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들, 공산당 가입경력 감추고 입국하면 퇴출 추진

김정희
2022년 05월 16일 오후 9:38 업데이트: 2022년 05월 27일 오후 4:27

미국에서 비자 신청자를 대상으로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를 명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공산당 정권의 공작원이 비자 제도를 악용해 미국에 침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공화당 짐 뱅크스 하원의원은 12일(현지 시각) <2022 공산주의자 비자 투명성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국 비자를 신청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산당 혹은 전체주의 정당과의 관계를 밝히도록 요구한다(법안 PDF).

미 하원 최대 보수그룹인 ‘공화당 연구위원회’ 위원장인 뱅크스 의원은 공산주의 정권의 선전 요원들이 미국에서 악의적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바이든 정부는 정확한 규모 등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뱅크스 의원은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바이든 행정부나 연방 정부 관리 누구도 현재 미국에 얼마나 많은 중국 공산당원이 살고 있는지 정확히 추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이미 용납할 수 없는 국가안보 위험 요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놀랍게도 중국 공산당 공작원 상당수가 당원 신분을 숨긴 채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왔다”며 “이 법안은 법 집행기관이 공산당의 활동을 추적하고 침해 행위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밝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국무장관은 180일 이내에 비이민 비자 신청서(DS-160)와 이민 비자 신청서(DS-260)의 ‘안전과 배경’을 밝히는 항목에 두 가지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

하나는 ‘해당 외국인이 공산당 또는 기타 전체주의 정당의 구성원인지 여부’이고, 또 하나는 ‘출신 국가가 중국으로 표시된 외국인의 경우, 현재 또는 과거에 중국 군대, 준군사 조직, 법 집행부서, 공안 또는 국가안보 기관의 구성원이거나 고용됐거나 자금 지원을 받거나 또는 다른 방식으로 예속돼 있는지 여부’이다.

현행 이민법에 따르면, K1비자를 제외한 비이민 비자 신청자들은 공산당 소속 여부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K1 비자는 미국 시민권자의 약혼자나 만 21세 미만 미혼자녀가 신청할 수 있다.

만약 비자 신청 시 허위 사실을 기재하거나 위조서류를 제출할 경우, 비자 발급 자격이 영구 박탈될 수 있다. 비자 발급 후에도 허위나 사기가 의심돼 재심사를 거쳐 발급이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 법안이 전문직 비자(H-1B)를 악용한 러시아, 중국 등 외국 공작원의 침투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전했다. 이 비자는 전문 직종 외국인 근로자가 미국에서 최장 6년간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재미 중국 문제 전문가인 리위안화(李元華) 전 중국 수도사범대 부교수는 에포크타임스에 “미국은 일반적인 중국인과 중국 공산당원을 정확히 구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전 부교수는 “이 법안에서는 비이민 비자 신청자에게 먼저 중국 공산당원인지 묻고, 원래 국적이 중국일 경우 군이나 공안 관련 경력을 조사한다. 군이나 공안 관련 경력자들이 공작원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만약 당신이 중국 공산당이나 군, 공안 조직과 관련됐지만 미국 이민을 위해 공산당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글로벌 공산당 탈당 센터'(이하 탈당 센터)를 통해 공산당을 탈퇴하는 것”이라며 “빠를수록 좋다”고 밝혔다.

탈당 센터는 에포크타임스에서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공산당 탈당 센터다. 센터에서는 16자리 고유 일련번호가 부여되는 탈당 인증서도 발행한다. 이 인증서는 중국 공산당과 관련 조직 탈퇴를 증빙하는 거의 유일한 서류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활동하는 미 이민법 전문가 정춘주 변호사는 “중국 공산당원들은 문제를 피하려 습관적으로 자기 신분을 감추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이제 한번 공산당에 가입하면 더는 가입 경력을 감출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인과 중국 공산당을 분리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0월 미국 이민국(USCIS)은 중국 공산당 등 전체주의 정당 가입자의 미국 이민 또는 영주권 신청을 금지했다.

두 달 뒤인 12월에는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의 미국 방문비자 유효기간을 최대 10년에서 1개월로 줄이고 비자 발급을 1회로 제한하는 고강도 조치를 취했다.

올해 2월에는 공화당 비키 하츨러 하원의원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고등 교육을 보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공산당원과 가족의 미국 학생·연구비자 신청을 금지하는 법이다.

이 밖에도 하원에서는 기독교 박해와 위구르족 탄압, 지식재산권 절도에 연루된 공산당 관리들을 제재하는 법안이 발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