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기술혁신재단 “중국 급부상, 글로벌 혁신에 부정적 영향”

이멜 아칸(Emel Akan)
2020년 01월 8일 오전 9:38 업데이트: 2020년 01월 8일 오전 9:38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급속한 경제 성장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옳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기술 분야 글로벌 1위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최근 연구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선진국들의 산업 혁신에 해를 끼쳤으며, 특히 북미와 유럽에 있는 기업들에 선진 산업의 경쟁력을 잃게 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ITIF은 지난해 4월 최근 10년 동안 ‘중국과 미국의 혁신 역량 발전현황’을 비교해 발표한 바 있다.

ITIF의 설립자인 로버트 앳킨슨 회장은 ‘혁신의 장애물: 중국 경제가 선진국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 발전에 대한 “기존의 관점은 극단적으로 긍정하지는 않았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이었으며, 그 해악은 많은 사람의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수년간 경제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과 무역 확대가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해왔다. 선진국 시장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은 대부분 일시적이고 저 기술 산업이나 특정 지역의 근로자들에 의해 생겨난 문제로만 한정 지어 생각했다.

ITIF 및 정책 연구를 지원하는 보수 성향의 ‘스미스 리차드슨 재단’의 후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는 중국의 경제 성장과 무역 정책이 글로벌 혁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학술 문헌을 조사했다.

이 연구의 주요 결론 중 하나는 많은 서구의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자국의 일자리 감소 문제가 대두됐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손실은 일자리를 넘어선 것이었다.

앳킨슨 회장은 일부 경제학자들이 중국의 세계 진출로 세계 시장을 통합하고 소위 배분 효율성을 높였으며, 이로 인해 영국 섬유나 포르투갈 와인이 더 효율적으로 생산됐다고 믿었지만, 이러한 가정은 시장 경제가 제대로 작용할 때만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중상주의 무역이 시장 기반의 무역과 다르다는 것을 고려할 때”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주요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투입하는 등 혁신적인 중상주의 정책에 착수했다. 산업스파이·사이버 절도·시장 개방의 대가로 합작 사업을 강요하고 외국기업을 인수해 민감한 기술을 도용하는 등 오직 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다양한 전술에 의존하기도 했다.

중상주의란 국가의 부(富)는 ‘무역수지 흑자’와 ‘제조업 육성’을 통해 증진시켜야 하며, 국가가 무역을 통제해야만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國富)는 화폐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이며, 제조업과 농업 ‘둘 다 중요’하고, 무역 독점권을 폐지해 ‘무역을 할 자유를 부여해야 한다’는 이론으로 중상주의 정책을 전면 비판했다.

제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중국의 혁신을 촉발시켰지만, 서구 경제의 혁신을 희생시켰다고 앳킨슨 회장은 주장했다.

“중상주의 무역은 시장을 축소하고 연구·개발에 투자를 줄여 혁신을 저해할 수 있게 한다. 중국은 시장을 폐쇄하고, 과잉 생산과 수익을 제한해 두 가지 역학관계를 악화시켰다.”

미국의 혁신 저해

수년 동안 많은 미국의 대기업들이 제조업 육성을 위해 중국 등 저비용 국가로 이전했다.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을 높일 거라 예상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제 사업가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그 결과가 예상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게리 피사노와 윌리 시 교수는 미국의 산업이 어떻게 혁신의 저해와 경쟁력 상실을 초래했는지 보여주는 책을 발간했다. ‘번영 창출: 미국은 왜 제조 르네상스가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저자는 반도체와 충전용 배터리를 포함한 미국 산업의 ‘폐망 위기의 직종’을 열거했다.

대표적인 예로 태양광 발전(PV)이라고도 하는 태양전지는 미국이 발명했지만, 태양열 발전에서 필요한 지적재산과 생산 기초시설의 상당 부분이 아시아로 이전됐다. 2017년 전체 생산의 3.7%만이 북미에 남았다.

저자는 또한 제품 개발과 첨단 생산 시설 사이의 강한 연관성을 말하며, 두 요소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혁신에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미국 기업인이 ‘자국 내’라는 위치가 주는 잠재적인 전략적 가치를 무시한 채 재정적 기준에만 초점을 맞춰, 원가 절감을 제조의 핵심으로 판단해 공장 건설 계획을 세웠다. 저자는 대부분의 회사 임원들이 제조가 회사의 혁신 체계에 포함된다는 것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미국은 제조의 엑소더스를 겪었고 창의력 있고 품질 좋은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높일 기회를 놓치면서, 미국은 많은 분야에서 선두 유지 능력을 상실했다.

최근 수십년간 평판 디스플레이, 차세대 전지, 공작기계 및 캐스팅, 냉각 단조와 같은 금형 산업, 정밀 베어링, 광전자공학, 풍력 터빈을 포함한 많은 산업에서 미국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또한 생명공학, 우주항공, 고급 의학 장비와 같은 산업에서도 위협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