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가 7년만에 최고가 갱신…경제 전망에 적신호

자카리 스티버(Zachary Stieber)
2021년 10월 12일 오전 10:24 업데이트: 2021년 10월 12일 오후 7:32

미국 유가가 11일(이하 현지시각) 배럴당 80달러(약 9만5670원)로 7년 만에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미국 경제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며 유가 기준을 나타내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당월물은 1.5% 상승한 80.52달러로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가 80달러를 넘긴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 플러스’는 지난 4일 회원국 장관급 화상회의를 열고 현행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기존 합의를 11월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증산 속도를 더 높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OPEC 플러스는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원유 생산량을 더 빠르게 늘려달라는 압력이 있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라 기존 합의를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OPEC 플러스의 결정이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에너지 공급에 대한 세계적 우려를 촉발했다고 미국 실시간 주유소 정보 안내회사인 ‘가스버디’의 애널리스트 패트릭 드한은 분석했다.

미국 전역 15만개 이상의 주유소에서 가격정보를 수집하는 가스버디의 드한은 “현재 미국의 운전자들은 1년 전보다 매일 4억 달러 이상을 휘발유에 더 쓰고 있다”며 급등한 기름값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 5월 초 사이버 공격으로 대형 송유관 운영사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송유관 운영을 6일간 중단한 사태 이후, 갤런(약 3.78리터)당 3달러(약 3590원) 안팎으로 고공행진 해왔다. 지난해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달러대였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가격 인상의 또 다른 요인으로 휘발유를 전국 주유소로 운반하는 트럭 운전기사 부족을 꼽는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차량 운행이 줄면서 휘발유 사용량이 급감하자, 수입이 줄어든 운전기사들은 다른 직종으로 이직했다.

천연가스 가격도 반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에서 석탄난과 대규모 정전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에너지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당초 OPEC 플러스를 압박해, 원유 생산 증산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었지만 실패했다.

원유 가격 상승이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운을 중심으로 국제 공급망 차질에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경기활동 위축 전망까지 나온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 일정을 2023년으로 1년 앞당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긴축 시간표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