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주변 동맹국에 3천명 파병…“방어 강화”

하석원
2022년 02월 3일 오전 10:49 업데이트: 2022년 02월 3일 오전 11:10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동유럽 동맹국들에 약 3,000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미 국방부가 발표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통해 “곧 루마니아, 폴란드, 독일로 추가 병력을 이동시킬 것”이라며 “동유럽의 안보상황은 억지력과 방어태세 강화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커비 대변인은 해당 병력이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나토 동맹국들의 강력한 방어를 보장하기 위한 병력”이라고 밝혔다. “영구 배치가 아니다”라는 점도 강조했다.

대변인에 따르면, 독일과 폴란드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포트브래그 주둔 병력 중 2천명이 배치된다. 이들은 “공격 억제” 등을 위해 훈련받았다.

또한 현재 독일에 주둔하는 병력 1천명이 며칠 내에 루마니아로 이동, 배치된다. 이를 통해 현재 900명 수준인 루마니아 내 미군 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커비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의 안보와 안정을 향해 위협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미국이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유럽과 북미(미국·캐나다) 간 공동군사방위를 규정한 나토 헌장 5조를 언급했다.

나토 헌장 5조는 18개 나토 동맹국 1곳 중 어디라도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동맹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전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역시 “영국·프랑스·스페인·덴마크·네덜란드가 모두 동유럽 나토 동맹국에 추가 병력을 파견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동맹국과 협의 중이라고 압박해왔다. 제재 수준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보다 더 가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외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어 자산 지원, 동유럽 나토 동맹국에 대한 능력 강화 등이 대응 방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에 맞춰 지난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긴장이 지속될 경우 동유럽 나토 동맹국을 지원하기 위해 8500명의 미군 병력을 비상대기시켰다고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검토는 미국 내에서 초당적인 합의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민주당)과 짐 리쉬 상원의원(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를 선제적으로 제재하는 법안에 대한 민주·공화 양당 간 합의가 임박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미국 등 동맹국의 병력 배치에 대해 “근거가 없고 파괴적인 조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전화 통화를 했지만, 회담 후 양국 정부의 기자회견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보이지 않았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허용하지 말도록 미국과 동맹국에 요구해 미국으로부터 서면 답변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미국은 이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지난 1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화 통화로 미국 측 서면 답변에 대한 양측 입장을 논의했다. 양측은 상호 안보 우려에 대해 실질적인 의견 교환을 이어갈 용의가 있음을 확인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진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전쟁 위기를 과장해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위협 수위를 높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언론과 서방 지도자들에게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언사를 피해줄 것을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언론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도로에 군대가 있고 병력이 동원되고,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러한 공황상태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를 백악관은 일부 수용했다.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한 이전의 성명을 철회한다며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던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을 따라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집결시켰으며, 지난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와 벨라루스에도 병력을 배치했다.