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공화당 잠룡’ 드산티스 주지사 재선 성공

한동훈
2022년 11월 9일 오후 2:44 업데이트: 2022년 11월 9일 오후 2:44

8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차기 대선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론 드산티스(44)가 플로리다 주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드산티스는 이날 오후 8시30분 개표율 86% 기준, 58% 득표율로 민주당 후보 찰리 크리스천 전 하원의원(41%)을 가뿐하게 제치고 승리를 확정 지었다.

크리스천 후보는 결과를 승복하고 드산티스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는 시종일관 드산티스의 압도적 우세 속에 진행됐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크리스천 후보를 거의 의식하지 않고 선거에 임했다.

드산티스 캠프는 선거 유세나 TV 광고에서는 자기 공약을 알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크리스천 후보에 대한 공세는커녕 언급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이날 승리가 확실시되자 승리 선언 연설에서 “우리는 결코 우오크(Woke·좌파이념에 깨어났다는 의미) 폭도들에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플로리다는 우오크 폭도들이 죽어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천 후보는 유세 기간, 드산티스가 4년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공세를 펴며 플로리다를 진정으로 책임질 사람은 자신이라고 유권자를 설득했다.

드산티스는 크리스천이 후보가 정치적 양극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일축했고, 유권자들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플로리다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드산티스 주지사 사이에서 누가 더 나은 차기 대선 공화당 후보인지 고민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플로리다에서 40년간 투표해왔다는 게인즈빌 주민 캐롤 리어는 “남편은 드산티스를 지지했지만 요즘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며 “나는 남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중간선거는 바이든 정부 2년에 대한 평가인 동시에 향후 미국의 정치 지형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여부가 놓여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11월15일 화요일에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매우 큰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출마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서 지난 5일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도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화당 예비후보 가운데 압도적 1위라면서 “트럼프는 71%, 론 드생티모니어스는 10%”라고 말했다.

이는 드산티스 주지사의 이름 뒤에 ‘생티모니어스(sanctimonious·신앙이 독실한 체하다)’란 단어를 붙여 비꼰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경쟁자에게 조롱하는 별명을 붙여 깎아내렸다가 나중에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버릇이 있다. 이번에도 드산티스를 조롱하고 다음 날 마이애미로 날아가 주민들에게 드산티스 지지를 호소했다.

드산티스는 트럼프를 제외하면 차기 대선 공화당 예비후보 중 가장 유력한 인물이다. 지난 10월 플로리다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2024년 대선 가상 대결에서 드산티스가 48%로 조 바이든 대통령(42%)에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 이 기사는 내닛 할트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