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직장인 퇴사율 2개월 연속 역대 최고…기업들 구인난 가중

하석원
2021년 11월 13일 오전 6:28 업데이트: 2021년 11월 13일 오전 6:53

미국에서 직장을 그만둔 근로자 수가 2개월 연속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미 노동통계국(BLS)이 12일 공개한 9월 구인·이직보고서에 따르면 9월 퇴사자 수는 440만명, 퇴직율은 3.0%로 집계됐다.

지난 8월 퇴사자 수 427만명, 퇴직율 2.9%로 2000년 12월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를 한달 만에 뛰어넘었다.

이는 근로자들이 더 나은 직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자발적 퇴직이 증가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기업들은 구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의 소비자 금융정보 업체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퇴사 급증은 전염병의 대유행이 가져온 많은 변화 가운데 하나다. 고용주들은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더 높은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임금을 높여줘도 떠나는 직원 붙잡기가 쉽지 않고 새 사람 구하기도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노동통계국의 이번 보고서 역시 임금 인상과 근로 조건 개선 등 노력에도 적합한 직원을 찾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수치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단체인 전미 독립사업자협회(NFIB)는 지난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협회에 가입한 중소기업 44%가 직원 고용과 고용유지를 위해 임금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는 48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협회 측 관계자는 “현재 미국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재고 부족과 인력 부족”이라며 “직원들의 빈 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노동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시간당 근로자들의 평균 소득은 4.9%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2%로 3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실질 소득은 오히려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역대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 임금을 올려주고 있지만, 이를 뛰어넘는 물가 상승률로 인해 여전히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의 마지막 영업일에 게시된 채용공고 건수는 1040만건으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7월의 1110만건보다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심각한 구직난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됐다.

구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미국의 실업률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10월 실업자 수는 740만명, 실업률은 전월보다 0.2%포인트 감소한 4.6%로 나타났다.

실업자보다 많은 채용공고가 게재됐지만, 실업률이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 채용을 희망하거나, 구직자들이 당장 일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상황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10월 미국 기업들이 새로 창출한 일자리는 53만1천개로 3개월만에 최다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