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 혐의로 중국계 2명 체포

정향매
2023년 04월 18일 오후 4:30 업데이트: 2023년 04월 20일 오전 12:16

미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이 4월 17일 뉴욕 맨해튼에서 ‘중국 해외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계 미국인 2명을 체포했다. 혐의자는 ‘미국 창러공회(長樂公會)’의 루젠왕(盧建旺) 전 회장과 천진핑(陳金平) 사무국장이다.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던스’는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 당국이 해외 21개국에 54개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해외경찰서를 통해 반체제 인사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여우사냥(獵戶)’ 작전에 나서고 있다. 

미 법무부는 17일 성명을 통해 “루 씨와 천 씨는 2022년 10월 6일 미국 내 첫 중국 해외 비밀경찰서를 설립한 후 지난해까지 운영했다. 중국 공안부 푸저우(福州) 공안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라며 “하지만 이들은 미국 정부에 비밀경찰서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 해당 비밀경찰서는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한 사무실 빌딩 1층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지난가을 연방수사국의 수사로 인해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2022년 10월 6일 뉴욕에서 설립된 ‘미국 창러공회’ | 에포크타임스

루 씨의 남동생 루젠순(盧建順)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형의 체포 소식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창러공회는 중국 출신 화교를 위해 서비스하는 단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욕 ‘챠오보왕(僑報網)’에 공개된 창러공회 임원진 사진의 배경은 한자로 ‘푸저우 경찰·교민 해외 서비스 센터’라는 뜻의 글이 보인다. 영어로는 ‘Fuzhou Police Overseas Service Station’, 즉 ‘푸저우 공안 해외 서비스 센터’다. 사진에는 붉은 스카프를 두른 남성 6명이 나란히 한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가운데부터 오른쪽으로 루젠순·루젠왕·청진핑이다. 

뉴욕 ‘챠오보왕(僑報網)’에 공개된 미국 창러공회 임원진 사진. | 인터넷 화면 캡처

법무부에 따르면 루 씨는 비밀경찰서 설립 전인 2015년부터 중국 공안부를 포함한 중국 당국 각 부처와 관계를 맺고 임무를 수행했다. 아래는 법무부가 공개한 사례다. 

2015년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루 씨는 중국에서 금지된 모 종교단체를 반대하는 워싱턴 집회에 참가했다. 같은 해 중국 공안부의 한 관리로부터 중국 당국이 주는 상을 수여했다. 

2018년, 루 씨는 중국 당국의 이른바 ‘탈주범’을 본국에 송환하는 일에 협조했다. 송환 대상자는 “당시 각종 괴롭힘에 시달렸으며 미국과 중국에 거주하는 가족들도 위협받았다.”고 호소했다.  

2022년, 루 씨는 중국 공안부 한 관리의 지시에 따라 미국 캘리포이나주에 거주하는 한 중국 출신 반체제 인사를 조사했다. 이후 연방수사국 요원들이 해당 사건에 관해 묻자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조사받는 중 몰래 휴대전화에 저장된 중국 공안의 연락처와 연락 내용을 삭제했다. 

중국 당국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고 형량은 징역 5년, 사법 방해죄의 최대 형량은 징역 20년이다.  

매튜 올슨 미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은 17일 성명을 통해 “중국 당국은 반체제 인사와 정부 비판자를 감시·위협하기 위해 뉴욕에 비밀리에 물리적인 기구를 설립했다. 이런 행동은 허용되는 국가 행위의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 우리는 권위주의적 탄압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거주자들의 자유를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연방검찰은 같은 날 중국 공안 40명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中國互聯網辦公室) 관리 2명을 포함한 중국인 44명을 ‘미국 거주자들을 언론탄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무부는 “혐의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가짜 계정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협박하고 그들의 언론 자유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사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한 업체를 ‘업체-1’로 표현했지만 미국의소리(VOA)는 “앞서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해당 업체는 줌(Zoom)이다.”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