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 사용자들 “中 정치선전 차단…중국계 이민자에 긍정 효과 클 것”

캐시 허
2020년 08월 15일 오후 2:19 업데이트: 2020년 08월 16일 오후 6:10

다음 달 15일부터 미국서 사용이 금지되는 중국 메신저 앱 ‘위챗’을 사용하는 중국계 미국인들이 당장의 불편보다 긍정적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반응을 내놨다. 중국 당국의 검열과 정치 선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각) 국가안보 차원에서 위챗 관련 거래를 금지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소유한 위챗은 다른 국제적 메신저를 차단한 중국 공산정권에 의해 허용된 유일한 메신저다.

이 때문에 해외에 있는 중국인들이나 중국계 이민자들 혹은 중국 본토의 개인 및 기업과 소통해야 하는 사업가들에게는 필수적인 앱이 됐다.

앱 분석업체 앱토피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중국 유학생, 중국기업 주재원, 중국계 미국인 등 매일 약 19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활성 사용자).

미국 내 일부 사용자들이나 주요 언론은 위챗이 금지되면 생활에 불편이 초래되거나 중국과 거래하는 미국기업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번 조치를 비난해왔다.

그러나 위챗이 중국 공산정권이 중국 현지에서 실행하는 감시와 검열을 해외로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이들도 있다.

뉴저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중국계 미국인 저우젠밍(가명)은 “위챗이 미국 내 이용자에게 ‘심각하고도 은폐된 위험’이다”라며 “이번 금지는 미국인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저우젠밍은 “텐센트는 중국 기업이고 중국 공산당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앱 사용자의 데이터가 안전하지 않다”며 “앱 사용자들은 언제나 중국 공산당의 감시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홍콩 송환법 반대시위 기간에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글을 올린 후 “위챗 계정이 자주 차단되거나 한동안 접속이 안 되는 현상을 겪었다”고 전했다.

중국 동영상 공유앱 틱톡 사용자이기도 한 그는 지난 6월 중국의 국가로 사용되는 혁명가 ‘의용군행진곡’을 풍자하는 동영상을 올렸다가 계정이 폐쇄됐다고 했다.

틱톡 역시 위챗과 함께 금지명령이 내려졌다. 틱톡의 모기업은 중국기업 바이트댄스다.

중국계 미국인인 다니엘 루는 위챗 비공개 채팅에 캐나다 국립 바이러스 연구소의 중국인 과학자 2명이 연행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를 공유했다가 자신의 위챗 계정이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다니엘 루는 “수년간 시간을 들여가며 위챗의 수많은 채팅방에 가입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했는데 단 한 순간에 네트워크를 잃었다”면서도 “차라리 홀가분했다. 이제 더이상 그들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는 그동안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며 위챗을 통해 인맥을 유지하려 자기 검열하며 채팅에 주의해야 했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려 했다가 결국 당국의 눈 밖에 난 것이다.

그는 “위챗 사용자들은 중공이 민감하게 판단하는 콘텐츠를 올렸다가 계정이 폐쇄될까 봐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며 “중공은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며 미국인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민주화 운동은 시위자들이 중국 정권의 지방 문제 간섭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중국 정부의 분노를 사고 있다.

디지털 감시단체인 시티즌 랩은 2016년 연구보고서에서 위챗은 사용자가 해외에 거주하더라도 중국 전화번호와 연결돼 있으면 상시 검열한다고 전했다.

시티즌 랩은 또한 올해 보고서에서 위챗이 앱의 알고리즘을 정교화하기 위해 중국과 해외 사용자를 모니터링한다고 보고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권 운동가 천촹촹씨는 “해외의 중국인들은 위챗을 사용하면서 중국 정권의 영향권 아래에 머문다. 몸은 자유세계에 있지만, 정보습득을 중공이 통제하는 위챗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