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계에 부는 ‘사회주의’ 바람…샌더스 앞장서나

허칭롄(何淸漣)
2019년 03월 6일 오후 5:32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0

2018년 미국 중간선거와 함께 미국 사회주의자들의 활약이 시작됐으며, 공화당 측은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백악관이 <사회주의의 기회비용>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국정연설에서 베네수엘라를 비판하며 ‘영원히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못하게 할 것’이라 선언했다. 민주당 고위 엘리트들은 사회주의 정책을 마음껏 빌려와 표심을 얻으면서도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짊어지려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당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2020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고 선포하면서 그 위세가 민주당 친공파(親共派)가 애초에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나자, 민주당은 들뜨기 시작했다.

버니 샌더스, 사회주의 선거 캠페인 나서

지난 2월 20일, 미국 버몬트주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등록했음을 밝힌 후 24시간 만에 샌더스 캠페인 팀은 22만5000명으로부터 590만 달러(약 66억6000만 원)의 기부액을 모았다. 1인당 평균 기부액은 27달러(약 3만 원)였다. 이는 민주당 내 다른 후보 20명의 첫날 모금액 총합을 가볍게 뛰어넘은 것이자 샌더스가 2015년에 경선 참가 의사를 밝혔을 때의 첫날 모금액 150만 달러(약 17억 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현재 샌더스가 당내 다른 경선자들보다 경쟁우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처음 출마했을 때보다도 인기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제럴드 세이브에 따르면 샌더스의 모금액 지표는 경선 자금 모금 방식에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 기부자의 소액 기부가 부자, 재단, 슈퍼팩(Super PAC) 등의 기부와 같은 크기의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러한 새로운 경선 재정 시스템은 민주당과 포퓰리스트 후보자들에게 매우 유리하다.

‘사회주의’ 오명 벗기는 민주당 사회주의자들

샌더스는 2016년 민주당 내부 경선에서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했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의 슈퍼 대의원(super delegate)이 대통령 후보 특별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가 크게 편향됐던 까닭이다. 샌더스와 샌더스의 지지자들은 낙담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의회(Brand New Congress)’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노력 끝에 2018년 6월 하순 소집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하계 회의에서 절대다수의 지지를 얻어 슈퍼 대의원의 대통령 후보 지명권 행사를 제한함으로써 샌더스를 밀어내고 힐러리를 지지한 2016년의 상황이 재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

미국 건국 이래 ‘사회주의’를 언급하지 않은 시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정계에서 경쟁자를 음해하기 위해 사용했을 뿐, 스스로 사회주의를 표방한 경우는 없었다. 2016년 샌더스의 경선 캠페인은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누명을 벗는 데’ 크게 일조했다. 29세의 호스티스 AOC가 뉴욕시 14선거구(빈곤층과 불법이민자가 밀집된 범죄 다발 지역)에서 사회주의 구호로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쥔 후, 민주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회주의 관념이 더욱 환영을 받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전의 주류 정책을 돌아보고 더욱 좌로 이동할 수밖에 없게 됐고, 2020년 당내 지명을 받은 20명의 민주당 후보들은 너도나도 사회주의와 밀접하게 관련된 경제, 세금, 사회정책 강령을 받아들여 관련 의료보험 확충, 세수정책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각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후보에 등록한 6명의 민주당 상원의원 가운데 5명이 ‘전(全) 국민 연방 건강보험(Medicare for all)’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네소타주의 에이미 클로버샤(Amy Klobuchar)만이 이를 거부했다.

지금 민주당 내부 상황으로 볼 때, 부분 사회주의정책을 주장하는 ‘분홍색’ 정치가들의 세력은 공개적으로 민주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빨간색’ 버니 샌더스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덜 급진적인 민주당 인사들은 미국 대통령은 외교 경험이 중요한데 민주당 내부에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밖에 외교에 정통한 인물이 없다면서, 아직도 주저하고 있는 그가 경선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은 사회주의 예외’ 이론은 이미 옛말

1990년대 냉전이 종식되기 이전에는 사회주의의 ‘표준’이 존재했다. 바로 구소련과 마오쩌둥이 지배하는 중국이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사회주의를 국가가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체제 또는 공산주의와 독재정부와 연관 지어 생각했다. 결국 그 당시에는 ‘사회주의자’란 정치적 오명과도 같았다. 미국 사회주의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20년에도 유진 데브스(Eugene V. Debs)가 대통령 선거에서 약 91.5만 표를 얻는 데 그쳤다.

미국에는 왜 사회주의가 없는가? 100년간 학자들은 그 원인을 알려고 노력했고, 이 문제에 관해 최소한 두 권의 유명 저작이 존재한다. 하나는 독일 사회학자 베르너 좀바르트의 저서 <미국에는 왜 사회주의가 없는가?>로, 이 책이 1906년 출간된 이래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 사회주의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게 된다. 이후에도 비슷한 유의 책이 몇 권 등장했는데, 그중 세이무어 마틴 립셋의 <미국 예외주의: 양날의 칼> (1996년), <왜 사회주의는 미국에서 실패했는가> (2000년 출판, 게리 T. 막스와 공동저작)가 가장 유명하다. 두 번째 책에서 그는 공동 저자와 함께 ‘최근 한 세기 동안 왜 미국에는 사회주의가 없는가’ 하는 문제에 결론을 도출하고자 힘썼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사회주의자들은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주의 정당을 유지하지 못했다. 둘째, 그들은 영국과 같이 주류 노조와 연맹을 맺은 독립 노동당을 창건하지 못했다. 셋째, 그들은 두 주류 정당 중 하나를 통제하거나 그 속에서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넷째, 인종, 언어, 종교 부분에 있어 미국 노동자 계급의 이질성과 다양성으로 인해 공통된 사회주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저자는 사회주의가 미국에서 실패한 원인에 대해 이전 사회주의자들과 좌익 지식인들이 제시한 다양한 관점을 정리함으로써 좌와 우에 상관없이 누구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정치 사회학적 분석을 제공하고자 했다.

샌더스는 2016년 이후 북유럽식 사회주의를 앞세워 사회주의의 ‘명예회복’에 나섰다. 이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첫째, 1990년대 초 냉전이 끝남으로써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미국 청년들은 애초에 소련과 마오쩌둥의 중국이 사회주의 종주국이었다는 사실도, 이 두 나라에서 얼마나 처참한 비극이 발생했는지도 알지 못한다. 둘째, 샌더스가 이끄는 사회민주주의 단체는 민주당에 진입해 민주당 전체를 좌로 이끄는 데 성공했으며, 이로써 정치적 토대를 공고히 했다. 셋째,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고 종교 다원화 및 복지정책을 수용하는 민주당은 사회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는 적당한 환경을 제공했다.

목표 설정이 잘못된 트럼프의 사회주의 비판

<사회주의의 기회비용>과 2019년 국정연설에서 트럼프는 사회주의 국가들을 맹비난했으나, 그 타깃은 주로 경제가 붕괴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향해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과 공화당이 놓치고 있는 사실은, 샌더스는 2015년 경선에 열중할 때부터 항상 북유럽 사회주의 모델을 제시했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샌더스가 건드린 것은 바로 미국인들의 아픈 곳, 즉 세계 제일의 강국인 미국이 거액을 들여 국제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UN 운영비 1/4 이상과 나토 군비를 부담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미국 국내에서는 일찍이 서방국가 대부분이 실시해온 전 국민 의료보험과 대학 무료 진학 등의 복지정책을 누리지 못하며, 법정 공휴일 수 또한 프랑스와 같은 유럽 국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주로 좌파가 독점하고 있는 서방 매체에서 좌파의 정치적 주장을 선전할 때는 대량의 사실을 은폐한다. (이 점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루는 글을 구상 중이다)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민주사회주의의 사회적 피로가 드러나고 국내 갈등이 점화될 때도 북유럽 사회주의의 등불은 언제까지나 반짝여야 한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민선제도, 삼권분립, 그리고 발전(?)된 복지제도를 기반으로 한 북유럽 국가 국민들의 행복한 생활에 대해서만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 또한 사회주의 경제의 고질병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들 국가 경제 발전 지속성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스웨덴 같은 나라도 10여 년 전에 이미 ‘개혁’을 시작했다고 분석한 글이 있긴 하지만, 모두 애매모호하게 묘사할 뿐이다. <북유럽 천국의 대붕괴, 미국보다 심각한 거듭된 부채>에서 언급했듯이, 이런 사회주의 천국의 이면에 높은 세금, 높은 가계부채, 사회 구성원들의 복지 의존증, 기업의 성장동력 부실, 각종 사회조직의 비효율성 등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 매체는 언급하지 않는다. 스웨덴 학자 사난다지 등은 ‘복지 남용으로 직업윤리가 위태로워졌고, 스웨덴 사람들도 사회주의의 갖가지 실험이 대실패라고 깨닫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더더욱 소개되지 않는다고 했다.

갤럽(Gallup)에서 2018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민주당 지지자 57%가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샌더스가 당내 지명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인들에게 2020년의 대통령 선거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결이 될 것이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 지금부터 백악관의 싱크탱크는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 베네수엘라를 들어 말할 것이 아니라, 비판의 초점을 북유럽 모델의 병폐에 두어 사실을 바탕으로 경제 번영과 이성적인 복지제도 둘 중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피력해야 한다.

미국과 세계의 미래가 달린 일인 만큼, 백악관은 하루빨리 미중 무역전쟁을 끝내고 2020년 대통령 선거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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