양성 부서 담당자인 제스 맥니컬러스는 언론에 “고위 경영진은 연례 평가에서 여성 승진이나 소수인종 직원 선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업무 평가를 통해 점수표에 기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SSGA는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약 4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전체 미국 기업 중 90%는 매년 연방정부에 EEO-1 양식을 제출한다. EEO-1는 미국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 양식에 맞춘 회사의 인력에 대한 보고서다. 기업들은 보고서를 통해 백인, 흑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및 아메리카 원주민 직원 수에 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한다.

경제 미디어 ‘블룸버그’에서 수집한 2018~2020 전체 데이터에 따르면, 백인 관리직의 비율은 2년 동안 평균 2.2% 감소했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백인 경영진의 수가 7% 이상 감소했다.

반대로 아시아인 관리직 수는 1.2%, 흑인과 히스패닉 관리직은 0.4% 증가했다.

이에 대해 몇몇 기업들은 EEO-1 양식이 불완전한 도구라고 반발하며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테슬라모터스는 “자사가 제공하는 데이터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해서웨이는 “해당 양식은 여러 산업에 관련된 기업의 인종 구성을 보여주기엔 너무 단순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올해 5월 메릴랜드대학교가 실시한 중요 문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백인 미국인의 30%가 백인이 지난 5년 동안 “더 많은” 차별을 경험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백인 응답자의 29%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이 시기에 “훨씬 더 많은” 차별을 겪었다고 답했다.

* 이 기사는 앤드루 모란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